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초음파 임신 검사 보고서였다. 그리고 산모의 이름은 놀랍게도 최세라였다.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보고서에 적힌 임신 기간이 내 생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거기엔 분명히 쓰여 있었다. 임신 3주.
즉, 한 달 전 이미 우현도는 최세라와 인공 수정을 진행했다는 뜻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상의할 생각도, 내 동의를 구할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한 달 동안 그가 끈질기게 나를 설득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양심의 가책이라도 덜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대체 나, 이예리를 무엇으로 생각했던 걸까?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며, 나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은 마치 거대한 손에 움켜쥐어진 듯,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방금 전 우현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눈가에 번지던 그 억누르지 못한 미소, 전화를 받자마자 서둘러 떠난 이유... 모두 이제야 이해됐다.
수정란이 성공적으로 착상되어, 최세라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쯤 그는 병원으로 달려가 최세라와 그녀의 가족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겠지.
나는 눈을 감았다.
서글픔이 잔잔한 물결처럼 마음속을 잠식해 들어왔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 사랑해온 남자가 다른 여자의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그는 내게 청혼했고, 우리는 전체가 주목할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베라 왕의 웨딩드레스, 호텔 연회장, 모든 게 이미 예약되어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으로 걸어 들어갈 그 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기대는 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하며 정신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화면엔 지도교수인 김 교수의 이름이 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명료하고 이성적인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리야, 네가 결혼 준비 중인 건 알지만 그래도 다시 물을게. DARPA 프로젝트, 정말 다시 생각해볼 생각 없니?"
"넌 내 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재능 있는 학생이야. 국방부 쪽에서도 네가 꼭 합류하길 바라고 있어."
"네가 곧 결혼한다는 걸 고려해서, 프로젝트 책임자가 특별히 두 달에 한 번씩 외부와 통신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했어. 그러면 남편과도 연락을 유지할 수 있잖니."
N시 사막 깊숙한 곳에 있는 그 비밀 실험실에 대해서는 이미 반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때 교수님이 직접 나를 초대했었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고, 프로젝트 1단계가 끝나야만 나올 수 있었다.
짧으면 1년, 길면 5년.
그땐 우현도와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그와 연락이 끊기는 건 더더욱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는 그 초음파 사진이 계속 떠올랐다.
우현도는 이미 다른 사람의 아이 아버지가 되었다.
그가 우리의 감정도, 결혼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 결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꼭 쥐며 말했다.
"김 교수님, 참여하겠습니다. 특별 배려는 필요 없어요. 프로젝트의 보안 규정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교수님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잘 생각했어, 이예리. 프로젝트 팀이 아주 기뻐하겠구나."
"언제 올 계획이니? 결혼식 일주일 후는 어때? 그럼 신혼여행도 다녀올 수 있을 거야."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요, 결혼식 당일로 할게요."
시선이 책상 위 달력으로 향했다.
다음 달 10일.
빨간 마커로 진하게 동그라미를 쳐놓은 날.
원래는 평생의 꿈이 이루어질 날을 기다리며 표시해둔 것이었다.
이제 그 표식은 내가 우현도를 떠나는 카운트다운이 되었다. 남은 건 단 15일.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건 나의 마지막 작별 의식이다.
15일 후, 나와 우현도는 완전히 남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