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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혼했잖아

2.0M · 완결
뷰티앤더벤티사이즈
767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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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9.0
평점

개요

"할아버지,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저랑 아영이 사이에 아이는 없을 겁니다. 저희 사이에서 손주는 기대하지 마세요." 문아영은 지난 3년 동안 최씨 집안의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했다. 침대 위에서도, 그 아래에서도. 그는 늘 차가웠지만, 그녀는 자신의 정성과 노력이 언젠가는 그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최강원, 지난 3년 동안... 날 사랑한 적은 있어?" "답은 너도 알잖아." "최강원, 우리 이혼하자." ‘남자는 무슨, 일이나 하자!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살겠어.’ 그렇게 결심한 문아영은 이혼 후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최강원, 이 남자는 이혼 후에도 그녀가 신경 쓰인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감정도시/현실재벌남로맨스물이혼

제1화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아이를 가지라고?

"강원아, 아영이랑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이제는 아이를 가져야지."

살짝 열린 서재에서 노인의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무슨 아이입니까."

막 문을 두드리려던 문아영은 걸음을 멈췄고, 온화한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이번에는 더욱 짜증스러웠다.

"할아버지, 제가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저랑 아영이 사이에 아이는 없을 겁니다. 저희 둘 사이에서 손주는 기대하지 마세요."

"이 못된 녀석!" 노인이 화를 내며 소리쳤고, 이어서 찻잔이 바닥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문아영은 급하게 옆 화장실로 몸을 숨겼는데, 너무 급하게 움직이다가 허리를 세게 부딪쳤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허리에서 온몸으로 번져갔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며칠 전, 그녀의 휴대폰으로 임신 진단서 사진이 왔는데, 그것은 그녀의 남편 최강원의 첫사랑 김예지가 보낸 것이었다.

함께 온 것은 김예지의 조롱이었다.

"문아영, 강원 씨랑 결혼한 지 3년이 됐는데도 그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니, 넌 정말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야."

"그의 곁에 있으면서도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하다니, 그렇게 자존심도 없이 사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뛰어내려 자살했겠다."

문아영은 결혼 후에야 자신의 남편에게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혼식 당일 밤, 그녀는 남편 최강원과 인기 여배우 김예지가 호텔을 드나드는 기사를 보았다.

그때 그녀는 아직도 그와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고, 직장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 그를 위해 헌신했다.

하지만 그 후 3년은...

그녀가 화장실로 급히 몸을 숨긴 순간, 문이 거칠게 열렸다. 충격에 뒤로 비틀거리며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으로 그녀의 남편, 최강원을 마주했다.

차가운 얼굴에 검은 정장을 걸친 그의 모습은 더욱 냉혹하게 보였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는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할아버지까지 끌어들여 나랑 아이를 가지겠다고? 문아영, 꿈도 참 대단하네."

문아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더욱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3년 전에 내 침대 위에 올라와서 최씨 집 여사님이 되더니, 이제는 아이까지 낳고 우리 최씨 집안을 꿀꺽하시겠다?"

문아영의 얼굴색이 변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난 그런 적 없어!"

"그런 적 없는데 쥐새끼처럼 몰래 내가 할아버지와 대화하는 걸 엿들었다는 거야?"

최강원의 눈빛은 조롱이 가득했다.

"잘됐어. 넌 내 입장을 들었으니 알겠지. 문아영, 넌 내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어!"

잔인한 말에 문아영은 손을 꽉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항상 최강원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 "자격 없다"는 말을 내뱉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3년 동안 그녀는 최씨 집안의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했다. 침대 위에서도, 그 아래에서도.

그는 차갑게 굴었지만, 그녀는 언젠가 자신의 정성과 노력이 그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이제야 깨달았다. 최강원의 마음은 마치 만년설과 같았다. 아무리 그녀가 노력해도 녹지 않을, 영원히 차갑고 멀기만 한 마음이라는 것을.

"최강원, 이 3년 동안, 날... 사랑하기는 했니?"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고, 몸은 큰 떨림을 억누르고 있었다. 마치 온몸의 힘과 용기를 다해 물어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낮춰 물어보는 모습에 최강원의 마음에는 이상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눈에는 차가움만 가득했다.

"답은 너도 알잖아?"

조롱과 경멸이 문아영의 마지막 방어선마저 무너뜨렸고, 그녀의 마음은 거의 마비될 정도로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