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결혼까지 했는데 잘 알지 못한다고?
최강원은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종업원에게 물었다.
"그 사람이 소고기랑 양고기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습니까?"
종업원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최강원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며 긴 손가락으로 앞에 있는 라이터를 만지작거렸다. 내리깔린 눈동자에서는 그의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손우석은 종업원에게 스테이크를 내려놓고 나가라고 한 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최강원 앞으로 다가가 불을 빌리면서 놀리듯 말했다.
"강원아, 3년이나 같이 결혼생활 했는데 이런 것도 몰랐어?"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을 이었다.
"알레르기라는 게 심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잖아. 가벼우면 발진 정도지만 심각하면 쇼크가 와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그 말에 최강원의 표정이 살짝 굳었고, 그는 손우석을 못마땅하게 노려보았다.
말을 좀 가려서 하지.
쇼크니 목숨이니 하는 말을 꺼내다니, 이건 일부러 최강원의 기분을 망치려는 거나 다름없었다.
최강원은 정말 기분이 언짢아졌다.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그 스테이크를 보며 문아영과 함께했던 3년을 떠올렸다. 그가 집에서 식사할 때면 거의 매 끼니마다 육류 반찬으로 소고기나 양고기가 올라왔다. 그가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문아영이 이런 것들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그녀가 말한 적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는...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다.
이준이 인기 아이돌이고 박정인의 드라마도 한창 방영 중이었기 때문에 식사 후 문아영은 이준을 먼저 보내고 룸에서 좀 더 있다가 나왔다. 인기 아이돌과 같이 들어갔다 나왔다가 찍히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테니까.
문아영이 식당 문을 막 나서서 고개를 들자 길가에 서 있는 최강원과 손우석이 보였다. 일부러 그들을 본 게 아니라 두 사람의 키며 분위기, 그리고 몸가짐에서 풍기는 기품이 너무나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최강원은 흰 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고, 차가운 표정에 냉담한 기색을 띠고 있어 범접하기 어려운 왕자 같았다. 손우석은 검은 바탕에 잔꽃무늬가 가득한 셔츠를 입고 있어 우아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도련님 스타일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운전기사가 차를 가지러 가는 걸 기다리는 중이었고, 각자 담배를 한 개비씩 물고 연기를 내뿜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문아영은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돌려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 눈에 띄는 두 남자를 피하려 애썼다.
하지만 문아영은 손우석이 자신을 부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 아영 씨."
문아영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손우석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손 회장님."
사실 문아영은 손우석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최강원과 관련된 모든 사람과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손우석은 강성시의 유력 인사였고, 그녀는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자본의 힘이었다.
손우석이 다가와서 매혹적인 눈매로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가시려고요? 데려다드리겠습니다."
문아영은 서둘러 거절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부른 차가 곧 도착할 거예요."
손우석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어느새 다가온 최강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눈을 찌푸리며 못마땅하게 문아영을 노려보며 따졌다.
"나랑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야?"
문아영은 그제야 그를 올려다보며 예의 바르지만 냉담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아닌가요?"
최강원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해외 가서 1년 지내더니 이렇게 개방적이게 됐어? 결혼까지 했는데 잘 알지 못한다고?"
문아영의 미소는 그보다 더 차가웠다. 그의 시선을 받으며 거침없이 대꾸했다.
"결혼까지 했는데 내가 소고기랑 양고기를 못 먹는다는 것도 몰랐잖아, 우리가 어떻게 서로 잘 아는 사이지?"
문아영의 이 말에 최강원은 제대로 말문이 막혔고, 최강원의 어두운 시선 속에서 문아영은 자신의 가방을 꽉 쥐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