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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박인강이 따지는 전화를 끊고 나서,

김소진은 대형 원형 침대 위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백미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꼴로 누워 있는 모습 내가 찍어서 박인강한테 보내면 안 무서워?"

백미나는 시큰둥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보내~ 그럼 뭐할 건데? 오히려 내가 회복 잘 하고 있다고, 감정도 안정됐다고 칭찬하겠지."

그러더니, 김소진을 위아래로 훑으며 비웃었다.

"너처럼 하루 종일 우중충한 얼굴로 있으면, 누가 봐도 질리겠다니까."

김소진은 코웃음을 쳤다.

"내가 살아서 이런 뻔뻔한 불륜녀를 처음 본다. 너 예전에 뭐라고 했더라? '죽어도 남의 관계 깨뜨리는 짓은 안 한다'고?"

백미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금세 하얗게 질렸다.

수치심과 분노가 섞여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하더니 갑자기 1미터 거리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는 침대 머리맡의 산소 공급관을 확 잡아 빼더니 김소진 손에 쥐여 줬다.

"사랑 못 받는 사람이 진짜 불륜녀지. 자, 어디 한 번 보자고. 그 사람이 과연 너 말을 믿을까, 날 믿을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쿵!"

백미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울먹였다.

"언니… 산소 좀 돌려줘요… 숨이… 숨이 안 쉬어져…"

김소진은 갑작스런 상황에 잠시 멍해졌다.

바로 그때 병실 문이 쾅 하고 걷어차이며 열렸다.

박인강이 그대로 뛰어들어와 백미나를 번쩍 안아 올렸고, 김소진 손에 있던 산소관을 낚아채 재빠르게 그녀에게 연결했다.

동작은 비상 응급처럼 빠르고 정확했다.

"미나야, 지금 숨쉬기 괜찮아?"

백미나는 거의 기절한 듯 그의 품에 기대, 희미하게 숨을 몰아쉬며 속삭였다.

"선배… 언니… 언니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제가 아버님 골수를 빼앗아서 언니가 잠깐 화가 난 거예요…"

박인강의 눈빛이 순간 깊게 가라앉았다.

목소리는 억눌린 분노가 묻어나는 차가운 톤이었다.

"미나에게 투약과 관리를 지시한 건 나야.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야지. 그런데 환자의 생명 안전을 위협해?"

김소진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벽 구석을 가리켰다.

"내가 안 했고, CCTV 보면 알아. 게다가—"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산소관 정도로는 안 죽어. 설령 빼놔도 한동안 버텨. …내 아버지는, 당신 때문에 장비가 '10분'이나 꺼졌었어."

박인강의 눈에서 번개 같은 살기가 스쳤다.

"좋아. 확인해보자. 어디까지 발뺌하는지 보자고."

그가 일어나려는 순간, 백미나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작게, 간신히 들릴 정도로 흔들리는 목소리였다.

"보지 마요… 제… 제 고통스러운 모습… 선배님이 보면 더 걱정할까봐… 난… 언니 믿어요… 언니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한 번만… 용서해줘요…"

말을 마치자마자 백미나는 몸을 앞으로 접으며 심하게 기침을 쏟아냈다.

그 모습을 본 박인강의 눈에, 중환자 앞에서 보이던 특유의 긴장감이 번쩍 지나갔다.

"됐어 됐어, 안 볼게. 지금 네 감정이 안정되는 게 제일 중요해."

그는 바로 고개를 돌려, 주치의가 지시를 내리는 어투로 단호하게 말했다.

"미나가 방금 네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했지? 똑같이, 똑같은 방식으로 너도 고개 숙여. 이건 필요한 심리 치료 과정이야."

김소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박인강, 난 하지도 않은 일을 인정할 생각 없어. 그 애한테 무릎 꿇는 일은 더더욱 없고!"

"설마 또 우리 아빠 목숨 들먹이면서 나 굴복시키는 건 아니겠지?"

박인강은 발걸음을 옮겨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그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지자, 그 압박은 마치 '치료 지시에 불응하는 보호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았다.

"김소진. 의사인 내가 하라고 하는 건,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

그가 손짓을 하자마자, 문 밖에서 키 큰 의료진 몇 명이 즉시 달려 들어왔다.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환자에게 사과하게 해. 내가 말한 방식 그대로."

"문도 열어두고. 병원 사람들 모두 보게 해. 치료에 협조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의료진은 늘 그래왔듯 그의 말에 일말의 의문도 없이 움직였다.

말 끝나기 무섭게, 양옆에서 간호사 둘이 김소진의 팔을 비틀어 잡았고, 또 다른 사람 하나가 뒤쪽을 막았다.

처음엔 김소진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눈물은 줄줄 흘러내렸지만, 매달리고 발버둥치며 끝까지 저항했다.

"박인강! 너,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하지만 그는 차갑게 내려다보며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하얀 가운엔 작은 구김조차 없었다.

"오늘 현실을 인정시키지 않으면, 그게 너를 방치하는 거지."

그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 김소진은 모든 힘을 잃었다.

너무 차가워서, 너무 잔인해서, 더 이상 버틸 이유조차 사라졌다.

그녀는 완전히 탈진한 채, 병원 직원에게 머리를 붙잡힌 채 끌려갔다.

그리고—

"쾅! 쾅! 쾅!"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이마가 세 번 내리찍히는 순간,

머릿속에서 번개가 터지는 듯한 충격이 울렸다.

이마가 찢어지는 듯했고, 뼈가 산산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병실 바깥에서는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어 안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모두가 경악한 표정으로, 정말 환자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여자의 병실에서 본처가 강제로 머리를 박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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