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흔들기 작전이겠지
최강원은 얼굴에 한기가 가득한 채 냉혹한 표정으로 저만치 사라지는 가녀린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재주가 뛰어난 면이 있을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이혼 후의 그녀는 예전처럼 그의 앞에서 온화하고 우아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온화하고 우아했던 이유는, 그가 그녀의 남편이었고 그녀가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 그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녀의 그 모든 다정함은 당연히 더 이상 그에게 향하지 않았다.
문아영이 불러둔 차를 타고 떠난 후에야 옆에 있던 손우석이 충격에서 벗어났다. 그는 문아영의 차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문아영이 너한테 이렇게 맞받아쳐? 예전엔 네 앞에서 숨소리도 못 낼 정도였잖아?"
최강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문아영이 얼마나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아내였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늘 그렇게 온화하고 이해심이 많았으며, 마치 화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방금 전 문아영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최강원과 설전을 벌이고, 게다가 성공적으로 최강원의 말문을 막아버린 것을 보고 손우석은 완전히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최강원이 어떤 사람인가. 사업장에서도 협상 테이블에서도 상대방에게 단 한 치의 틈도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손우석이 예전의 문아영 얘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말을 꺼내자마자 최강원의 마음속에 하루 종일 쌓여있던 화가 완전히 타올랐다. 평소에는 희로애락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곧바로 화를 내며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발로 찼다.
손우석은 말을 잃었다.
전 아내가 차갑게 한마디 했을 뿐인데,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다니?
그는 예전에 문아영에게 차가운 말을 적지 않게 했었는데.
격앙된 최강원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우석이 서둘러 말했다.
"이게 더 좋은 거 아니야? 적어도 더 이상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란 뜻이잖아."
최강원은 손에 든 담배를 세게 빨더니 갑자기 입꼬리를 올려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더 이상 매달리지 않을 거란 걸 네가 어떻게 알아?"
손우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뜻이야?"
최강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음울하게 말했다.
"이건 아마도 그녀가 노리고 하는 흔들기 작전일 거야."
손우석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가 결국 하려던 말을 삼켰다. 사실 그는 최강원이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다.
문아영이 방금 그를 대할 때의 표정은 전혀 ‘흔들기 작전’ 같지 않았다. 분명히 피하기 바빴다.
그는 여자 보는 눈이 좋기로 유명한 사람이었고, 여자의 마음을 읽는 데는 최강원보다 훨씬 정확했다.
하지만 손우석은 결국 자신의 판단을 말하지 않았다. 이 친구의 자존심과 자신감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자들은 때때로 정말 바보 같아서 한 남자를 위해 모든 걸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한번 매정해지면, 그건 정말로 사람을 죽고 싶게 만들 정도였다.
이때 최강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의 어머니 심경숙이었다.
최강원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오는 이유는 뻔했다.
전화만 하면 빠짐없이 김예지와의 결혼을 재촉하기 일쑤였으니까.
심경숙의 어조는 좋지 않았다.
"어디니, 내가 오늘 예지 데리고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했잖니?"
최강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죄송해요, 깜빡했어요."
심경숙은 그 말에 화가 나서 불평하기 시작했다.
"까먹을 게 따로 있지, 예지가 얼마나 좋은 앤데 그런 애를 놔두고, 도대체 밖에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그 뻔뻔한 문아영한테 3년이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너랑 예지 사이에 아이도 벌써 있었을 텐데."
심경숙이 갑자기 문아영을 언급하며 난폭한 말을 쓰자, 최강원은 왠지 모르게 귀에 거슬렸다.
더 이상 심경숙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바빠서, 먼저 끊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