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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전 Y국 춘하대학교 졸업생이에요

하건국이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그는 의자를 가져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하희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제 아빠가 너한테 좀 심하게 말한 거 같구나. 미안하다."

하희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어제는 아빠가 너무 화가 나셨던 거잖아요."

하건국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 아빠도 차분히 생각해 보니… 그 일들이 네가 한 짓이든 아니든, 설령 네가 한 거라고 해도… 그럴 만했어."

"애초에 그놈들은 사람 취급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으니까."

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하희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감동이 밀려와, 조용히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빠, 나를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하건국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바보 같은 녀석, 아빠가 널 걱정 안 하면 누구를 걱정하겠냐?"

하희진은 환하게 웃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웃음이었다.

"사실 아빠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희 엄마가 그렇게 가고나서, 내가 다시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나…"

"그랬다면 너만 내 유일한 딸이었을 테고, 이렇게 복잡한 일들도 없었겠지."

"그리고 네가 그렇게 혼자 떠돌며 삼 년을 고생할 일도 없었을 거고."

그는 천천히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으며, 다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하희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빠, 아빠는 저에게 미안할 거 없어요. 누구나 행복을 찾을 권리가 있는 거잖아요."

하건국은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마침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은지와 그 소태진과의 결혼 문제는… 이제 어쩔 수 없게 됐다. 그저 약혼 상태였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정식으로 결혼을 앞둔 상태라…"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구나."

하희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빠, 전 이해해요. 그리고 아빠가 막을 필요도 없어요. 전 이미 소태진에게 아무 감정도 없어요."

"이해해 준다니 다행이구나…"

하건국은 안도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빠한테 말해 줄 수 있겠니? 그동안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솔직히 소태진은 네가 누군가와 도망쳤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절대 믿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하희진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Y국에 있었어요. 치료받으러 갔었죠."

그녀는 잠시 멈춘 후 덧붙였다.

"그때는 모든 게 무너진 기분이었어요.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죄송해요."

"그런데… 아빠는 왜 저 찾기를 포기한 거예요? 나한테 완전히 실망하신 거예요? 아니면…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하건국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가족은 너를 찾기 위해 전세계를 뒤졌어. 하지만 끝내 찾지 못했지."

"그래서 해성에서 유명한 점쟁이를 찾아가서 물었어. 그 사람이 말하길, 넌 살아 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곧 돌아올 거라고 했어."

하건국은 원래부터 점과 운명 같은 걸 잘 믿는 사람이었다.

그가 과거 수많은 여성 중 진미령을 선택해 결혼한 것도, 점쟁이가 그녀를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운을 가져올 여자' 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자, 이제 재밌게 놀렴. 그만 방해하마."

하건국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때는 외출하지 마라. 오늘은 아빠가 직접 요리할 거야. 우리 오랜만에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 한번 하자."

"네, 아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건국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하희진 또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게임을 한 판 마치고 난 뒤, 하녀가 불러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하건국, 하은지, 그리고 진미령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건국은 신문을 읽고 있었고,

진미령과 하은지는 하희진을 보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하지만 하희진은 두 사람을 완전히 무시한 채 하은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 순간, 진다혜가 카톡을 보내왔다.

X 엔터테인먼트에서 막 발표한 연습생 모집 포스터였다.

하희진은 곧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그 모습을 본 하은지가 비웃으며 말했다.

"요즘은 아무나 연예인 하나 보네?"

"자기 조건도 좀 생각해 보고, 연예계에 들어갈 생각을 해야지."

그녀는 차갑게 빈정거렸다.

하지만 하희진은 무시한 채 계속 포스터를 읽었다.

그때, 하건국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희진이 조건이 어때서?"

하은지는 순간 당황하며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빠,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요즘 연예계는 단순히 외모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거예요."

"희진이는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잖아요."

그녀는 눈을 굴리며 하희진을 힐끔 쳐다봤다.

식탁의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진미령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여보, 은지 중간고사 성적이 나왔어요. 우리 은지 해성대학교 금융관리학과에서 상위 50등 안에 들었어요!"

"음, 훌륭하구나."

하건국이 칭찬했다.

진미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희진을 바라보았다.

"희진아, 너도 동생한테 좀 배워야겠구나. 아빠 기억엔 네가 예전에 대학 다닐 때, 학과는커녕 반에서도 성적이 바닥이었잖니?"

"이제 다시 돌아왔으니까, 학교로 복학해서 다시 공부하는 게 어때?"

"여자는 배워야 할 게 많단다. 특히 쓸모 있는 것들을."

진미령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사실 하희진의 대학 시절 성적이 엉망이었던 건 사실이었다.

당시 그녀는 뚱뚱하고 외모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밖에 나가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당연히 학교도 거의 가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성적도 형편없었다.

"됐어, 조용히 좀 해."

하건국이 차가운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하희진을 바라보았다.

"희진아, 이제 돌아왔으니 며칠 푹 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자. 금융관리학과로 복학하는 게 좋겠구나."

하희진은 천천히 신선한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저 이미 Y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어요. 올해 막 춘하대학교 금융관리학과에서 학위를 땄어요."

그 말을 듣자, 하은지와 진미령은 순간 동공이 흔들렸다.

그리고는 두 모녀가 동시에 하건국을 바라보았다.

"뭐? 어느 대학이라고?"

진미령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은지는 입을 벌린 채 충격을 받은 듯 굳어 있었다.

Y국 춘하대학교…?

그건 세계에서 최고의 명문대학이었다.

각국의 대통령과 유명 재벌가 후계자들이 거쳐 간 학교이며, 입학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 순간, 하은지는 자신이 해성대학교에서 학과 50등 안에 들었다는 성적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희진, 거짓말하지 마."

하은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춘하대학교는 아무나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야."

"그리고 설령 입학했다 하더라도, 4년제 대학을 3년 만에 졸업했다고? 말도 안 돼!"

진미령도 여전히 믿지 않는 듯했다.

하희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아주머니, 혹시 모르셨어요? 성적이 우수하면 조기 졸업이 가능하다는 걸?"

그녀는 이어 하건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이게 제 졸업 사진이에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그녀가 춘하대학교 정문 앞에서, 졸업장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하건국은 한동안 사진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그동안 넌 Y국에 있었던 거냐?"

"치료받으면서 동시에 대학도 다녔고… 그것도 Y국, 아니 전 세계 최고의 춘하대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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