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제8장 관계가 들통났나?

윤채원은 배진욱의 차에서 어떻게 내렸는지조차 기억나지 못했다.

햇살이 그녀의 온몸을 따갑게 내리쬐며, 머리까지 어질어질했다.

머릿속에는 배진욱의 날카로운 눈빛과 그가 쥐고 있는 이강우의 약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온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때, 반짝이는 파가니가 그녀 앞에 급브레이크와 함께 멈춰 섰다.

윤채원은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붉은색 인어 꼬리 드레스를 입은 박소연이 차에서 내렸다.

커다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채원아, 우리 얘기 좀 할까?”

박소연을 바라보며,

윤채원은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꽉 쥐었다.

“너랑은 얘기할 게 없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걸어가려 했다.

두 걸음 정도 걸어갔을 때, 박소연의 불쾌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어제 일부러 나타난 거지, 그렇지?”

어제는 박소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날이었다.

배진욱이 거액을 들여 주최 측과 협력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그녀의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날이었다.

박소연에게는 국제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하지만 윤채원의 ‘연기’ 작품으로 인해 그녀의 전시는 완전히 빛을 잃어버렸다.

지금 여성 전체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누가 누구의 배경이 되었는지는 명확했다.

윤채원의 등장이 일부러가 아니었다는 말은 박소연조차 믿을 수 없었다.

윤채원은 뒤돌아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내 걸 그렇게 많이 빼앗은 건, 일부러 아니었어?”

그 말이 끝나자, 박소연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창백해졌다.

‘알아버렸구나!’

박소연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며, 윤채원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는 덧붙였다.

“네가 정말 실력이 있었다면, 내 작품 하나에 주 전시가 망가지진 않았겠지?”

“윤채원, 넌 돌아오면 안 됐어!”

돌아오면 안 됐다고?

윤채원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그때, 이강우의 차가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윤채원은 차 문을 열면서도, 박소연을 향해 말했다.

“내 것이었던 건 내가 모두 되찾을 거야. 하지만 그 남자는…”

여기서 말을 잠시 멈추고, 이강우를 힐끗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네가 내가 쓰던 걸 그렇게 좋아한다면, 기꺼이 너한테 줄게.”

그 말을 남긴 뒤, 윤채원은 차에 올랐다.

박소연은 그 자리에 서서 두 손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날 것 같았지만,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윤채원은 언제나 그녀 앞에서 그렇게 우뚝 서 있었다.

윤채원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굴욕감이 밀려오고, 박소연의 눈에는 독이 가득한 증오가 번졌다.

차 안에서

이강우는 윤채원에게 물병을 건네주며 물었다.

“그녀가 오기 전에 배진욱이 왔었어?”

“응.”

“그가 지금 널 찾아온 이유가 뭐야?”

“뻔하지. 너랑 이혼하라고 하더라.”

이강우: “……”

그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어제 윤채원이 배진욱을 피하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소라면 농담으로 넘길 수 있었겠지만, 어제는 상황이 달랐다.

기자들과 언론이 몰려 있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특히 복잡한 환경에서는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이 일로 우리 관계가 들통날 수도 있는데, 걱정 안 돼?”

윤채원: “……”

그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볍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강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왜 그와 마주치기만 하면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거야?”

“네가 알면 그렇게 말 못 해. 3년 전, 그에게 몰려 도망칠 곳조차 없었어.”

윤채원은 삼켜버린 분노를 겨우 억누르며 말했다.

3년 동안 그녀가 겪었던 일들.

하지만 배진욱의 수법과 행동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임신 9개월. 곧 출산을 앞둔 그녀에게 그는 아이를 없애라고 명령했다.

그때의 기억만 떠올라도, 윤채원의 몸은 떨렸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이강우의 얼굴도 굳어졌다.

3년 전의 일은 그도 알고 있었기에, 윤채원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던 이유였다.

이강우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옆에 있을게.”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