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그날 밤, 우현도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답은 최세라의 인스타그램에 있었다.
그녀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그날 오후, 두 사람은 병원에서 나온 뒤 곧장 최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가 임신 소식을 전했다.
사진 속에서 최씨 가문의 대부, 어둠의 세계 전체가 두려워하는 그 노인은 친근하게 우현도의 손을 잡고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우현도의 다른 한 손은 최세라의 평평한 배 위에 조심스럽게 얹혀 있었고, 얼굴엔 내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심 어린 미소가 떠 있었다.
5년 동안 함께했지만, 우현도는 우리가 약혼한 뒤 딱 한 번만 내 가족을 만나러 집에 온 적이 있었다.
우리 집과 그의 집은 차로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는 한 번도 먼저 가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는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가정과 어울리는 게 불편하다고, 그게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그때조차 그는 예의 바르지만 소원했다.
마치 영지를 순시하는 군주처럼, 정중하면서도 결코 나와 같은 자리에 서지 않았다.
그런데 사진 속의 그는 달랐다. 최씨 가문 사람들 틈에서 완벽하게 융화되어, 따뜻하고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나는 눈가에 맺힌 씁쓸함을 삼키고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
다음 날, 나는 대학 시절 친구 몇 명과 소호 공원의 한 카페에서 만나 결혼식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사실 애초에 결혼식을 하고 싶어 했던 건 나 혼자였다.
우현도에게 결혼식은 그저 세상의 시선을 받는 무의미한 쇼에 불과했다.
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그는 마지못해 대성당에서 성대한 예식을 올리고, 초대해야 할 사람들을 부르는 데 동의했을 뿐이었다.
주변 모두가 내가 그를 얼마나 오래 사랑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친구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미쳤어, 이예리? 네가 우현도를 얼마나 오래 사랑했는지 우리가 모르냐고. 힘들게 우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기회를 잡았는데, 이제 와서 포기한다고?"
단짝 친구 이유리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 말에 마음속 깊은 곳이 아려왔다.
포기하고 싶었을까?
아니, 전혀 아니었다.
나는 20년 동안 우현도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그가 마침내 나를 바라보고, 내 곁을 허락할 그날을 기다리며.
이 사랑을 놓는 게 쉬울 리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감정은 처음부터 불평등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그를 쫓아왔을 뿐, 그는 단 한 번도 나를 위해 걸음을 멈춘 적이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닿기까지 20년이 걸렸지만, 결국 그는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이제는 진짜로 그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언젠가는 그가 나를 완전히 받아들일 거라고.
결혼 후엔 긴 인생이 남아 있고, 나는 기다릴 수 있었다.
그가 마음을 열고, 내 이름을 사랑스럽게 부르는 그날까지.
하지만 반년 전, 최세라라는 이른바 '생명의 은인'이 나타난 뒤 모든 것이 변했다.
그제야 알았다. 우현도는 모든 사람에게 차가운 빙하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최세라 앞에서는 언제나 눈빛이 부드러웠고, 미소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내 앞에서는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웃음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최세라는 그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니까.
그가 그녀에게 잘해주는 건 사랑이 아니라, 마피아로서의 명예와 보답 때문이라고.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최세라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걸 알고도, 그녀와 아이를 갖는 것에 동의할 줄은. 그것도 우씨 가문의 후계자를 만들겠다고.
더 기가 막힌 건, 내 동의를 구하는 척하면서 이미 그녀를 임신시켰다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나와 우현도 사이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걸.
이 20년의 감정이 아무리 버리기 힘들어도, 괴사한 상처를 도려내듯 독하게 마음을 먹고 끊어내야 했다.
나는 친구들에게 진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곧 기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앞으로 오랫동안 외부와 연락할 수 없을 거라고만 했다.
미안한 마음에 친구들과 늦은 밤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왔다.
최상층, 우리가 함께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우현도도 막 들어오던 참이었다.
그는 내 몸에서 술 냄새를 맡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한 손을 들어 나를 막듯 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서 떨어져. 술 냄새 묻히지 마."
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자기 몸에 술 냄새라도 묻으면 최세라에게 해로울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지금 임신 중이니까, 그에게는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하겠지.
그는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직접 입을 열지 않는 이상, 나도 먼저 언급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우현도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태블릿이 들려 있었고, 눈가에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그대로 침실로 향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이예리."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냉정하고, 반박을 허락하지 않는 톤으로 돌아와 있었다.
"우리, 얘기 좀 해야겠어."
내 발걸음이 멈췄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들었던 건 한 달 전, 그가 처음으로 최세라와 아이를 갖겠다고 말했을 때였다.
그 후 한 달 동안 우리는 그 문제로 끝없이 싸웠다.
이제 최세라는 이미 임신까지 했는데, 그가 대체 무슨 얘기를 더 하겠다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