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여전히 짜증 나는

문아영은 최주희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가져온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며 박정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녀가 사달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해서 최주희가 그녀를 내버려둘 리는 없었다.

최주희는 문아영이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을 보고 허리에 손을 짚은 채 문아영과 박정인이 앉아있는 테이블 앞에 서서 문아영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어머, 누구는 1년 동안 해외 나갔다 와서는 귀가 먹었나 보죠?"

최주희는 문아영 앞에서 거만하게 굴고 악담을 퍼붓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었다. 문아영이 최강원과 이혼한 이후로, 그녀와 최주희는 아무런 관계도 아닌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최주희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당연히 더 이상 그녀를 참고 받아줄 이유도 없었다.

문아영은 자리에 안정적으로 앉아서 최주희를 올려다보며 담담히 말했다.

"나는 변한 것 같은데, 아가씨는 하나도 안 변했네요."

문아영은 최주희의 거만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전히 사람 짜증 나게 하네."

"너-" 최주희는 문아영이 늘 참고 삼키던 걸 익숙해했기에, 문아영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을 모욕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렇게 촬영장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욕해서, 자신의 체면을 완전히 구길 줄이야.

최주희는 당황스럽고 분노해서 얼굴이 일그러졌고, 통제를 잃은 채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문아영에게 모조리 끼얹었다.

만약 오늘 자신을 난처하게 만든 사람이 문아영이 아니었다면, 최주희는 아마 이렇게까지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문아영을 괴롭히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고, 갑자기 문아영에게 이렇게 세게 반격당하자 마음속의 큰 괴리감에 수치심과 분노로 이성을 잃었다.

아무도 최주희가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바로 커피를 끼얹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순간 모두가 멍해졌다.

문아영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다. 덕분에 커피가 옷에는 묻지 않았지만, 하얀 팔 위로 쏟아지고 말았다.

한여름이라 그녀는 반팔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뜨거운 커피에 데인 그녀의 하얀 팔은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박정인이 즉시 화를 냈다. 먼저 휴지를 뽑아 문아영에게 건네고 나서 벌떡 일어나 최주희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게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박정인은 데뷔 전 학교에서 완전히 일진으로 유명했다.

아이돌이 된 후에는 많이 자제하며 절제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최주희 때문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박정인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앞으로 나가 최주희를 한 대 때려주려고 했는데, 문아영이 즉시 그녀를 말렸다.

문아영은 비록 커피를 뒤집어썼지만, 마음은 무척 차분했다. 그녀는 절대로 박정인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분별력을 잃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

박정인은 인기 아이돌이었고, 만약 박정인이 사람을 때리는 장면이 퍼진다면, 분명 경쟁자들에게 끝없이 까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박정인을 잡으며 달랬다.

"정인아, 괜찮아."

박정인은 폐가 터질 것 같아서 하늘이 울릴 정도로 소리쳤다.

"커피를 온통 뒤집어썼는데 뭐가 괜찮아?"

"응, 괜찮아." 문아영이 그녀를 향해 입꼬리를 올려 웃더니 말했다. "왜냐하면... 나도 끼얹을 거거든."

문아영은 말을 마치고 자신 앞에 있던 커피를 들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최주희에게 끼얹었다.

심지어 최주희보다 더 악랄하게, 그녀는 바로 최주희의 얼굴에 커피를 끼얹었다.

최주희는 즉시 돼지 우는 소리 같이 비명을 질렀다. 문아영의 커피는 이미 식어 있어서 최주희의 얼굴에 화상을 입히진 않았지만, 최주희의 이미지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볼품없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이것은 최주희에게 치명적이었다. 최주희는 평소에 자신의 얼굴을 소중히 여기고 체면을 중시했다.

"문아영!"

"이 천한 것이! 감히 내게 커피를 끼얹어!"

"죽여버릴 거야!"

최주희의 저주 소리가 온 촬영장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얼굴의 커피를 닦아내며 문아영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무슨 일이지?"

위엄 있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최강원이 감독과 이은지와 같이 걸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