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화면이 주는 극도의 쾌감(2)
하희진이 건넨 서류에는 하은지가 사이버 렉카 채널을 매수해 하희진이 다른 사람과 도망쳤다는 허위 기사 사주를 요청했던 채팅 기록과 다량의 송금 내역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었다.
이 사실은 하건국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고, 그는 문 밖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누구 없는가! 내 채찍을 가져와라!”
그 말을 들은 하은지는 순식간에 얼굴이 하얘졌다.
“아빠... 뭐…뭐 하시려고요?”
하건국은 차가운 얼굴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진미령은 급히 하건국의 손을 붙잡으며 애원했다.
“여보, 은지가 이렇게 여린 애인데 채찍을 어떻게 견디겠어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집사 한 명이 채찍을 들고 하건국 앞에 나타났다.
하건국은 아무 말 없이 채찍을 가져와 단번에 하은지를 향해 내리쳤다.
하은지는 두려움에 몸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채찍은 그녀의 등을 강타했다. 뜨겁고 타오르는 고통이 그녀의 눈에 눈물을 가득 채웠다.
진미령은 재빨리 하은지를 끌어안으며 울부짖었다.
“여보, 은지는 이미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어요. 만약 정말 누군가를 때려야만 당신의 분이 풀린다면, 저를 때리세요!”
하건국은 다시 채찍을 들었지만, 진미령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앞에 서 있었다. 결국 그는 채찍을 들어 올린 채 멈춰 섰고, 다시 내려놓았다.
하건국은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하은지를 바라보다가 진미령을 향해 소리쳤다.
“이 모든 게 다 당신이 애를 잘못 키운 탓이야!”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런 상황은 하희진의 예상 밖을 넘어가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하은지나 자신 모두 소중한 딸임은 변함없었고, 이런 사건으로 하은지를 정말 크게 처벌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하희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하은지와 진미령을 바라보고는, 조용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오르자마자 하은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희진, 잠깐 멈춰.”
그녀는 하은지가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았지만, 완전히 무시하고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봤지? 아버지는 여전히 날 더 사랑해. 네가 진실을 밝혔어도 어쩌라고?
결국 아버지는 고작 채찍 한 번 휘두르고 끝났잖아.”
하은지는 냉소하며 말했다.
그녀는 계단을 올라 하희진보다 한 계단 더 높은 곳에 서서, 턱을 들고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인정하든 말든 네가 복수를 위해 돌아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하지만 하희진... 꿈 깨. 너는 날 이길 수 없어.”
“내가 한 작은 실수 때문에 네가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게 과연 필요한지 모르겠어.”
“네가 그렇게 못생겼으니, 남자친구를 뺏긴 것도 너 잘못 아니야? 내가 아니었어도 다른 누군가가 태진 오빠를 뺏었을걸?”
그리고 소태진이 널 버린 것도 당연한 일이야.
신장 하나 기증했다고, 네가 평생 못생긴 상태로 살아가는데도 옆에 남아줄 거라 생각한 거야?”
“정말 어이가 없네, 얼마나 뻔뻔하면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하은지는 이를 악물며 하나하나 독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말은 마치 못이 되어 하희진의 귀를 찌르고, 그녀의 비뚤어진 사고관과 독설은 혐오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하희진은 그저 하은지를 완전히 무시한 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밤 8시, 하희진은 약속대로 드림랜드 호텔의 스위트 드리즐 룸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이미 사경연이 도착해 있었고,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샴페인 컬러의 새틴 수트에 흰 티셔츠와 하얀 운동화를 매치한 그는, 깔끔하고 따뜻한 인상을 주었다.
잘생긴 이목구비와 소년미가 어우러져 마치 다비드 상처럼 아름다웠다.
그 순간 하희진의 머릿속에 호텔에서 마주쳤던 그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둘은 몇몇 특징이 조금 비슷했지만, 그 남자는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운 반면, 사경연은 친근함으로 가득해 마치 이웃집 오빠 같은 편안함을 주었다.
하희진을 본 사경연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손을 내밀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
“대표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의 미소는 세상 모두를 따뜻하게 만들 것만 같았다. 사경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업계에서 그렇게 유명한 하희진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성일 줄이야. 게다가 그녀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녀는, 미녀가 넘쳐나는 연예계에서도 단연코 모든 이들을 압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업계에서 그녀는 철저히 신비로운 존재로 통했다.
사람들은 단지 그녀가 X 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인 소유주이며, 흔히 "대표님"으로 불린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없었고, 그녀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사경연이 이 만남을 선뜻 받아들인 것도 그에 대한 호기심이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하희진은 예의를 갖춰 그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별말씀을,앉으세요."
둘이 자리에 앉은 뒤, 하희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사경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기꺼이 대표님 회사와 계약하고 싶습니다."
그의 예상치 못한 단호한 태도에 하희진은 약간 놀랐다.
"왜죠? 아직 조건도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요."
그녀는 자신이 이리 쉽게 현 연예계 최고의 톱스타이자, 노래, 춤, 연기 모두 완벽한 사경연을 스카우트할 수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가 이렇게 쿨하게 동의할 줄은 더욱 예상 밖이었다.
사경연은 3년 전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뛰어난 가창력과 출중한 외모, 그리고 뛰어난 춤 실력으로 데뷔 1년 만에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그 후에는 연기에도 도전하며, 사극 드라마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그 드라마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는 단숨에 업계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그는 완전히 연기 쪽으로 전향하며,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는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았고, 여고생부터 주부, 커리어 우먼까지 팬이 없는 여성층을 찾기 더 힘들 정도로 대단한 스타였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제가 알기로 X 엔터테인먼트는 설립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로 올라섰어요. 이것만으로도 대표님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럼 두 번째 이유는 뭔가요?"
하희진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예쁘니까요."
사경연은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나 싶어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예쁜 사람과 함께 일하면 더 편안하지 않을까요?"
사경연은 여유롭게 덧붙였다.
"예쁜게 최고라는 말인가요?"
하희진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 회장님,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하희진입니다. 빛날 '희(熙)', 보배 '진(珍)'."
"정말 좋은 이름이네요."
"감사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앞으로 우리 회사의 총괄 매니저인 진다혜 씨께서 당신을 직접 케어할 겁니다. 다혜 씨가 앞으로 당신의 전속 매니저가 될 거예요.
"그리고 보조 매니저는 기존에 함께했던 분을 데려오셔도 되고, 아님 회사에서 새로 배정받으셔도 됩니다."
"보조 매니저는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지금 매니저는 제가 신인 시절부터 함께한 사람이거든요. 그녀도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죠."
"의리파시군요." 하희진이 말했다.
사경연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피했다.
"그럼 이제 식사하면서 계약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짧은 30분간의 대화로, 하희진은 사경연과 성공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식사가 끝난 뒤, 그녀는 빨간색 마세라티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 준비를 하던 순간, 갑자기 차 문이 열렸다. 코를 찌르는 듯한 피 냄새가 그녀에게 밀려왔다. 이어 차가운 동시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출발해."
하희진은 반사적으로 긴장하며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보자마자 놀라움에 얼어붙었다.
그는 바로 며칠 전 하룻밤을 함께했던 그 남자였다. 어둑한 가로등 빛이 차창을 통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그는 평소보다 창백했고, 그의 눈에 피로가 스며 있었다.
그의 하얀 셔츠는 피로 물들어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그의 가슴은 무겁게 오르내렸다.
그 모습으로 보아 분명히 적들에게 습격을 당한 건이 분명했다.
하희진은 그가 정말로 조폭 세계에 활동 중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혹스러움과 긴장감에 휩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