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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최강원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완전히 진정된 문아영은 이내 약간의 후회와 걱정이 밀려왔다. 그래서 옆에서 운전 중인 김한세를 향해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 대표님, 제가 오늘 최강원 회장님한테 차갑게 대했는데, 그 사람 혹시 기분 상한 건 아닐까요?”

김한세의 눈빛에 잠시 어두운 기운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 “아직도 그 사람이 그렇게 신경 쓰여요?”

“그럴 리 없죠!” 문아영이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부정하며 말했다. “제가 걱정하는 건 그 사람이 화가 나서 이 드라마 투자를 취소할까 봐요. 그러면 제가 큰일을 친 거잖아요.”

김한세는 그녀의 설명을 듣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는데,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아, 그게 걱정이었어요?”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걱정 마세요. 최강원은 철저한 사업가예요. 이번 대본이랑 제작진에 꽤 만족하고 있으니까, 이런 사소한 일로 대박 드라마 만들 기회를 놓칠 사람은 아니에요.”

문아영은 그의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문아영은 만약 자신이 최강원에게 보인 태도로 인해 회사가 이번 투자 기회를 잃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로 김한세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팅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그녀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최강원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그녀는 아직도 사고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에게 최강원이 권위적인 태도로 불쾌하게 따져 묻는 말을 쏟아내자, 그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되받아쳤던 것이다.

지금 냉정해진 상태에서야 그녀는 자신이 최강원에게 그렇게 대응한 것이 얼마나 생각이 짧은 행동이었는지 깨달았다.

차는 고속도로 위를 부드럽게 달리고 있었다. 순간, 김한세가 약간 장난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만약에, 그 사람이 진짜로 화가 났다면 어떻게 할 거죠? 물론, 만약이라는 가정이지만요.”

그러자 문아영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만약 정말 화가 났다면, 제가 가서 사과해야죠.”

그녀의 목소리는 진지했고 진심이 담겨 있었다. “김 대표님, 만약 그 사람이 정말 화가 났다면 꼭 저에게 알려주세요. 제가 제 경솔함과 충동에 대한 책임을 질게요.”

김한세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이렇게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최강원을 대하며, 오직 업무와 회사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니, 그녀가 정말로 최강원을 마음에서 지워버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때 문아영이 방금 김한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런데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그 사람이 이 대본과 스토리에 정말 만족했다고요?”

김한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아영 씨가 넘겨준 PPT를 제가 발표하고 나서, 그 사람 얼굴에 만족한 기색이 뚜렷했어요. 심지어 감탄한 표정이라고도 할 수 있었죠.”

“다행이네요.” 문아영이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떨구며 덧붙였다. “저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문아영은 누구보다도 최강원이 얼마나 까다로운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업무에 있어서 그는 더욱 그랬다. 그녀는 과거에 그가 서재에서 회사 직원들과 회의를 하거나 전화를 하며 짜증을 내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야 했다.

그때 김한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영 씨, 제가 아영 씨를 1년 동안 해외 연수를 보내드린 이유는, 돌아와서 누구 앞에서 기죽으라고 보낸 게 아니에요.”

“죄송해요.” 김한세의 말에 문아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과거 최강원에게 철저히 무시당했던 기억이 너무 깊게 각인되어 있었기에 그의 앞에서는 항상 자신이 한 단계 낮은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재능을 인정해도, 최강원 앞에서는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이다.

김한세가 말을 이어갔다. “최강원 회장님은 아주 만족했는데, 다만, 김예지 씨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문아영이 약간 의아한 듯 물었다. “김예지요?”

그녀의 의문을 풀어주려는듯 김한세가 설명했다. “김예지 씨가 오늘 최강원 회장님과 함께 미팅에 참석했거든요.”

문아영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김예지가 왜 만족스러워하지 않는지 알겠네요.”

현실에서 김예지는 최강원의 첫사랑 같은 존재로, 이제 곧 그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대본 속에서 첫사랑 캐릭터는 흑화된 끝에 죽음을 맞이했으니 김예지는 이 결말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결말은 문아영이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와 김한세, 그리고 이은지가 함께 논의한 끝에 도출한 결과였다. 그들 세 사람 모두 이런 결말이 앞서 이어진 극적인 전개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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