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제40화 최 회장 같은 남자 별것도 아니야

“예지야!”

김예지의 손은 문아영의 뺨에 닿지 못했다. 중간에서 최강원이 단단히 막았기 때문이다.

최강원은 김예지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러자 김예지는 눈가가 금세 붉어지며, 억울함을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원 씨, 이 여자가 이렇게 뻔뻔하게 한밤중에 일 핑계로 찾아오는 의도가 뭔데요? 강원 씨가 예전에 당했던 거 벌써 잊었어요?”

문아영은 순간적으로 최강원이 김예지의 손길을 막아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최강원의 한마디, “예지” 라는 부름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 그들은 곧 결혼할 사이였고, 하나의 가족이 될 사람들이었다.

문아영은 지난번 최주희 사건 때처럼, 최강원이 자신을 보호하려고 김예지를 막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김예지를 지키기 위해 행동한 것이었다.

김예지가 인기 여배우이자 곧 최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 만약 정말로 문아영의 뺨을 때렸다면, 그 소식이 퍼져나가 그녀 본인은 물론 최씨 가문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게 뻔했다.

문아영은 그런 생각이 들자 스스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비웃듯 김예지를 향해 말했다. “김예지 씨, 차라리 회장님께 직접 물어보시지. 내가 왜 한밤중에 일 얘기하려고 여기까지 왔는지.”

문아영의 얼굴에 가득한 조롱 섞인 표정을 보며, 최강원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냉정한 얼굴로 김예지에게 단호히 말했다. “내가 부른 거야.”

김예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최강원을 쳐다봤다. 그녀는 최강원이 한밤중에 여자를 회사로 불러 일을 논의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여자가 하필 그의 전 부인이라니. 과거에 온갖 모욕적인 말을 하며 무시했던 그 여자를, 이제 와서 불렀다는 사실이 그녀에겐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아영은 김예지가 믿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김예지 씨, 내가 이혼을 결심했을 때부터 이 남자와는 다시는 엮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는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말투로 이어갔다. “지난일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 있잖아요. 하물며 이렇게 잘난 척하며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남자라면 더더욱 아니지.”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나한텐 최 회장 같은 남자 별것도 아니에요.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다지만, 진심이 없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래.”

문아영은 이번 기회를 빌려 최강원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야 김예지가 더 이상 자신을 적으로 삼고 겨냥하지 않을 테니까.

문아영은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제발 이런 상관없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 할 일에나 집중하며 신경 끄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단호한 한마디에 옆에 있던 최강원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 한때 그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의 침대로 들어왔고, 입만 열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마치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로, 잘난 척하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다니.

최강원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고 상실감마저 느껴졌다. 그녀의 말이 그를 뒤흔들었다.

정말로...... 이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걸까?

그가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 동안, 문아영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는 차갑고도 완벽히 계산된 비즈니스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최 회장님, 오늘 밤은 더 이상 업무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문아영은 말을 마친 뒤 차분히 노트북을 정리하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몇 걸음쯤 걸었을 때,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뒤돌아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회장님. 다음에 업무 얘기하실 땐 낮 시간대나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선택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래야 김예지 씨가 괜히 질투해서 화를 내거나 이미지를 망치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는 약간 미소를 띤 채로 이어 말했다. “왜냐하면 김예지 씨가 가장 경멸하는 사람이 바로 질투심에 눈이 멀어 자기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그런 여자라잖아요. 김예지 씨가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해줘야죠.”

그녀는 이 말을 남긴 뒤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무실을 떠났다.

문아영의 마지막 한마디는 날카로운 일침이었다. 질투, 질투심에 눈이 멀다, 이미지를 망치다 같은 말들은 과거에 김예지가 문아영을 비난하며 사용했던 말들이었다. 그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니, 그녀는 속이 후련할 뿐만 아니라 짜릿함마저 느꼈다.

“문아영!” 김예지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문아영의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문아영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최강원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문아영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최강원은 그제야 김예지의 손목을 힘껏 밀쳐냈다.

그 충격에 김예지는 거의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고, 옆에 있던 탁자를 붙잡아 간신히 비틀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놀란 눈으로 최강원을 바라보았다.

