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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오전 8시 30분, 하얏트 호텔.

백서진이 보낸 사람들이 호텔 밖에서 대기하며 백진헌의 객실 문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와는 달리, 다른 쪽의 호화 스위트룸 안은 지나치게도 은밀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서진 오빠, 문현정이 그렇게 오빠만 바라보면서 십 년 넘게 매달려 왔잖아. 그런데 정말 과감하네, 자기 약혼녀를 삼촌 침대에까지 밀어 넣다니."

박여진은 부드럽게 몸을 기댄 채,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위에 장난스럽게 원을 그렸다.

백서진은 나른하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내뿜은 연기가 천천히 흩어지는 사이, 그의 눈빛에 서늘한 독기가 스쳤다.

"미끼를 아끼면 큰놈을 못 잡는 법이야. 문현정 그 멍청한 여자, 아직도 날 구세주처럼 여기잖아.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써먹을 때지."

"조카 약혼식 날, 술에 취한 삼촌이 조카 며느리를 덮쳤다? 이게 기사로 터지기만 하면…."

박여진의 눈에는 노골적인 쾌감이 번뜩였다.

"저 잘난 백진헌도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백서진 역시 성은 '백'이었지만, 그는 백씨 가문의 진짜 피붙이가 아니었다.

다섯 살 되던 해, 어머니를 따라 재혼하면서 백씨 집안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그의 새아버지 백정훈은 백진헌의 친형이었지만, 성품은 온순해도 선천적으로 지적 능력이 부족해 가업을 이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결국 거대한 백씨 그룹은 백진헌이라는 타고난 승계자에게로 갈 수밖에 없었다.

백서진에게 돌아올 몫이라곤 약간의 돈과 얼마 안 되는 지분뿐, 평생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삼촌'을 올려다보며 살아야 했다.

왜 그래야 하지?

사생아라는 이유만으로, 그는 절대 후계자가 될 수 없는 걸까.

백진헌은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

"그래도 문현정은 안 불쌍해?"

박여진이 일부러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백서진은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비아냥거렸다.

"해람시 재정부 고위 인사인 아버지 덕 아니었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어. 약혼은 더더욱 말도 안 되지. 하루 종일 들러붙는 꼴이 얼마나 역겨운지 알아?"

"그럼, 삼촌이랑 잤어도 그래도 결혼은 할 거야?"

"당연히 하지."

백서진의 눈에 음험한 빛이 스쳤다.

"삼촌한테 안겼는데도 내가 결혼해 준다? 그럼 나중에 문씨 집안 재산은 전부 우리 거 되는 거잖아."

"진짜 못됐어."

박여진은 투정부리듯 그의 가슴을 한 번 두드렸다.

"여진아, 걱정 마. 내가 문현정이랑 결혼하더라도, 내 마음속에는 너밖에 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몸을 뒤집어 그녀를 눌렀다.

"아, 싫어. 거의 아홉 시잖아. 이제 슬슬 잡으러 가야지."

"뭐가 그렇게 급해. 조금만 더 즐기자."

두 사람이 한창 분위기에 취해 있을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도련님!"

수화기 너머로 부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진헌이 방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바로 오셔야 합니다!"

백서진의 눈빛이 번쩍였다.

"좋아, 바로 간다. 계획대로 움직여. 반드시 붙잡아."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급히 옷을 챙겨 입었다.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흥분과 잔혹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미끼가 제대로 물었어. 얼른 가자."

박여진 역시 들뜬 얼굴로 따라 일어섰다.

어젯밤 백진헌과 문현정이 같은 방에서 밤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슨 일이 있었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이 스캔들이 터지면 해람시 전체가 들썩일 게 분명했다. 문현정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끝장나고, 평생 그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될 터였다.

5분 뒤, 호텔 로비.

백서진의 부하들과 기자들이 백진헌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 피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집요했다.

"백 대표님, 어젯밤 문현정 양과 함께 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두 분, 함께 밤을 보내신 겁니까?"

"문현정 양은 어제 조카분과 약혼하신 분인데, 왜 단둘이 호텔에 계셨던 거죠?"

"문현정 씨는 아직 객실에 계신 건가요? 직접 해명해 주시죠."

백진헌의 표정은 가라앉아 있었고, 잘생긴 이목구비에는 차가운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어젯밤, 그는 분명 판단을 그르쳤다. 누군가의 함정에 걸려 약을 먹었고, 결국 문현정과 관계를 맺고 말았다.

이건 분명 백서진과 문현정이 손잡고 짜낸 덫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백진헌의 경호원들이 급히 달려와 앞을 막아섰다.

"비켜주십시오. 대표님은 인터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더 기세를 올렸다. 애초에 백서진이 돈을 주고 불러 모은 사람들이었으니,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순간, 백서진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채 억지로 인파를 비집고 들어와 백진헌 앞에 섰다.

"삼촌, 저 어젯밤 내내 현정이를 찾았는데... 전화도 안 받고, 사람도 안 보이고… 정말 무슨 일 난 줄 알고 걱정했어요."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어젯밤 삼촌이랑 같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백진헌은 이 탐욕스러운 '조카'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살기가 서서히 끓어올랐다.

백씨 가문을 집어삼키기 위해서라면, 이런 비열한 수까지 쓰는 인간이었다.

백서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가장한 채 말을 이어 갔다.

"설마… 현정이가 진짜 삼촌 방에 있는 건 아니죠? 삼촌, 혹시 정말로 현정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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