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름다움으로 압도하다
글로리 호리즌 호텔의 최고급 연회장 안.
약혼식이 끝난 후, 하은지와 소태진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양가 부모를 따라 연회장을 돌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모두가 축복해주는 줄로만 알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은지는 진한 화장을 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만족감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디올의 빨간색 맞춤형 오프숄더 드레스는 그녀의 요염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스튜어트 식품 그룹은 세계 5대 식품 회사 중 하나였다.
그에 비하면 하진 그룹이나 그녀의 명문가 친구들의 집안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소태진의 약혼자로서 그녀는 이제 명문가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장 부러움을 받는 존재가 될 것이었다.
소태진 역시 기뻤다.
그는 마침내 뚱뚱하고 못생긴 하희진을 떨쳐냈고, 진정한 ‘미녀’ 하은지와 약혼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명문가의 아내들과 딸들은 뒤에서 이들을 조롱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부부를 마치 광대처럼 여겼다.
“내가 그랬지? 하은지는 처음부터 분위기가 싸한 애 같다고. 이거 봐, 딱 맞았잖아.”
“소태진이 그렇게 고상한 척하더니, 뒤에선 이렇게 쓰레기 같은 짓을 했다…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봐선 몰라.”
“하희진은 좀 못생겼어도 정말 착했는데, 헛된 짓만 한 꼴이네. 불쌍해라.”
바로 그때, 하희진이 연회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녀의 시선은 곧바로 소태진과 하은지에게로 향했다. 하은지가 자신만만하게 웃는 모습을 본 그녀는 확신했다.
“저 둘은 아직도 본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한지 전혀 모르는구나.”
그들이 뒤에서 얼마나 비웃음을 사고 있는지 모르는 채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며, 하희진은 속으로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샴페인 골드 색상의 은은한 그라데이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웨이브 머리가 어깨에 흩어져 있었고, 그녀의 모습은 기품 있고 우아하며 품격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연한 화장만으로도 완벽했고, 마치 아프로디테 여신처럼 빛났다.
연회장에 있던 몇몇 남성들은 그녀에게 접근했고, 하희진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며 그녀가 어느 집안 출신인지 묻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쏟아지는 남성들의 대쉬에 하희진은 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지만,
그저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는 고요하게 소태진과 하은지에게 걸어갔다.
소태진은 하희진을 본 순간 숨이 멎었다.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게… 누구야? 하… 하희진?”
그녀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망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다시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하희진은 드레스 하나만 입고, 진한 화장도 받지 않은 채, 그 흔한 액세서리조차 걸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풀메이크업을 한 하은지를 압도하며, 연회장의 모든 남성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하은지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녀의 외모는 무언가 부족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항상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반면, 하희진은 완벽했다.
그녀는 마치 신이 직접 그린 걸작처럼 아름다웠고, 섬세하면서도 단아하며, 우아하면서도 품격을 지닌 모습이었다.
소태진의 마음속에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녀가 이렇게 화려한 과거로 돌아올 수 있는걸 알았더라면, 절대 그녀를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양가 부모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건국은 오랜만에 본 딸을 바라보며 감격했다.
“희진아...! 정말 너 맞니? 3년 동안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왜 연락 한 통조차 하지 않은거야? 그리고 어떻게 이리 몰라볼 정도로 예뻐진 거니?”
소태진은 하희진이 다른 남자와 도망쳤다고 말했지만, 하건국은 전혀 믿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감격스러운 모습을 본 하희진은 마음 깊이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과거, 치료에 전념하고 방해받지 않으려고 아버지와도 연락을 끊었던 것이다.
“아빠, 얘기하자면 길어요. 집에 가서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하희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건국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 알겠다.”
소태진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희진아, 돌아왔구나…”
그의 손은 흥분으로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여자를 꽃에 비유한다면, 하희진은 순수하고 고귀한 백모란이고, 하은지는 기껏해야 들장미에 불과했다.
남자는 백모란을 보지 못하는 동안 잠시 들장미에 끌릴 수 있다. 하지만 백모란이 돌아오면, 들장미는 더 이상 관심을 받지 못 함이 자명했다.
소태진의 반응에 하은지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줄곧 그녀에게 향했던 시선은 온데간데없이, 이목이 하희진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그 순간, 하은지는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시절, 소태진과 해성의 모든 재벌 2세들은 하희진만 바라봤다. 그녀는 언제나 하희진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강렬한 질투가 그녀의 가슴을 뜨겁게 태우며, 두 주먹은 자신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
“하희진이 어떻게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지? 이럴 수는 없어!”
하희진은 냉담한 표정으로 소태진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놓을 만큼 불쾌했다.
“저 더러운 인간은 진짜 끝까지 추잡하군.”
