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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문현정은 백서진과 약혼식을 올렸던 그날 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그녀는 누군가에게 술을 잔뜩 마시게 된 뒤 정신을 잃었고, 그대로 백진헌의 방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백진헌 역시 누군가에 의해 약을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백진헌은 상대가 문현정이라는 사실을 알아보고 마지막 남은 이성을 붙잡은 채 멈춰 섰다. 그는 욕실로 들어가 밤새도록 찬물을 뒤집어쓰며 버텼다.

그럼에도 그녀는 백서진을 돕기 위해, 백진헌이 자신을 강제로 범했다고 거짓으로 고발했고, 그 결과 그는 삼 년의 수감 생활을 겪어야 했다.

그 삼 년은 백진헌의 인생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오점으로 남았다.

그런데도 백서진은 사건 이후 그녀를 '삼촌에게 더럽혀진 여자'라며 노골적으로 혐오했고, 방탕한 여자라고 단정 지었다. 결혼 후에는 냉담하게 등을 돌린 채, 문씨 가문의 자원과 배경을 빨아들이는 도구로만 이용했다.

나중에서야 문현정은 이 모든 것이 백서진과 박여진이 짜 놓은 치밀한 계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문현정이 백서진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백진헌을 강간범으로 몰아갈 거라고.

전생에서 그녀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이번 생에서는, 그 대가를 한 치도 빠짐없이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눈앞에서 욕망에 휩싸인 남자를 바라보며, 문현정은 스스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백진헌, 미안해요…"

문현정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순간, 백진헌의 몸이 굳었다. 그는 이를 악문 채 간신히 물러섰다.

"왜 네가 여기 있어? 당장 나가."

쉰 목소리에는 약효와 싸우는 고통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문현정은 눈시울이 시큰해진 채 그의 목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백진헌, 많이 힘든 거 알아요. 내가… 당신의 해독제가 될게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몸을 더 바짝 붙이며, 서툴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으읏... 나가..."

"백진헌, 처음은 당신에게 줄게요. 그걸로… 속죄할게요. 책임도 바라지 않아요."

그의 호흡은 완전히 흐트러졌고, 몸은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약효는 파도처럼 몰아쳤고, 버티고 있던 이성의 선은 끝내 무너졌다. 결국 그는 완패했고, 강한 약기운은 새벽이 희미하게 밝아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마지막으로 몸이 크게 떨린 뒤에야, 백진헌은 완전히 힘이 빠진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문현정 역시 온몸이 부서진 듯 몇 번이나 정신을 놓칠 뻔했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눈을 떴다.

날이 밝으면 백서진이 사람들을 데리고 현장을 잡으러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짜 놓은 함정이었다.

이번 생에서는 절대 그의 계획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참고 문현정은 간신히 옷을 챙겨 입었다. 방문 밖에는 분명 백서진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을 터였다. 문으로 나서는 순간 그대로 들킬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길을 택했다.

발코니로 조심스럽게 몸을 옮겨, 옆방 발코니로 넘어간 뒤 아무도 모르게 호텔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떠난 직후, 방문 밖에서 다급한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쾅쾅!"

문고리가 거칠게 흔들렸다.

침대 위에서, 백진헌이 갑자기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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