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절벽 위에 있던 경호원들이 신호를 받자마자 안전 로프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검은 장갑을 낀 손들이 내 손목 쪽으로 뻗어오는 게 선명히 보였다.
라이브 채팅은 이미 난리가 났다.
[장갑 벗겨! 맨손으로 붙어 보라고 해!]
[이제야 볼 만해지네!]
[한 시간도 안 돼서 울면서 빌 거다에 10만 원 건다!]
경호원의 그림자가 내 위로 드리워졌고, 그는 몸을 숙여 내 보호 장갑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거부할 틈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그만—"
본능적으로 뿌리치려 했지만, 미끄러운 암벽 위에서 그 저항은 한심할 만큼 미약했다. 바로 다음 순간, 내 등반용 장갑이 강제로 벗겨졌고 두꺼운 핑거 프로텍터까지 함께 사라졌다.
맨손이 드러나는 순간, 날카로운 바위가 바로 손바닥을 갈라놓았고 피가 스며 흘러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상처 사이로 파고들며 수천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퍼졌다.
라이브 채팅은 다시 폭발했다.
[와, 이게 진짜 익스트림이지!]
[손 다 벗겨졌네, 하하하!]
[30분 안에 울면서 살려달라에 20만 원 건다!]
절벽 위에서 강수현의 품에 기대 선 이세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쓸어내리며 만족스러운 음색으로 말했다. "수현 씨, 이제 됐어요. 최하린 시는 어릴 때부터 고생 한 번 안 해본 애예요. 몇 분도 못 버틸걸요."
나는 비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들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순진한 척 그만하지 그래. 20미터도 못 오른 건 당신 체력이 부족해서지, 그게 왜 내 탓이야? 문제점 다 말했고 오지 말라고도 했는데, 끝까지 고집 피운 건 당신이잖아. 누구 탓을 하려고?"
이 말에 이세미의 미소가 잠깐 굳었다. 하지만 금세 다시 여린 표정으로 돌아갔다. "또 저를 나쁘게 말하네요… 저도 제가 이렇게 체력이 약한 게 싫어요."
그러자 강수현의 눈빛이 즉시 얼음처럼 식었다. "아직 정신 못 차렸네."
그는 경호원에게 손짓했다.
"앞쪽 루트에 느슨한 피톤 몇 개 박아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