제5화
나는 차를 창고 안으로 후진해서 밀어 넣고 문을 닫은 다음 불을 켰다.
엘레나는 창고 한가운데 서서 사방을 둘러봤고, 산처럼 쌓인 물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물, 식량, 탄약, 의료품이 품목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서 마치 작은 마트 같았다.
"이걸 얼마나 준비한 거예요?"
엘레나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사흘."
"사흘이요?"
엘레나가 몸을 돌려 나를 봤고, 시선이 다시 물자 더미로 옮겨갔다. "이걸… 어떻게…"
"언제 뭐가 필요해지는지 알아요. 어디서 사야 하는지도 알고, 어떻게 깎는지, 어떻게 눈에 안 띄는지도 알아요."
나는 식품 구역으로 가서 소고기 통조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예를 들면 이거요. 내일 오후 세 시쯤이면 마트 진열대가 싹 비어요."
엘레나는 의료 구역으로 가서 약품과 장비를 하나씩 확인했고, 혈장과 정맥주사 장비를 발견하자 고개를 들어 나를 한번 봤다.
"혈액형까지 준비했어요?"
"O형 Rh 음성이요. 만능 공혈자니까요. 쓸 일 없었으면 좋겠지만."
엘레나는 자신이 병원에서 들고 나온 냉장 박스를 열었다.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마취제, 봉합사.
"제 몫이에요." 엘레나가 박스를 의료 구역에 내려놓았다. "당신만큼은 아니지만요."
"당신 가치는 물자가 아니에요."
나는 창가로 가서 블라인드를 조금만 올렸다. "맞은편 집 봐요."
엘레나가 다가와 내 손짓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카를네 2층 창문 안쪽에서 리사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구를 꽂고 있었다.
"저건…"
"내 전 여자친구랑 내 형제."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꿈에선 저 창에서 내가 길바닥에서 죽는 걸 구경했어요."
엘레나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옅은 갈색 눈동자가 창고의 백열등 아래서 맑게 빛났다.
"내가 뭐라고 말해주길 원해요?"
엘레나가 조용히 물었다. "그런 건 하면 안 된다고요. 아니면 잘했다고요?"
"하고 싶은 말 해요."
엘레나는 대답 대신 주방 구역으로 걸어갔다.
냉장고를 열더니 계란 두 개와 베이컨 몇 장을 꺼냈다.
"배고파요. 계란은 한쪽으로 할까요. 양쪽으로 할까요?"
나는 잠깐 멈칫하다가 말했다. "한쪽."
"좋아요."
엘레나가 불을 켜고 기름을 두르며 웃듯 말했다. "굶어 죽을지 복수할지 고민하기 전에, 일단 배부터 채울게요. 당신은 계란 몇 개?"
"두 개."
팬에서 베이컨이 지글지글 튀었고, 계란 가장자리가 노릇하게 익어갔다.
엘레나 손놀림이 익숙했다. 혼자 밥을 해 먹는 사람이란 게 티가 났다.
"알아요?"
엘레나가 등을 보인 채 말을 이었다. "병원에선 원칙이 있어요. 환자 선택을 평가하지 않는 거요. 마약하다가 ICU에 실려 와도 살리고, 음주운전으로 다리를 부러뜨려도 치료해요. 내 역할은 당신이 살아 있게 만드는 거지 당신이 살아도 되는지 판결하는 게 아니니까."
엘레나가 종이 접시에 계란을 담아 내게 건넸다.
"근데 여긴 병원이 아니죠."
엘레나는 자리에 앉아 포크를 들었고, 내 쪽을 한번 올려다보며 덧붙였다.
"여긴 당신 안전가옥이고, 규칙도 당신 거예요. 나를 밖에 내몰아서 좀비 밥으로만 만들지 않는다면… 난 상관없어요."
나는 접시를 받았고, 베이컨의 탄내 섞인 고소함과 계란의 뜨거운 김이 동시에 올라왔다.
"고마워요."
엘레나가 내 마음을 이해해준 게 고마웠다. 적어도 내가 미쳤다고 손가락질하진 않았으니까.
"그럼 먹어요."
엘레나가 자기 몫을 자르기 시작했다. "먹고 나면 약품 정리 좀 도와줘요. 유통기한 순서대로."
우리는 조용히 밥을 먹었다.
창고 안엔 포크가 종이 접시를 긁는 소리만 났고, 멀리서 크리스마스 음악이 희미하게 흘러들었다. 어딘가 이웃이 파티를 하는 모양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엘레나는 정말로 약품 정리를 시작했다.
약병마다 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상자에 라벨을 붙여 용도와 용량을 적어두는 모습이 집중력 하나는 끝내줬다.
나는 방어 준비를 계속했다.
출입문 쪽엔 트립와이어 경보를 달고, 무전 장비를 점검하고, 총기마다 오일을 먹여 상태를 확인했다.
밤 여덟 시, 휴대폰이 울렸다.
카를이었다.
"형제, 너 어디야? 리사가 스테이크 다 구웠어!"
"급한 일 생겼어. 내일 보자."
나는 목소리를 가볍게 눌렀다. "내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갈게. 좋은 술 한 병 가져갈게."
"그래…"
카를이 잠깐 실망한 듯했지만 금방 다시 들떠서 말했다. "아. 그리고 내 사촌이 공사 앞당길 수 있대! 돈만 들어오면 다음 주에 바로 시작한다더라!"
"좋아. 은행 쪽 절차는 다 끝냈어."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내일 아침 일곱 시면 입금될 거야."
그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밤 열 시, 우리는 침낭 두 개를 깔았다.
사이에 선반 두 줄을 두고 떨어져 누웠고, 불을 끄자 창고는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블라인드 틈으로 가로등 빛이 가느다란 선 몇 줄로만 스며들었다.
"잭."
어둠 속에서 엘레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오늘 나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 여동생이 죽기 전에 그랬어요.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누구랑 같이 사느냐라고요."
엘레나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당신이… 맞는 선택이었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래요."
오래 침묵이 흘렀고, 내가 엘레나가 잠든 줄 알았을 때 엘레나가 다시 물었다.
"만약 내일 그들이 정말로 문 두드리면, 열어줄 거예요?"
나는 천장에 드리운 그림자를 바라봤다.
"안 열어."
"좋아요."
엘레나가 몸을 뒤척였고 천이 바스락거렸다.
"잘 자요. 잭."
"잘 자. 엘레나."
열두 시간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