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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일 웨딩 플래너 만나는 일정은 취소해."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정교한 다이어리를 바라봤다. 내일 날짜 아래, 우아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결혼식 메뉴와 꽃 장식 최종 확인."

우현도가 갑자기 결혼식을 취소하려는 이유는 몰랐다.

하지만 어차피 이 결혼식은 처음부터 내 마음속에서 끝난 일이었다.

그가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도, 나는 다른 핑계를 대서 미뤘을 것이다.

지금 그가 먼저 얘기하니 오히려 일이 더 쉬워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전화해서 알릴게."

말이 끝나자 우현도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내가 이렇게 쉽게 동의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히 이유를 따지고 묻고,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겠지.

결혼식의 모든 절차는 내가 몇 달을 들여 정성껏 준비한 것이었다.

이번에 만나기로 한 주방장도, 내가 직접 인맥을 동원해 설득해온 사람이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우리 결혼식만을 위한 특별 메뉴를 만들기로 했고, 꽃 장식 또한 장인급 플로리스트에게 맡겨 완벽을 기하려 했다.

이 모든 것은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위해 쌓아올린 것들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모든 걸 내려놓았다.

우현도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예약 취소는 안 해도 돼."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최세라가 그러는데, 자기는 이번 생에 결혼할 기회가 없대. 나랑 아말피 해안에 한 번 가보고 싶다더라. 그걸로 결혼식을 가져본 것처럼 생각하면 인생에 후회가 없을 거래."

"내일 바로 출발할 거야. 메뉴랑 꽃 장식은 우리 돌아와서 다시 얘기하자. 어차피 시간은 있잖아."

그의 어조는 한 달 전처럼 담담했다.

마치 비즈니스 미팅을 정리하듯, 차분하고 논리적이었다.

겉으론 상의하는 듯 들리지만, 그가 내린 결정을 통보하는 말에 불과했다.

낮게 내려앉은 내 눈꺼풀이 비웃음을 감췄다. 돌아와서 다시 얘기하자고?

우현도는 아직 내가 C시에 13일밖에 더 머물지 않는다는 걸 모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는 이미 나중이라는 게 없다는 걸.

나는 짧게 "응"이라고 대답하고 몸을 돌려 침실로 향했다.

이 결혼식은 어차피 없을 일이다.

그가 누구와 둘만의 세계를 보내든, 이제 나와는 상관이 없다.

우현도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나는 지나치게 평온했고, 따져 묻는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가 준비해둔 수많은 변명과 설득의 말들은 한순간에 무의미해졌다.

그때 최세라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아무 말 없이 테라스로 나갔다.

그리고 익숙한, 낮고 부드러운 이탈리아어로 통화를 시작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마침 우현도는 외출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손목에 파텍 필립 시계를 차며 말했다.

"우리 아말피 해안에 가서 일주일 정도 있을 거야. 최세라가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어 했거든."

"결혼식은 그냥 간소하게 하자. 리허설 같은 거 참석할 시간 없어. 모든 건 네가 알아서 결정해. 나한테 물어볼 필요 없고."

나는 입안의 토스트를 삼키며 짧게 대답했다.

"알았어."

간소하게. 그 말은 곧, 이 결혼식에는 확정된 메뉴도 없고, 정성스레 꾸민 꽃도 없고, 축하의 말로 가득 찬 하객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부도 없을 것이다.

우현도는 내가 평온하게 아침을 먹는 모습을 보며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차분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덧붙였다.

"결혼식 끝나면 우리 신혼여행 가자. 너 계속 산토리니 가고 싶어 했잖아."

예전 같았으면, 나는 그 말 한마디에 금세 들떠서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와 어디든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그는 늘 거절했다.

'시간 낭비야.'

'나는 그런 거 안 좋아해.'

그게 그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빵을 천천히 씹으며 생각했다.

결혼식도 없는데, 무슨 신혼여행이 있겠는가.

우현도는 의아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지만, 벽시계에 눈길이 닿자 급히 문을 열며 말했다.

"돌아오면 얘기하자."

문이 닫히고 정적이 흘렀다.

나는 책상 위 다이어리를 집어 들고, 만년필로 '결혼식 메뉴와 꽃 장식 최종 확인'이라고 적힌 줄 위에 굵은 엑스 표시를 그었다.

이제 12일 남았다.

아침을 마친 뒤, 나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김에 이 최상층 아파트에서 불필요한 것들도 함께 치웠다.

다섯 장 남짓한 사진이 꽂힌 은제 액자, 먼지만 쌓인 홈시어터 오디오, 그리고 한 번도 입지 않은 내가 직접 주문한 로로 피아나 커플 캐시미어 가운 두 벌.

5년 동안 함께했지만, 이 집의 모든 물건은 내가 고르고, 내가 들여놓은 것들이었다.

나는 차가운 콘크리트 공간을 따뜻한 '집'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물건들 대부분을 우현도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나는 네 옆에 있어도 우현도야. 독립적인 존재라고."

"커플 아이템 같은 건 싫어. 그런 건 나를 묶어두는 것 같고,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져서 불편해."

나는 생각을 멈추고 손을 다시 움직였다.

내가 떠난 뒤 이런 것들이 남아 있어도, 결국 그의 눈에는 거슬릴 것이다.

지금 직접 처리하는 게 낫다.

우리 사이의 모든 흔적, 모든 추억을 함께 지워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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