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계속 널 찾았어
배씨 저택.
고풍스러운 멋이 가득한 공간.
이 저택은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꾸준히 보수되어 항상 새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곳은 배씨 가문의 세대에 걸친 영광과 명예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였다.
배아연은 들뜬 모습으로 윤채원을 데리고 돌아왔다.
마침 거실에서 배진욱의 어머니, 김가현을 만났다.
“엄마! 내가 누구를 데려왔는지 봐봐요!”
우아하면서도 가녀린 김가현은 윤채원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아연처럼 반가운 기색은커녕, 차가운 눈빛과 엄격한 표정이었다.
김가현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연아, 네 올케한테 줄 디저트가 준비됐는지 가서 확인해 보렴.”
“엄마, 할아버지가 언니를 데려오면 바로 뵙게 하라고 하셨잖아요.
디저트는 나중에 먹어도 되잖아요!”
“아연아!”
김가현의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
그 안에 담긴 엄격함과 날카로움에, 고집을 부리던 배아연은 순간 움찔했다.
윤채원은 배아연의 손을 살짝 놓으며 말했다.
“먼저 가서 디저트 좀 봐줄래? 나도 좀 출출하네.”
“응, 알았어요.”
윤채원이 말하자, 배아연은 순순히 발걸음을 돌렸다.
사실 그녀도 어머니가 화가 난 모습은 무서웠다.
배아연이 떠나고, 김가현은 다시 윤채원을 바라보았다.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엄숙했다.
“3년 넘게 떠나 있더니,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큰일을 일으켰더구나.
채원아, 뭐든 적당히 해야 해.”
한마디 한마디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녀의 안부를 묻기는커녕,
돌아온 순간부터 집안에 문제만 일으켰다는 듯한 태도였다.
역시 배씨 가문은 냉정했다.
배진욱의 차가운 성격도 어머니인 김가현에게서 물려받은 듯했다.
윤채원의 얼굴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씨 가문에 끼친 영향은 모두 저와 배진욱 씨의 관계 때문이에요.
걱정 마세요. 곧 관계를 정리할 거니까요.”
그 말이 끝나자, 김가현의 엄격한 표정은 한층 더 얼어붙었다.
“네가 진욱이랑 이혼하겠다고?”
“저도 그게 어머니께서 바라시는 바라고 생각해요.”
“너…!”
김가현의 목소리에는 순간 분노가 서렸다.
윤채원은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였다.
김가현이 더 말을 하기 전에, 윤채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머니,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저는 할아버지를 먼저 뵙고 오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윤채원은 돌아서서 옆 건물로 향했다.
그녀의 태도에는 더 이상 예전처럼 김가현에게 잘 보이려는 기색이 없었다.
배진욱과 결혼하기 전에는 그래도 상황이 괜찮았다.
하지만 결혼 이후, 김가현은 윤채원을 대놓고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일반 가정이라면 이런 시어머니와 한 집에서 살 수 있었을까?
그 누구라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배씨 저택의 중심부에 자리한 본관.
이곳은 배씨 가문의 가장 크고 웅장한 건물이었다.
본관 앞에서는 배씨 가문의 충성스러운 집사 진상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윤채원을 보자마자 반갑게 다가와 말했다.
“아가씨, 오셨군요! 할아버지께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상우 아저씨.”
“네.”
“할아버지는 잘 지내세요?”
이번에는 김가현 앞에서와는 달리, 윤채원의 태도에는 따뜻함이 묻어났다.
윤채원이 할아버지를 걱정하며 묻자,
진상우는 눈시울을 붉히며 답했다.
“어르신께서는 건강하게 잘 지내십니다.
다만 지난 몇 년간 아가씨를 걱정하셨습니다.
아가씨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믿지 않으시고,
계속 사람을 보내서 찾으셨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녀의 소식은 끝내 들려오지 않았다.
그날의 교통사고.
윤채원은 너무나 급하게 떠나야 했기에,
뒤에 남겨진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을 찾을 줄은 몰랐다.
배진욱이 그녀가 죽지 않았다고 믿고 오랫동안 찾아다녔을 때도
그녀는 무심하게 외면했다.
하지만 배진욱의 할아버지가 자신을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윤채원의 목이 갑자기 메여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