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이재훈 씨, 당신 없어도 살 수 있어요
심민아는 침실에 3일 동안 갇혀 있었다. 그녀는 나갈 수도 없었고, 휴대폰도 밖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첫날은 견딜 만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이 더욱 힘들어졌다.
수돗물은 여과되지 않은 것이었고, 정말 견딜 수 없이 목이 마를 때만 조금 마셨다. 배고플 때는 화장지를 씹어서 삼켰고, 아플 때는 위장약과 진통제를 먹었다.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 심민아는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몸의 식은땀이 마르고 또 젖고를 반복했다. 원래도 창백했던 얼굴이 이제는 뒤의 벽과 다를 바 없었고, 빛이 비치면 마치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3일은 너무나 길었다. 심민아는 이때처럼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특히 밤이 되면 어둠 속에 앉아있는데,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무감각하게 눈을 감았고, 머리는 완전히 혼미했다. 암 환자는 매우 허약해서 조금만 방심해도 열이 나서 발열이 생길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체온계가 없어서 손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체온이 확실히 올라가 있었다.
눈이 바짝 말라 아팠다. 뜨고 있으면 시큰거리고 감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민아의 머리는 점점 더 둔해졌다. 마치 녹이 슨 기계처럼 움직임이 둔해졌다.
이때 그녀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것은 이재훈이 한 말이었다. 3일만 갇혀있으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쯤 될까?
그녀는 덮고 있는 이불을 비볐고, 다시 머리를 그 안으로 숨겼다. 몸을 꽉 끌어안고 웅크렸다. 이상했다. 분명 이불을 덮고 있는데도 몸은 여전히 춥기만 했다. 온몸의 모공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고, 발가락까지 움츠러들 정도로 추웠다.
위가 너무 아팠다. 주변 장기까지 모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왔다. 마치 암세포에 감염되어 위와 함께 썩어가는 것 같았다. 심민아는 아파서 어금니를 꽉 물었고, 입에서는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이때의 심민아는 전신의 힘을 병과 통증과 싸우는 데 쓰고 있었다.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밖에서는 이미 천지가 뒤집어지고 있었다.
심씨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주가가 폭락했고, 심민아의 실종으로 회사 전체가 불안에 휩싸였다.
심도현도 최근에 큰 낭패를 당했다. 그가 최근 투자한 부동산 프로젝트가 탄광으로 바뀌었고, 탄광이 무너져 32명의 노동자가 매몰되었다. 10명은 경상, 15명은 중상을 입었고, 7명이 사망했다.
불법 채굴에 인명 피해까지 더해져 심도현은 사형을 선고받거나 종신형을 살아야 할 처지였다.
심씨 전체를 던져 넣어도 그를 구할 수 없었다. 3일 동안 갇혀 있던 심민아는 하룻밤 사이에 심씨의 큰 딸에서 범죄자의 딸이 되었고, 인터넷에서는 모두가 그녀를 비난했다.
사고는 단 하루 만에 모든 사람이 알 정도로 발효되었다. 이재훈은 일이 거의 다 진행된 것을 보고, 심민아를 데리러 가서 이 좋은 구경을 보여주려 했다.
법원의 심도현 판결은 오전 10시였다. 그는 심민아를 데리고 가서 그녀의 아버지가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을 직접 보게 하려 했다. 그는 생각했다. 그때 심민아의 표정이 틀림없이 매우 인상적일 것이라고.
원래는 심민아를 3일 동안 가두기로 했는데, 결국 나흘째 되는 날 아침 7시가 되어서야 그녀를 데리러 갔다.
이재훈은 기분이 좋았다. 차를 운전하며 입가에 즐거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재훈은 별장으로 돌아와 곧장 침실로 향했다. 별장 전체가 조용해서 여기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손의 열쇠가 달그락거렸다. 이재훈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걸으며 하나씩 살펴보다가, 마침내 열쇠꾸러미 끝에서 침실 열쇠를 찾았다.
그는 열쇠를 자물쇠에 맞추고 반시계 방향으로 두 바퀴 돌렸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이재훈은 문손잡이를 내려 천천히 문을 밀고 들어갔다.
방은 매우 어두웠다. 커튼이 모든 창문을 가려 빛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재훈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침내 침대 구석에서 웅크린 채 있는 심민아를 발견했다.
그가 불을 켜자 작은 소리에도 침대 위의 여자는 몸을 떨었다. 이재훈은 눈썹을 찌푸렸다.
심민아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가 들어왔는데도 왜 반응이 없지?
"심민아." 이재훈은 다가가서 이불을 확 걷어냈다. 거의 나흘 동안 갇혀 있던 심민아는 얼굴이 창백하고 초췌했다. 입술은 연푸른 빛이었고, 온몸이 마치 깨지기 쉬운 물건처럼 보였다.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았다.
