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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네가 뭔데

반 시간 뒤, 문아영은 결국 유진 엔터테인먼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투자자는 곧 신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그녀에게 꽤 익숙한 장소였다. 문아영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예전에 종종 최강원에게 점심을 가져다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최강원이 한밤중에 위경련으로 병원에 실려 갔던 끔찍한 일이 있었다. 그 일을 겪은 후, 문아영은 그의 건강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하루 세 끼 직접 요리하며, 식이요법 의사가 준 식단을 철저히 따라 한 끼도 빠뜨리지 않았었다.

최강원의 사무실 앞에 선 문아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최강원은 그의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문아영은 그를 보는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순간적으로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최강원이 입은 연한 회색 셔츠에 검은색 넥타이가 묘하게 오늘 그녀가 입은 옷과 어울리며, 마치 커플룩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문아영은 집을 나서기 전에 일부러 정장을 차려입었다. 연한 회색 린넨 정장에 검은색 슬립 탑을 매치하고, 심지어 옅은 화장까지 했다. 아무리 밤이라도 일과 관련된 자리에서는 단정한 모습을 갖추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고, 괜히 최강원이 트집을 잡을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최강원이 오늘 회색과 검정 톤의 옷을 입고 있을 줄이야.

명백히 최강원도 이 점을 눈치챘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오늘 옷 잘 어울리네.”

문아영은 속으로 이를 꽉 물었다. 최강원이 오늘 이 끔찍한 커플룩을 가지고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녀는 그의 농담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예의를 갖춰 가볍게 인사하며 말했다. “최강원 회장님.”

최강원은 그녀의 얼굴에 머물던 시선을 거두더니, 옆에 있는 긴 테이블을 가리키며 짧게 말했다. “앉아.”

문아영은 침착하게 걸어가 자리에 앉은 뒤, 가방에서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 열었다.

그때 최강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문아영이 고맙다며 손을 뻗어 커피를 받으려는 찰나, 그가 들고 있던 커피 잔이 갑자기 기울어 그녀의 가슴 쪽으로 커피가 쏟아지고 말았다.

문아영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가족이랑 무슨 원수라도 진 건가? 며칠 전에는 동생이 커피를 쏟더니, 오늘은 최강원까지 커피를 쏟다니!

“미안해.” 최강원은 당황한 기색으로 사과하며 손에 든 커피 잔을 급히 내려놓고,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옷에 묻은 커피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 순간 문아영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최강원의 손이 그녀의 가슴 부분까지 닿았기 때문이었다.

이 상황을 감지한 최강원은 그녀가 귀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개? 내가 못 본 것도 아니잖아.”

“......”

최강원이 휴지를 문아영에게 건네며 손을 막 거두려는 순간, 갑자기 사무실 문이 쾅 하고 열렸다. 들어선 사람은 화난 표정을 한 김예지였다.

김예지는 최강원의 차를 따라 그의 회사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일단 안심했었다. 정말로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자신을 두고 간 거라면, 그렇게까지 상처받을 이유는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가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던 순간, 우연히 택시에서 내리는 문아영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최강원 앞에서 유지하던 이미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차를 급히 주차한 뒤, 서둘러 회사로 올라왔다.

“둘이 지금 뭐 하는 거야?” 김예지의 시선에서 보면, 최강원이 문아영의 정장 겉옷을 벗기려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순간 그녀는 이성을 잃었고, 손가락으로 문아영을 가리키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문아영, 너 진짜 뻔뻔하다!”

“4년 전엔 비열한 수법으로 강원 씨 침대로 기어들더니, 이제 와서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또 찾아와 꼬시려고 해? 네가 뭔데!”

그녀는 욕설을 쏟아붓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하이힐을 신은 채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손을 들어 문아영의 뺨을 때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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