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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녀를 오해했다

최승학의 말에 최강원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쳤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가 일부러 그들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었다. 그는 문아영이 일부러 할아버지를 찾아와 자신에게 접근하려 한다고 생각했었다.

최강원의 시선이 옆에 놓인 문아영이 남긴 선물 상자에 머물렀다.

그는 그녀가 이준에게 그런 촌스러운 선물을 하려는 거라 생각하며 비웃었지만, 사실 그 색상은 할아버지인 최승학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문아영을 연이어 오해한 자신을 떠올리며, 최강원은 지금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조차 혼란스러웠다.

한참 동안 말없이 서 있던 그는 이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문아영은 저택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으로 차를 부르고 있었다. 최승학이 사는 곳은 산기슭 별장구역이라 택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최강원이 그녀 옆으로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기서 택시 잡기 힘드니까 내가 데려다줄게."

둘이 알고 지낸 지 4년이 지났지만, 최강원이 문아영에게 먼저 선의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예전에 둘 사이에 무슨 마찰이나 갈등이 있어도, 먼저 달래거나 말을 걸었던 쪽은 늘 문아영이었다.

만약 문아영이 먼저 나서서 둘 사이의 침묵을 깨지 않았다면, 최강원은 그렇게 계속 그녀와 냉전을 이어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문아영은 그 답답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서 매번 먼저 화해를 청했다.

문아영은 최강원이 먼저 선의를 보이며 데려다주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살짝 놀랐지만 여전히 담담하게 거절했다.

"고맙지만 괜찮아."

그렇게 말한 뒤 옆으로 몇 걸음 떨어지려 했다. 그가 자신에게 여전히 무슨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문아영." 최강원이 약간 급한 듯이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았다.

문아영이 눈썹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보자 최강원이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는 미안했어..."

남성복 매장에서 그녀를 조롱한 것이나, 조금 전 그녀가 먼저 찾아왔다고 오해한 것이나, 모두 그의 생각이 지나쳤던 것이다.

문아영은 최강원이 자신에게 사과할 줄은 몰랐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 감격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차분하게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사과는 받아들일게."

이어서 그의 팔을 잡고 있는 손을 보며 말했다.

"이제 놓아줄 수 있어?"

최강원의 잘생긴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쳤고, 곧 그녀를 놓아주었다.

문아영이 한 걸음 물러나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자, 최강원은 자신의 차 키를 꺼내 리모컨으로 차 문을 열었다. 그녀의 고요한 옆모습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

"타. 여기 택시 잘 안 오는 거 너도 알잖아."

이곳은 고급 별장 구역이라 거주자들은 모두 부자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차량 출입이 빈번했지만 그녀가 여기서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는 한 대도 없을 수도 있었다.

문아영은 아예 핸드폰을 집어넣고는 그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됐어. 걸어서 택시 잡을 수 있는 데까지 가면 되니까."

최강원은 그녀의 고집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며 말문이 막혔다.

그는 그녀의 성격에 이렇게 고집스럽고 완고한 면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그녀는 그와 함께 있을 때 마치 화를 낼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가 하는 말은 뭐든 다 따랐고, 이혼을 요구했던 그때를 제외하면 그에게 한 번도 반항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을 때, 저택의 철문이 열리고 차 한 대가 나왔다.

할아버지의 운전기사가 차창을 내리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

"주인님께서 문아영 씨를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최 회장님, 들어가셔서 할아버지와 식사하시지요."

문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최승학의 차에 올랐다. 최강원에게 작별 인사 한마디 없이, 마치 그가 무서운 맹수라도 되는 것처럼.

운전기사는 최강원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아영을 태우고 떠났다. 최강원은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며 아래턱을 굳게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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