이재훈은 이렇게 약한 심민아를 본 적이 없었다. 가슴이 이유 모르게 조여들었고, 꽤나 아팠다.
"일어나, 죽은 척은 그만해!" 손가락이 그녀의 팔에 닿자마자 그녀의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것을 알았다.
이재훈은 마음이 당황스러워졌다. 몸을 숙여 앙상하게 마른 심민아를 안아 올렸다. 체중이 3일 전보다 더 가벼워졌다. 아, 3일 동안 밥을 안 먹으니 이렇게 말랐구나.
품에 안은 느낌이 마치 아이를 안은 것 같았다. 온몸에 뼈만 남아 있어서 좀 거슬릴 정도였다.
밖의 빛이 약간 부셨다. 심민아는 속눈썹을 흔들며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 아름다운 눈동자는 안에서 초점이 흐트러져 사람의 형체도 잡지 못했고, 텅 비어 생기가 없었다.
그녀는 마침내 버텨냈다.
심민아는 고개를 살짝 들어 이재훈의 턱을 보았다. 그의 입술, 코, 눈을 하나씩 천천히 훑어보았다.
3일 동안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재훈은 그것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고, 심민아는 눈물에 젖은 눈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심민아는 자주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었다. 그 눈 안에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정이 있었다. 예전에 이재훈은 그것이 매우 역겹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심민아의 두 눈은 빛을 잃은 것 같았다. 안이 칠흑같이 어두웠고, 그가 아무리 찾아도 그 깊은 정을 찾을 수 없었다.
이재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치 망치로 맞은 것처럼 답답하게 아팠다.
심민아는 심각한 탈수 상태였고, 병의 고통까지 더해져 마치 시든 꽃처럼 되어 말할 힘도 없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쥐어짜내 어렵게 네 글자를 내뱉었다.
"어디… 가요?"
이재훈은 그녀를 안고 이미 주차장에 와 있었다.
"병원."
"전 병원에 가기 싫어요."
그녀는 어릴 때부터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 그녀에게 병원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어머니도 그곳에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녀의 병도…
병원에 가서 검사하면 이재훈에게 분명 숨길 수 없을 것이었다.
이재훈은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병원에 안 가면 죽고 싶은 거야?"
난 원래 곧 죽을 거예요.
심민아는 몇 번 기침을 하다가 위가 아파왔다. 그녀는 위를 꽉 누르며 젖은 눈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혼하면 어떨까요?"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 이재훈의 얼굴은 이때 한겨울처럼 차가웠고, 심민아의 얼굴을 향한 눈빛은 음험하게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심민아는 피할 곳이 없었다. 그녀는 침을 삼켰고, 목이 조금 젖은 후에 쉰 목소리로 또렷이 말했다.
"그럼 어쩌죠? 저는 당신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 없어도 살 수 있어요. 이재훈 씨, 보세요. 당신이 저를 나흘이나 가뒀는데, 저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이재훈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는 원래 뒷좌석 문 옆에 서 있었는데, 심민아의 이 말을 듣고 나서 긴 다리로 한 걸음에 조수석으로 왔고, 한 손으로는 그녀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차 문을 열어 그녀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멀쩡하다면, 나랑 다른 곳에 가보자."
그는 원래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녀의 정신은 매우 좋아 보였다.
그의 동작은 거칠었고, 심민아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않았다. 내려놓는다기보다는 던지듯이 했고, 심민아의 머리는 바로 옆에 부딪혔다. 머리가 윙윙거렸다.
이재훈은 차 앞쪽을 돌아 운전석에 앉았다. 차 문을 크게 닫자 차가 흔들렸다.
심민아는 차 좌석에서 작게 웅크렸다. 그녀는 어딘가 아픈 듯했고, 얼굴이 하얗게 되어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재훈은 몸을 숙여 그녀가 제대로 앉았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안전벨트를 끌어와 그녀를 묶었다. 그리고 액셀을 밟아 차를 돌려 나갔다.
심민아는 이재훈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차는 매우 빨리 달렸고, 길가의 풍경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녀는 용성에서 자란 터라 도시의 길을 매우 잘 알았다. 길가의 표지판을 보다가...
이재훈, 이곳은 형사법원으로 가는 길인가?
그가 왜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가는 걸까? 이혼 소송을 하려는 걸까? 하지만 이혼 사건은 바로 법정에 가는 게 아닐 텐데, 게다가 부부 이혼에 어떻게 형사 사건이 관련된 걸까?
