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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부하들은 밤새 호텔을 지키고 있었고, 문현정이 객실 문을 나서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백서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문현정은 아직도 그 방 안에 있을 거라고.

백진헌이 침묵하자, 그는 더더욱 도둑이 제 발 저린 거라 여겼다.

기세를 얻은 백서진은 그대로 객실 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현정아, 현정아! 안에 있는 거지? 무서워하지 마, 내가 구하러 왔어!"

주변은 숨소리조차 죽은 채, 모두가 드라마의 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백서진이 한참을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순간 그의 미간이 움찔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는 머릿속으로, 옷이 흐트러진 문현정이 방에서 뛰쳐나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히스테릭하게 백진헌을 고발하는 장면을 그려 두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이상하네. 현정이는 분명 안에 있어. 직원 불러서 문 열어."

백진헌의 얼굴은 더 차갑게 굳었다.

"백서진, 이제 그만하지?"

백서진은 슬슬 불안해졌지만, 끝까지 강하게 나갔다.

"삼촌, 문을 못 여는 건 찔리는 게 있어서겠죠? 현정이를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기자들도 덩달아 몰아붙였다.

"백 대표님, 문을 열어서 보여 주시면 오해도 풀릴 텐데요."

"문현정 씨가 정말 안에 계신 건 아닌가요?"

백진헌은 냉랭한 기운을 온몸에 두른 채 낮게 말했다.

"문을 열었는데, 안에 아무도 없으면?"

백서진은 속으로 비웃었다.

자기가 직접 들여보낸 사람인데 없을 리가 없었다. 분명 문현정이 수치심에 나서지 못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문만 열면 되잖아요."

그때였다.

"띵—"

옆쪽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문현정과 그녀의 어머니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단정하고 품위 있는 차림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문현정은 옅고 정갈한 화장을 하고 있었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내어 화사하면서도 단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목과 몸에는 백진헌이 남긴 푸른 자국들이 가득했지만, 모두 꼼꼼히 가려져 있었고, 목에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실크 스카프가 둘러져 있었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에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죠?"

문현정의 어머니는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문현정을 본 순간, 백서진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굳어 버렸다.

그의 부하들 역시 서로 얼굴만 마주볼 뿐, 누구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밤새 지키고 있었는데, 문현정은 방을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호텔 '밖'에서 들어오는 엘리베이터에서, 그것도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나타난 걸까.

백진헌은 무표정한 얼굴로 문현정을 힐끗 바라봤다. 다시 한 번 마음의 끈이 팽팽히 당겨졌다.

여전히 그는 어젯밤의 일이 백서진과 문현정이 함께 꾸민 계략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침대에 남아 있던 선혈을 떠올리자, 마음 한구석에 묘한 의문이 스쳤다.

문현정은 정말로 처음이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문현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백서진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지며, 입가에 옅은 비웃음을 걸었다.

"문현정, 너…."

백서진이 말을 잇지 못하자, 문현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서진아, 여진이한테 방금 전화 왔었어. 이 호텔에 있다길래, 엄마랑 마침 근처를 지나던 김에 같이 커피나 마시려고 들렀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덧붙였다.

"어느 방이라고 했더라? 868호였나?"

문현정은 그렇게 말하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확인 전화 한 번 해볼게요."

전생의 기억 속에서, 백서진은 분명 868호에 묵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에는 박여진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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