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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김한세가 문아영을 데려가다

최강원은 문아영이 겪은 사고가 교통사고였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자신이 방금 한 말이 지나치게 날카로웠다는 것을 깨닫고 깊은 후회에 빠졌다.

잠시 고민한 끝에, 그는 문아영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사과의 말을 한마디라도 하고 싶었고, 그녀가 다친 곳은 없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고, 그녀가 일부러 받지 않는 게 뻔했다.

최강원은 잠시 멍하니 휴대폰을 쳐다보다가 내선 전화로 이영호를 불러들였다. “운전기사를 보내 지방 병원에서 사람 한 명 데려오도록 해.”

최강원의 지시에 이영호는 곧바로 대답했다. “네.”

이후 이영호가 다시 되물었다. “누굴 데려오라는 건가요?”

그러자 최강원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힘겹게 세 글자를 내뱉었다. “문아영.”

이영호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별다른 말 없이 지시를 따르며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때 최강원이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아니야, 네가 직접 가.”

이영호는 최강원의 측근으로 신뢰할 만하고 침착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영호 또한 최강원과 오랜 세월 함께하며 그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래서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회장님, 차라리 직접 가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나 최강원이 단호히 거절했다. “아니, 네가 가.”

최강원은 지금 문아영과의 관계가 이렇게 불편한 상황에서 자신이 가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영호는 명령을 받고 문아영을 데리러 떠났지만, 약 40분쯤 지나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이영호의 목소리는 다소 난처해 보였다. “회장님, 문아영 씨가 제 차를 타려 하지 않으셨어요. 대신 김 대표님께서 직접 오셔서 문아영 씨를 데려가셨거든요.”

최강원이 이를 악물며 물었다. “김한세가 직접 갔다고?”

그는 즉시 김한세의 행동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김한세가 문아영에게 품고 있는 마음이 정말 단순한 걸까? 단순히 문아영을 평범한 직원으로만 여긴다면, 직원의 사고에 직접 병원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때 이영호가 말을 덧붙였다. “네, 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김 대표님이 병원에 와 계셨습니다.”

“제가 물어보니, 문아영 씨는 다치진 않았고, 팔에 약간의 찰과상만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회장님의 사과도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 몇 마디 전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자 최강원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뭔데?”

이영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히 대답했다. “괜찮대요. 어차피 예전부터 뭐가 어떻게 됐든 문아영 씨한테 트집 잡는 거 좋아하셨고, 문아영 씨가 뭘 해도 회장님 눈에는 늘 잘못으로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이영호는 문아영이 이 말을 할 때의 표정과 말투를 떠올렸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안에 담긴 냉소와 상처가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최강원이 과거에 문아영에게 얼마나 지나치게 대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최강원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후회의 기색이 서려 있었다.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그는 한참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그만 돌아와.”

그때 이영호가 급히 덧붙이며 보고했다. “아, 회장님. 문아영 씨가 지방에 온 이유는 그녀 어머니의 기일 때문이랍니다.”

“오늘이 어머니 기일이라, 미팅을 지연시키지 않으려고 어제 오후에 지방으로 갔던 거라고 하네요. 그리고 오늘 아침 어머니께 제사를 지낸 뒤, 첫 차를 타고 돌아오던 중 사고가 난 거래요.”

최강원은 이영호의 보고를 들은 후, 마음이 복잡하고 애매한 감정에 휩싸였다.

어머니의 기일?

그는 문아영의 어머니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지방에 묻혀 있다는 것도, 기일이 언제인지도 전혀 몰랐다.

문아영이 한 번도 그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말했지만 그가 한 번도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일까?

게다가 그녀가 미팅을 지연시키지 않으려고 어제 이미 지방로 갔다는 말을 듣고 그는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녀가 직장을 시장통처럼 여긴다며 비난하지 않았던가. 분명 문아영은 이 미팅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한편, 문아영은 그 시각 김한세의 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녀의 눈가는 살짝 붉어져 있었지만, 그것은 상처 때문이 아니라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왜 이혼까지 했는데도 최강원이 여전히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그러나 곧 스스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비록 이혼했지만, 지금 직장에서 그가 반쪽 상사나 다름없었기때문이다.

이 업계에서 투자자는 곧 큰손이자, 대형 권력자, 그리고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미팅에 빠진 것을 두고 최강원이 그녀를 질책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직장의 냉혹함이자 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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