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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날카로운 피톤이 바위에 긁히며 박혀 들어가는 금속음이 바람 속에서 희미하게 섞여 들렸다. 겉보기엔 단단해 보였지만, 조금만 압력을 주면 바로 빠질 만큼 느슨하게 고정된 피톤들이었다.

내가 밟기만 하면 발아래로 무너져 떨어질 덫이었다.

한 발 한 발 위로 오를수록, 손끝과 발끝에 실린 체중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심장을 쥐어짜듯 조여왔다.

손가락 틈으로 피가 흘러내렸고, 바닷바람은 그 피를 진홍색 실선처럼 허공에 흩뿌렸다.

라이브 채팅창은 광기에 가까운 속도로 올라갔다.

[와… 이건 진짜 너무 잔인하다!]

[보기만 해도 손바닥이 아픈데?]

[잠깐, 나 베팅 바꿀래. 이 여자 눈빛이 장난 아님. 올라온다.]

절벽 위에서 지켜보던 의사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사장님, 이대로 가면 큰일 납니다."

그러나 강수현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너무나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지켜보고 있어. 어떤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것뿐이야."

이세미는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여린 음색을 얹었다. "저건 다 연기예요. 최하린 씨는 학생들 데리고 매일 수십 미터씩 등반하잖아요. 그때 수현 씨가 말했잖아요, 제가 바위에서 겪은 고통을 똑같이 느껴보라고요."

강수현의 눈이 가늘어지며 다시 차갑게 타올랐다.

라이브 채팅은 더욱 광란으로 치달았고, 그때 갑자기 눈에 띄게 커다란 메시지가 화면을 뒤덮었다.

[익명의 유저, 150억 원 베팅: 최하린은 스스로 절벽을 완주한다.]

라이브 화면에 뜬 150억 원 베팅은 폭탄처럼 터져나가며 댓글창을 불태웠다.

[미쳤다! 150억?]

[이건 아무리 봐도 일반인이 아니다… 뒤에 누가 있는 거야?]

강수현의 시선이 느리게 어두워지며 내 쪽으로 꽂혔다. 칼날 같은 눈빛이었다. "말해. 그 베팅, 누가 너 대신 건 거야? 따로 숨겨둔 남자라도 있어?"

나는 고개를 들어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았다. 바위처럼 얼어붙은 냉기로 맞섰다.

"당신이 알 필요 없어. 내가 위에 올라가면, 우리 이혼해."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수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뒤틀렸고 손등의 핏줄이 도드라지며 잔뜩 죄어들었다.

"이혼?"

그는 낮게 웃었다. 비웃음이었고, 온기가 하나도 없었다.

"네가 멀쩡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는 바로 경호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게 등반 도전이라며? 그럼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보자. 바위 좀 굴려."

순간, 심장이 꽉 움켜잡힌 듯 얼어붙었다.

몸속의 피가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듯 얼굴이 새하얘졌다.

곧이어 경호원 몇 명이 바윗덩이를 들고 내가 오르는 루트 쪽으로 굴리기 시작했다.

후드드득— 데구르르—

떨어지는 바위는 바람을 갈라 비명을 지르듯 떨어졌고, 내 얼굴을 스치며 추운 공기를 몰아쳤다. 거센 파도에 부딪힌 바윗덩이가 폭발하듯 부서지며 흰 물보라가 솟구쳤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내 무력함을 비웃는 유령처럼 느껴졌다.

"강수현! 미쳤어?!"

나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이러다 사람 죽어!"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웃음을 흘렸다.

"실전 등반을 재현하는 거지. 프로라면서? 반응이 너무 오버 아닌가?"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거대한 바윗덩이 하나가 루트 정면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망칠 시간이 없었다.

난 그저 몸을 절벽에 바짝 붙이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마저도 늦었다.

쾅!

폭발음이 절벽 전체를 울렸다.

바윗덩이는 내 어깨를 스치듯 세게 들이받았고, 몸의 절반이 충격에 밀려나며 균형을 잃었다.

등은 거친 암벽에 긁혀 그대로 갈라졌고, 타는 듯한 통증이 그대로 머리까지 치솟았다.

손가락 마디가 충격으로 반 뼘쯤 밀려나며 힘이 빠졌고, 온몸이 휘청이며 허공으로 떨어질 뻔했다.

발 아래 지탱하던 확보 지점도 한쪽이 부서져 바스러진 조각들이 후드득 소리를 내며 깊은 바다로 떨어졌다.

라이브 채팅창은 또 한 번 폭발했다.

[야, 진짜로 맞았다!]

[이건 장난이 아니라 살인미수다, 미친 놈들아!]

절벽 위의 전속 의사가 결국 초조함을 숨기지 못했다.

"사장님! 저분 상처 벌어졌습니다, 더하면 정말 위험합니다!"

강수현의 표정도 순간 일그러졌다. "난 작은 바위만 굴리라고 했지, 누가 저렇게 큰 걸 쓰래?!"

그는 몸을 홱 돌리며 경호원들에게 소리 질렀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죽이고 싶어서 환장했어?!"

의사는 급히 응급키트를 꺼내 내 출혈을 막으려 했고, 그 순간 이세미가 앞으로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제가 하린 씨 도울게요. 하린 씨한테 무슨 일 생기면 안 돼요."

그녀는 응급키트를 받아 들었지만,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어머!"

응급키트가 그녀 손끝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하늘을 그리며 느린 곡선을 그린 케이스는 절벽 가까운 바위에 세게 부딪혀 쿵 소리를 냈고, 그대로 굴러 떨어져 절벽 아래의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단 한 조각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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