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오후 두 시, 총포상에서 주문한 물건을 전부 받았다.
조가 상자들을 픽업트럭 뒷좌석으로 옮겨 실어주고는 마지막에 길쭉한 알루미늄 케이스 하나를 내밀었다.
"덤이야."
그가 말했다. "군용급 열화상 조준경, 배터리만 48시간 간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해."
나는 케이스를 열었다.
렌즈가 햇빛을 받아 음울한 초록빛으로 번들거렸다.
"이거 싸지 않잖아."
내가 중얼거리자 조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산 것만 해도 나 이번 해는 든든하게 나겠다."
오후 네 시, 창고로 돌아와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방탄유리 안쪽에는 여닫을 수 있는 사격구를 추가로 달았고, 문은 강철 안전문으로 교체해서 잠금 포인트를 세 군데로 늘린 뒤 문틀은 앵커볼트로 콘크리트 벽체에 박아 고정했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깔고 배선은 실내 배터리 뱅크와 인버터로 연결했다.
여섯 시쯤 되자 큰 틀은 끝났다.
이제 창고는 거의 벙커였다.
그리고 300야드 너머, 카를의 집 거실에는 따뜻한 노란 불빛이 켜졌다.
열화상 조준경을 통해 보니 사람 형태의 열원이 셋 움직이고 있었다.
카를, 리사, 그리고 한 명 더, 카를의 사촌일 거다. 그 '건설회사 사장'이라는 놈.
셋은 식탁에 앉아 있었고 리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접시를 들고 누군가에게 다가가더니 허리를 숙이는 순간 열화상 윤곽이 또렷하게 잡혔다.
리사는 그들의 식사를 챙기고 있었다.
아마 그들은 상상도 못 했겠지, 내가 지금 여기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그래서 일부러 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리사, 어디야?"
리사는 더듬거리며 얼버무렸다.
"나, 나 밖이야. 왜?"
"아냐, 그냥."
나는 그렇게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둠 속에서, 길 하나와 거짓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는 조준선 십자선을 그들의 머리 위로 차례차례 옮겼다.
리사, 카를.
호흡은 안정적이었고 손도 더 안정적이었다.
지금 방아쇠를 당기면, 둘은 틀림없이 죽는다.
하지만 당기지 않았다.
이렇게 죽여버리기엔, 너무 싸게 끝난다.
새로 산 군용 라디오를 켜서 지역 뉴스 주파수로 맞췄다.
앵커는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크리스마스 시즌 방역에 주의하라고 떠들어댔다.
나는 라디오를 껐다가 침낭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천장에선 환기 덕트 그림자가 가로등 빛에 길게 늘어졌다.
내일은 12월 23일.
크리스마스이브까지 48시간.
전생에서 그들이 나를 좀비 떼로 밀어 넣기까지 72시간.
12월 24일, 아침.
샘스클럽 물류 통로 입구에 서서 지게차가 마지막 통조림 두 팔레트를 물류업체 박스 트럭에 싣는 걸 지켜봤다.
"이걸 전부 개인 주소로 보내시는 게 맞으세요?"
주황색 조끼를 입은 매니저가 땀을 훔치며 태블릿 화면을 들어 보였고 거기엔 말도 안 되게 긴 주문 목록이 떠 있었다. "이 정도면… 최소 오십 명이 반 년은 먹겠는데요."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예요."
나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작년에 예산 남겼다가 사장한테 욕 먹어서요."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말에 억지로 돈 쓰는 꼴을 한두 번 본 게 아닌 표정이었다.
그래도 내가 추가로 주문한 생수 스무 박스, 군용 디젤 열 통, 산업용 정수기 두 대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눈썹이 올라갔다.
"파티에 정수기가 필요해요?"
"야외 행사 구역이요."
"배송은 분리해서 갈 거고, 주소는 메일로 보냈습니다."
서명하는 동안 옆 통로에서 누군가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요가 레깅스를 입은 금발 여자가 동행에게 눈을 굴렸다.
"저 미친 사람 봐, 종말 대비 비축충 또 시작이네."
옆의 여자가 킥킥 웃었다. "매년 크리스마스 전에 저런 정신병자 꼭 나와, 2012년엔 마야 예언이었고 이번엔 또 뭐냐?"
나는 마지막 서명을 끝내고 고개를 들어 그들을 한번 봤다.
그들은 바로 입을 다물고 쇼핑카트를 밀며 빠르게 사라졌다.
매니저가 목소리를 낮췄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떤 사람들은 그냥…"
"괜찮아요."
나는 펜을 돌려주며 말했다. "내일 오후 다섯 시 전까지 전부 도착해야 해요. 급행비는 내가 낼게요."
마트를 나서자 로스앤젤레스 오후 햇빛이 주차장 아스팔트를 물러지게 만들 정도로 뜨겁게 내리꽂혔다.
픽업트럭 뒷좌석은 오늘 산 물자로 이미 꽉 차 있었고, 건자재 가게 사장은 나를 보는 눈빛이 거의 연쇄살인마 보듯했다.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리사였다.
"잭! 너 어디야?"
그녀 목소리는 설탕처럼 달라붙었다. "내 친구가 너 트럭 한가득 뭘 사는 거 봤대, 자기야. 우리 집 차고는 더는 못 쌓아."
"집에 쓸 거 아니야."
나는 시동을 걸었다. "창고 하나 임대했어. 회사 장비 보관하려고."
"아…"
리사가 잠깐 멈췄다가 물었다. "그럼 오늘 저녁은 와? 우리 약속했잖아."
"여섯 시에."
나는 핸들을 돌렸다. "스테이크 들고 갈게."
"너 진짜 와야 돼."
그녀 목소리에 애교 섞인 협박이 묻어났다. "나 너 삼 일이나 못 봤어."
전화를 끊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두 시, 좀비 사태까지 26시간.
준비는 전부 끝났다.
이제 마지막 한 가지, 엘레나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