그때 주변 사람들은 이쪽 상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희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귀국하자마자 두 사람의 약혼 소식을 들었어요. 축하해주러 온 거예요.”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어떠한 감정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담담한 태도는 소태진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과거 그녀는 늘 그의 뒤를 쫓아다니며 그를 세상의 중심처럼 여겼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달라졌다. 그는 그녀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주변 사람들은 속삭이며 말을 주고받았다.
“세상에, 하희진이 다시 이렇게 예뻐질 줄이야. 하은지랑 비교하면 완전 차원이 달라.”
“저런 대우를 받고도 웃으면서 축하하러 올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품격이야.”
“하은지는 외모도 못 따라가지만, 사람 됨됨이에서도 하희진에게 한참 못 미치지.”
이 말들은 마치 칼날처럼 하은지의 자존심을 난도질했다.
그녀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저 사람들이 뭘 알고 떠드는 거지?”
하은지는 주변 사람들의 조롱 섞인 시선에 불만을 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헛소리하지 마세요!”
그때 누군가 대답했다.
“직접 인스타그램 실시간 검색어를 들어가 보세요.”
하은지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인스타그램 실시간 검색어를 열었다. 1위에 오른 화제를 확인한 순간, 하은지와 소태진, 그리고 양가 부모 모두 얼어붙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하은지! 설명 좀 해봐. 소 서방하고 너는 하희진이 떠난 뒤에야 사귀기 시작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게 다 거짓말이었던거야?”
하건국은 분노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 진미령은 그의 손을 붙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여보, 집에 가서 얘기해요. 여기서 더 소란을 피워봤자 저희에게만 손해예요.”
온라인에서 퍼진 악담과 연회장에서의 시선은 하은지를 완전히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수치심에 얼굴을 들지 못한 채 땅 속으로 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면 그렇지. 사람들이 이미 다 알고 있었다니, 우리가 약혼식에서 술을 따라 돌 때, 다들 뒤에서 우릴 얼마나 비웃었을까?”
그녀는 그 장면을 떠올리자 더욱 비참함을 느꼈다.
반면, 하희진은 이 모든 상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여유롭게 서 있었다. 하은지는 모든 것이 그녀의 계략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하필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이런 일이 터지다니… 너무 수상해.”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 하은지는 하희진의 손목을 움켜쥐고 복도의 끝으로 그녀를 끌고 갔다.
“이거 네 짓이지? 네가 꾸며낸 거잖아! 얼마나 뻔뻔하면, 돌아오자마자 이런 짓을 하냐? 네가 내 인생 망치려고 작정한 거지?”
그녀는 이를 갈며 말했다.
하은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하희진의 뺨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
그러나 하은지의 손이 하희진의 뺨에 닿기 직전, 하희진은 차분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으며, 하은지의 분노를 가뿐히 눌렀다.
"하은지, 내가 뭐라고 했던가? 내 앞에서 함부로 굴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았나?"
그녀는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안에는 강렬한 위압이 스며 있었다. 하은지는 순간 움츠러들었지만 곧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너는 항상 나를 짓밟고, 내 모든 걸 앗아갔어. 이제 와서 또다시 날 무너뜨리려는 거지?!"
하희진은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
"내가 널 짓밟은 적은 없어. 네가 나를 질투하고, 스스로 무너진 것일 뿐이야. 너야 말로 왜 항상 남의 탓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복도 끝에서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연회장의 일부 사람들이 상황을 보기 위해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수군댔다. 하은지는 그런 시선을 느끼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녀의 분노는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네가 이런 일을 벌인 거잖아. 이 모든 게 다 네 계략이 아니면 뭐란 말이야? 네가 돌아오자마자 이 모든 게 터진 게 우연이겠어?"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하희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뭘 했다는 거지? 난 그냥 축하 인사를 하러 왔을 뿐이야. 사람들이 너희를 어떻게 생각하고, 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내가 알 바 아니지 않나?"
그 순간, 연회장에서 소태진과 양가 부모가 복도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은지는 그들에게 상황이 들킬까 두려워하며 급히 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당황해 있었고, 하희진은 그런 그녀를 냉정히 내려다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기억해 둬, 하은지. 나는 너와 다르다. 나는 과거에도 너보다 위에 있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차갑고 단호한 시선으로 하은지를 바라보더니, 그녀를 지나쳐 천천히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연회장으로 돌아온 하희진은 여전히 기품과 여유를 유지한 채 인파 사이를 지나갔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녀의 복귀와 아름다움에 대해 여전히 속닥거리고 있었고, 그녀는 그 모든 상황을 아는 척도 하지 않은 채, 미소 지으며 움직였다.
반면, 하은지는 복도 끝에서 혼란스러움과 분노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궁지에 몰렸음을 느끼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뒤집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