심민아는 머리가 혼미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머리가 아파져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의 안개 낀 하늘을 보았다. 짙은 구름이 건물 꼭대기를 누르고 있어서 마치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심민아가 앞으로 있을 일을 볼 체력이 있도록 이재훈은 한 조식점 앞에 차를 세웠다. 그는 내리면서 차 문을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심민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이 몸으로는 도망치라고 해도 도망칠 수 없을 텐데, 이재훈은 그녀를 과대평가하는 모양이었다.
이재훈이 죽을 한 그릇을 들고 오는 것을 보자 심민아의 눈빛이 멍해졌다. 그가 "먹어"라고 말할 때까지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심민아는 손을 뻗어 죽을 받았다. 종이컵의 따뜻함이 계속해서 그녀의 손으로 전해져 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뻣뻣하게 빨대를 물고 죽을 한 모금 마셨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그녀가 평생 마셔본 가장 맛있는 죽이었다. 그렇게 따뜻하고 달콤했다.
눈물이 눈가에서 맴돌았다. 심민아는 코를 훌쩍였고, 마음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심민아, 너 이게 얼마나 작은 일이라고? 이재훈이 너를 모욕하고, 나흘 동안 방에 가두고 무시했던 걸 잊었어? 어떻게 감동할 수가 있어?'
하지만 그는 이재훈이었다. 그녀가 16년 동안 좋아했던 이재훈이었다. 그녀는 정말 이렇게 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작은 것 하나로도 진심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잊지 못했을 것이다.
위 속은 모두 씹어 삼킨 화장지였다. 원래도 위가 부풀어 있었는데, 이제 죽을 조금 마시니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마치 막대기로 속을 휘젓는 것처럼 아팠다. 심민아는 갑자기 빨대를 세게 물고 구역질을 했다.
운전 중이던 이재훈이 그녀를 흘끗 보았다.
"어때, 심씨 아가씨의 입맛에는 안 맞나?" 어조는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심민아는 이를 꽉 물고 입을 막았다. 이미 목구멍까지 올라온 구토물을 다시 삼켰다. 입 안에는 온통 신 냄새가 퍼졌고, 그녀는 입을 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입술을 살짝만 움직여도 토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무 아팠다.
심민아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입술을 꽉 다물었다.
손에 들고 있던 죽은 점점 식어갔다. 진정으로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구역질할 때 죽이 맛있냐고 묻지 않고 건강을 걱정했을 것이다.
심민아는 죽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지만, 이미 식어버린 죽은 더 이상 그녀를 따뜻하게 할 수 없었다.
법원에 도착하자 이재훈은 차를 지하 주차장에 세웠다.
심민아는 손을 뻗어 차 문을 밀었지만, 한참을 밀어도 열리지 않았다. 결국 이재훈이 문을 열어 그녀의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쓸모없기는!" 심민아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좀 영리해진 모양이었다. 이재훈은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죽 컵을 가져가 근처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었다.
심민아는 시선으로 그것을 쫓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긴 머리가 옆얼굴을 가려 그녀의 감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오늘 어떤 재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법원 앞에는 구경꾼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십여 대의 경찰차가 엄중하게 서 있어서 아무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
경찰차 외에도 심민아는 취재차량을 보았고, 마음속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심민아는 다리에 힘이 별로 없었다. 이재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는데, 친근해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녀가 걷는 게 느리다고 끌고 가는 것이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 심민아를 알아보고는 손가락질하며 온갖 험한 말을 했다.
심민아는 멀리 있어서 잘 듣지 못했지만, 어렴풋이 한 마디를 들었다.
"자기 아버지가 곧 사형 선고받을 텐데, 아직도 남자랑 붙어다니고 있네, 뻔뻔하기는!"
심민아의 몸에 남아있던 유일한 힘마저 순간 빠져나갔다. 그녀는 거의 이재훈의 몸에 '걸려' 있는 상태였고, 종아리는 쥐가 난 것처럼 떨렸다.
그녀는 뻣뻣하게 고개를 들어 이재훈을 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냉소가 걸려 있었고, 눈빛은 여전히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차갑고 조롱하는 듯했다.
"저를 여기로 데려온 이유가 대체 뭐예요?"
심민아는 이를 물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어렴풋이 한 가지 결론이 나와 있었지만, 그 결론은 생각만 해도 온몸이 차가워지는 것이었다.
"들어가 보면 알 거 아냐, 뭘 그렇게 당황해?"
"들어가기 싫어요! 재훈 씨, 저 내려주세요. 전 들어가기 싫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
방금 전까지 죽어가는 것 같던 사람이 이제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표정은 광란에 빠진 듯했고,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
"심민아, 넌 이미 짐작했잖아." 이재훈은 힘으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입가의 웃음은 더욱 조롱하는 듯했다.
"지금부터 견디지 못하면, 나중엔 어쩔 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