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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얄미운 스캔들 전달자

문아영은 스스로도 이 결말에 매우 만족했기에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한세에게 물었다. “그럼 최강원이 김예지 때문에 대본 수정을 요구할 거라고 보시나요?”

문아영은 자신 있게 맹세할 수 있었다. 이 대본을 쓸 때, 그녀는 자신이 현실에서 겪은 사랑받지 못하는 정실 부인의 경험을 캐릭터에 대입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야기의 풍부함,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 등 여러 측면에서 이성적이고 대승적으로 접근해 대본을 기획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김예지가 이토록 깊게 몰입하며 불만을 가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김한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건 김예지가 최강원 회장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느냐에 달렸겠지요.”

그의 말에 문아영은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응답했다. “네.”

문아영은 이 대본을 다시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강원은 김예지와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그녀의 의견을 무시할 리가 없잖은가.

게다가 오늘 최강원이 김예지를 미팅에 데려갔다는 것은, 이미 김예지가 대본에 관여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예지가 최씨 가문에 시집간 이후, 최씨 가문의 이미지를 고려해 더 이상 공개적으로 연기를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녀는 아마도 제작자 같은 역할로 전환할 가능성이 컸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최강원이 김예지를 위해 그 길을 미리 닦아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김한세가 의기소침해진 문아영을 위로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일단 집에 가서 푹 쉬어요. 소식이 있으면 제가 연락할게요.”

그의 말에 문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작가 일을 시작한 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었고, 벌써 4년 넘게 이 업계에 몸담고 있었다. 그래서 작가가 자본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은지 같은 대스타조차도 때로는 자본에 타협해야 하는데, 하물며 그녀 같은 무명 작가가 무슨 힘이 있을까.

문아영은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푹 자려고 했다. 오늘 하루는 그녀에게 있어 정말 최악의 날이었다.

어머니의 기일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무거운 날이었다. 게다가 아찔한 교통사고를 겪었고, 일적으로는 언제든 대본 수정 요청을 받을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었으니,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

저녁, 최강원은 김예지와 함께 한식을 먹었지만, 식사 내내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최강원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보였다. 어쩌면 문아영이 귀국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때 김예지가 그에게 죽 한 그릇을 떠서 건넸다. “속이 안 좋다면서요? 죽이라도 좀 먹어요.”

최강원이 손을 뻗어 죽을 받으며 고맙다고 말했고, 그를 보며 약간 머뭇거리던 김예지가 입을 열었다. “강원 씨, 오늘 밤에 나......”

그녀는 원래 오늘 밤 자신이 그의 집에서 함께 보내고 싶다는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마침 최강원의 휴대전화가 갑작스럽게 울리는 바람에, 준비했던 말이 단번에 목구멍으로 삼켜지고 말았다.

최강원은 손에 들고 있던 죽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통화를 하러 나갔고, 이 상황에 화가 난 김예지는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문아영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김예지는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것을 내던지고 최강원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싶었다.

문아영이 최강원과 먼저 관계를 맺고, 기정사실로 만들어 최강원에게 자신을 책임지게 했던 것처럼, 김예지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최강원에게 걸려 온 전화는 손우석이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뉴스 봤어?”

최강원은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들뜬 목소리에 순간 당황하며 물었다. “아니, 무슨 뉴스?”

그러자 손우석이 기다렸다는 듯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트위터에서 터진 뉴스가 지금 실시간 검색어 1위야. 인기 아이돌이 어떤 낡은 아파트에 나타났다고 하더라고. 근데 내가 아는 바로는 문아영이 그 아파트에 살고 있거든.”

최강원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자, 손우석은 말을 이어갔다. “기자들이 벌써 그 소식을 듣고 몰려갔다더라. 게다가 팬들까지 그가 들어간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는데, 오늘 밤은 아마 못 빠져나올걸?”

손우석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의도적으로 더 자극적인 어조로 덧붙였다. “근데 말이야, 이런 한밤중에 그가 문아영이랑 단둘이 같은 방에 있다면, 쯧쯧......”

최강원의 어금니가 꽉 깨물렸다. 손우석의 비꼬는 듯한 말투가 귀에 거슬렸고, 스캔들을 즐기는 그의 태도는 정말 한 대 치고 싶을 만큼 얄밉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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