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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귀환

3년 후.

포근한 침대 위에서 한 여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나른한 듯 기지개를 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동시에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반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며 그녀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다혜야, 지금 몇 시야? 왜 이렇게 온몸이 쑤시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듣는 이 모두를 매료시킬 정도였다.

“끼익——” 욕실 문이 열리며 한 남성의 실루엣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하얀 수건 하나만 몸에 두르고 있었다.

탄탄한 가슴근육, 섹시한 복근, 완벽한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났다.

목에서부터 흐르는 물방울은 그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유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조각처럼 완벽하게 다듬어진 얼굴은 차갑고 냉정했으며, 그의 뼛속에서 풍기는 서늘함은 사람들을 몇 걸음 물러서게 만들 정도였다.

그는 인간이 가진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망상의 집합체였다.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신이 인간을 빚을 때, 얼굴 만드는 정신은 전부 저 남자한테 쏟은 것처럼 잘생겼네…’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며 이마를 찌푸렸다.

“누구신데 여기 계세요?”

그녀는 깜짝 놀라 이불을 더 꽁꽁 감쌌다.

남성은 검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느긋하게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거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의 깊은 눈동자는 현재의 감정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깊었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압박감은 그녀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그의 말에 하희진은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고, 얼굴이 불타오르듯 뜨거워졌다.

‘앗차, 내가 무슨 짓을!’

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건… 불륜으로 간주될까?

그녀는 두 해 전 결혼했지만, 아직 남편의 얼굴조차 본 적 없었다.

그들의 결혼은 진짜였고, 당시의 약속도 진심이었다.

어젯밤 그녀는 친구 진다혜와 바에서 술을 마셨고, 둘 다 만취해 차를 운전할 수 없게 되자 호텔 방을 잡기로 했다.

다혜가 먼저 올라갔고, 그녀는 속이 울렁거려 화장실에 들렀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목이 말랐던 그녀는 침대 옆 물을 마시고 불을 끈 채 누웠다. 그 후, 몸이 점점 이상해졌고…

그녀는 확신했다. 분명 방을 잘못 들어간 것이다!

“좋아요, 제 잘못이니, 제가 책임 질게요. 원하는 금액을 말해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금액? 네가 날 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녀는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

“음… 1억? 연예계 톱스타라도 수락할 텐데, 그렇게 합의하자고요.”

남자는 피식 웃었다.

“톱스타? 그따위 것들이랑 날 비교한다고?”

이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남자는 전화기를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욕실에서 그의 냉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그렇게 처리해.”

욕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처리하라고? 설마… 이 남자… 조폭?’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재빨리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수표를 남긴 채 방을 나섰다.

문을 닫으며 방 번호를 확인했다.

“8808…”

분명 친구 다혜가 말한 방 번호는 “8809”였다. 그러니 그녀는 정말로 방을 잘못 들어간 것이었다.

그러나 침대 옆 물 한 잔은 도대체 뭐였을까? 그가 일부러 준비한 것이었나?

밖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바닥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희진은 추위를 느끼며 손을 비볐다. 이내 자신의 빨간색 마세라티에 올라탔다.

그때 휴대폰에 메시지가 하나 뜨며 화면을 장악했다.

“스튜어트 식품 그룹의 후계자 소태진, 하진 부동산 그룹의 둘째 딸 하은지의 약혼식이 글로리 호리즌 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정·재계의 저명 인사들과 연예계 스타들이 모여 화제가 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원래 소태진의 약혼자는 하진 그룹의 장녀 하희진이었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와 도망치면서 소태진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극복하고, 하은지와 약혼했다고 합니다.”

이 글의 문장 하나하나는 그녀의 머리 속을 잠식하듯, 하희진을 3년 전의 지옥같던 과거의 기억으로 끌어당겼다.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분노가 다시금 타올랐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모든 것을 왜곡시켰다.

더러운 짓을 저지른 뒤에도, 오히려 그녀에게 모든 비난을 뒤집어씌우며 약혼까지 성공적으로 했으니 얼마나 기쁠까?

소태진은 진정한 쓰레기였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이토록 위대한 남자처럼 포장하다니, 그의 뻔뻔함은 끝이 없었다.

'도대체 왜 예전의 나는 이런 인간에게 휘둘렸을까?'

그녀는 자책과 경멸로 자신을 되돌아봤다.

그때, 친구 진다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야 희진아, 아침부터 어디 간 거야? 눈 떠보니 방에 없던데?”

진다혜는 그녀가 어젯밤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긴 얘기야. 나중에 말해줄게.”

“실시간 검색어는 전부 준비해놨어, 한 번 확인해봐.”

“좋아...”

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인스타그램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열어봤다.

그리고 검색어 1위에 해시태그 #소태진_바람 #충격폭로가 떴다. 조회수는 폭발적이었다.

주제를 클릭하자마자 각종 사이버 렉카 채널들이 퍼뜨린 충격적인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소태진의 전 약혼자 하희진은 소태진의 어머니를 위해 신장을 기증했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외모가 망가졌다. 그 후 소태진은 그녀를 외면하고, 그녀의 여동생 하은지와 바람을 피웠다. 그 결과 하희진은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3년간 사라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소태진과 하은지가 주고받은 전화 녹음 파일이 공개된 것이었다.

녹음 속에서 두 사람은 하희진에게 저지른 모든 짓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두 사람을 비난하며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이런 인간은 인터넷 통해서 온 세상 천하에 알려야 해. 쓰레기가 뭘 잘했다고 위선적인 모습을 팔아먹는 거야?”

“소태진과 하은지, 둘 다 언제 죽음? 지옥 티켓 한 장씩 보내줘야할 듯!”

“제발 쟤네들은 신상 다 파헤쳐서 사회적 매장당하길 빈다. 진짜 하희진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합성 유령 사진을 올리며

“고 소태진과 하은지, 2019년 겨울 사망,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빔.”이라는 문구를 써넣기도 했다.

소태진과 하은지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이미 폭격을 맞았다. 댓글창은 온갖 저주와 악담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이러한 댓글들을 읽으며 전율을 느꼈다. 과거의 기억이 만든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소태진, 하은지… 이제 시작일 뿐이야.”

그녀의 얼굴은 한순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그때 다시 진다혜의 전화가 걸려왔다.

“희진아, 하은지가 소태진 몰래 다른 남자랑 매일 불륜을 저지른 증거가 나왔어. 터뜨리면 결혼식 물 건너 가는 건 기본이고, 하은지 걔 이미지도 끝없이 추락할 거야.”

“망가뜨릴 필요가 있나? 그냥 두고 보자. 창녀와 개자식, 영원히 함께 살게 냅둬야지.”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지만, 차분하고 냉정한 눈빛은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 놈이 하은지의 배신을 알게 된 후 갈라서게 하는 것, 아니면 멍청하게 같이 살게 냅두는 것 중 선택?”

“당연히 평생 모르고 살게 해야지. 배신자는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하잖아!”

“그 정보 터뜨리는 거는 잠시 보류해둬. 사용할 때를 기다리자.”

그녀의 눈빛은 복수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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