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제15화 그녀가 얼마나 오래 연기할 수 있을지 보자

예전에는 최강원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문아영은 늘 마음이 아프고 우울했다. 심지어 자신을 완전히 부정할 정도로 자신감을 잃고 자포자기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문아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를 위해 살지 않은 지 오래였고, 자신에 대한 그의 평가를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설령 그의 눈에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 해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최강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이 고른 스카프를 계산하고 나왔다.

그 자리에 홀로 남겨진 최강원은 다시 한번 자신이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는 날씬하고 우아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그녀가 얼마나 오래 연기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녀가 예전에 입만 열면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고 들러붙었던 게 불과 1년 전인데, 1년 만에 그를 완전히 잊었다는 걸 최강원은 믿을 수 없었다.

30분 후, 문아영은 택시를 타고 최씨 저택에 나타났다. 그녀는 일부러 평일 점심시간을 골라 최승학을 만나러 왔다. 최강원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예전에 문아영이 최강원을 이해했던 바로는, 그는 보통 주말에 할아버지를 찾아뵙곤 했다.

게다가 그는 평일에는 바빠서 점심을 거의 회사에서 해결했다.

최승학이 문아영에게 점심을 먹고 가라며 열심히 붙잡았다. 문아영이 거절하기 힘들어 승낙하려는 찰나, 밖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최강원이 긴 다리를 내디디며 들어왔다. 문아영은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녀가 최승학을 돌아보자, 최승학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허허 웃기만 했다.

문아영은 순간 최승학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오늘 점심에 최승학이 일부러 그녀와 최강원이 만나도록 계획한 것이었다.

그녀는 조금 난감했다. 할아버지가 왜 이러시나. 이혼까지 했는데 설마 그녀와 최강원이 옛정을 되살리길 바라시는 걸까?

최강원은 그녀에 대해 그런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차치하고라도, 그녀 자신도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 없는 결혼은 그녀의 마음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모든 열정까지 상하게 했다.

최강원은 문아영을 보고 살짝 놀란 듯하다가, 곧 속으로 득의양양해했다.

자신이 뭐라고 했더라, 그녀가 얼마나 오래 연기할 수 있을지 보자고.

한바탕 밀당을 하더니, 결국 할아버지를 찾아와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나. 어차피 최씨 집안에서 그녀와 자신의 관계를 찬성하는 사람은 할아버지 밖에 없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가가 고압적으로 물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최승학은 철이 없는 손자가 답답해 그를 노려보며 이를 갈듯 꾸짖었다.

"입 다물어!"

문아영은 최강원의 차가운 표정은 무시한 채 최승학을 향해 온화하고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선물 전해드렸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1년 동안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아영은 최강원이 방금 한 말에서 불쾌함과 경멸이 묻어나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분명 그녀가 최승학을 만나러 온 것이 자신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마지막 말을 덧붙여 최강원의 자만심에 일침을 가했다.

할아버지가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

"어어, 모처럼 왔는데 같이 밥이라도 먹고 가지."

"괜찮아요, 할아버지,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요."

문아영은 말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문아영의 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지자마자, 최승학의 지팡이가 최강원의 몸에 떨어졌다.

최승학은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녀석아! 저 아이는 우리와 연을 끊고 싶어 했는데, 이 늙은이가 체면을 구겨가며 1년 동안이나 계속 연락을 했다."

"오늘 날 보러 온다고 해서 내가 네게 전화해서 꼭 오라고 강요한 거야. 너희 둘이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말이다."

"난 김예지가 뭐가 그리 좋은지 모르겠다. 내 마음속에는 문아영이가 최고의 여자야!"

"나한테 이러쿵저러쿵 설명하지 말거라. 그 아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최승학은 이렇게 최강원을 한바탕 호되게 꾸짖고는 화가 나서 지팡이를 짚으며 나가버렸다. 오만무례한 손자는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