그때 최강원이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까지 난리를 쳐야 속이 시원해?”

“내가 난리를 쳤다고요?” 김예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억울함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그녀는 최강원에게 따져 물었다. “강원 씨, 한밤중에 단둘이 있는 것도 모자라, 내가 들어왔을 땐 강원 씨가 저 여자 옷을 벗기려던 참이었잖아요. 그런데도 내가 난리를 쳤다고요?”

김예지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의심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둘이 지금쯤...... 함께 뒹굴고 있었겠지!

최강원은 김예지가 자신이 문아영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는 말을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네 눈엔 내가 옷을 벗기려 한 것처럼 보였나? 커피를 실수로 그녀에게 쏟았을 뿐이야. 그래서 휴지를 건네준 거고!”

그러자 김예지가 눈물을 훔치며 차갑게 비웃음을 터뜨렸다. “뭐? 강원 씨가 커피를 쏟았다고요? 웃기지 마요. 내가 보기엔 그녀가 일부러 커피를 쏟게 한 거겠지. 그래야 옷이 더럽혀졌다는 핑계로 겉옷을 벗고 강원 씨를 유혹하려고 말이야!”

김예지의 억지 같은 말에 최강원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복잡하고 뒤틀린 마음을 기준으로 문아영의 행동까지 해석하려는 듯했다.

최강원은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는 이 상황의 당사자였다. 커피가 어떻게 쏟아졌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문아영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최강원이 문아영에게 커피를 건넬 때, 문아영은 마침 노트북을 열고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그녀의 사진이 화면 보호기로 설정되어 있었고, 사진 속 문아영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쁨과 행복 그 자체였다. 사진 속 그녀의 미소는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찬란했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그런데 그 미소는 최강원이 문아영과 3년간 결혼 생활을 하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문아영은 예전에도 그에게 웃어주곤 했지만, 그 웃음은 항상 어딘가 무겁고 어색했다. 사진 속의 밝고 자연스러운 미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가 잠시 정신을 놓고 사진에 사로잡혔던 순간 손이 약간 기울면서 커피가 쏟아지고 말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김예지가 말한 것처럼, 문아영이 고의로 커피를 쏟게 한 것이 아니었다.

최강원은 눈물로 범벅된 채 오열하는 김예지를 바라보다가 무겁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차 키를 집었다. “내가 데려다줄게. 진정 좀 해.”

그는 짧게 말을 마치고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김예지는 분노와 억울함에 사로잡혀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최강원이 김예지에게 진정하라며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한 것은, 분명 그녀가 여전히 쓸데없는 소란을 피운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김예지는 자신이 그동안 최강원 앞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대범하고 포용력 있는 이미지를, 오늘 밤 문아영 때문에 완전히 망쳐버렸다고 느꼈다. 그 사실을 떠올릴수록 문아영에 대한 증오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올랐다.

그러나 김예지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최강원이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을 때쯤, 그녀는 이미 차분함을 되찾은 뒤였다.

차가 멈추고도 김예지는 곧바로 내리지 않았다. 안전벨트를 푸는 척하며 몸을 돌리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최강원을 향해 말했다. “미안해요. 오늘 밤은 다 내 잘못이에요.”

하지만 최강원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의 무표정함이 김예지에게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눈을 떨구며 말을 이어갔다. “강원 씨를 믿지 않은 건 내 잘못이었어요. 강원 씨는 그런 분별없는 사람 아니잖아요.”

“강원 씨가 예전부터 문아영을 무시하고 싫어했던 거 나도 알아요. 이혼한 지금은 더더욱 관심이 없겠죠. 그저 단순히 업무 얘기를 했을 뿐이라는 걸 내가 믿었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어요......”

김예지는 자신의 감정 폭발과 충동적인 행동을 되새기며 계속 반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강원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상한 짜증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문아영을 무시하고 싫어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녀 때문에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 걸까?

예를 들면, 계속해서 그녀를 감싸고 있다든가!

여동생 최주희와 얽혔던 사건에서도 그랬고, 이번 김예지와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행동에 나서고 있었다. 최주희나 김예지가 문아영을 공격할 때, 그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녀가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