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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그럼…80억!

"자기 손으로 망신당하러 오네."

하희진은 미소를 짓고, 짧게 여섯 글자를 답장했다.

"계약 관심 있음."

그쪽에서 거의 즉시 답장이 왔다.

"진짜요? 연락처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전화로 얘기하고 싶어요."

하희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빠르게 진다혜의 번호를 보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하은지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방을 나섰다.

벽에 기대어 서서 여유롭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일부러 원래의 부드러운 목소리 대신, 차갑고 세련된 톤으로 바꿔 말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사경연 씨의 매니저, 진다혜 씨 맞으신가요?"

"맞아요. 말씀하신 건 흥미롭긴 한데, 60억은 단가가 좀 안 맞는데요."

하희진은 머리카락 한 가닥을 손가락에 감아 돌리면서 덧붙였다.

"그럼 70억은 어떠세요?"

"최근 우리 경연씨가 받은 부동산 광고 제안은 최소 80억에 시작하는 거, 모르시나요?”

"그럼… 80억!"

하은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아요."

"진짜요? 그럼 내일 아침 8시에 계약 체결하는 걸로 할까요?

장소는 곧 보내드릴게요."

하은지의 목소리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아요."

전화를 끊으며, 하희진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한편, 전화를 끊은 하은지는 너무 기뻐 침대 위에서 두 번이나 폴짝 뛰었다.

물론 돈은 좀 더 들었지만, 그녀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내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하희진은 전 재산을 포기해야 하고, 거기에 망신까지 당할 테니까 말이었다.

조금 더 돈을 쓰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바로 단톡 방 "영앤리치 공주들"을 열었다.

그 방에는 그녀를 포함해 여섯 명이 있었고, 모두 부유한 재벌가 자제들이었다.

각자의 집안이 운영하는 기업의 규모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다들 사경연을 좋아했다.

이전에도 그녀의 친구들은 부모님을 통해 사경연에게 광고 모델 제안을 넣었지만, 단 한 번도 대꾸조차 듣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자신이 직접 나서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었다.

이런 걸 자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 다들 봐! 우리 새 아파트 광고 모델이 누구게?! 사! 경! 연!"

"니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사경연! 드디어 내가 잡았다! 다들 부러워하지 마라!"

곧이어, 단톡방이 폭발했다.

모두가 연이어 반응하며, 놀라움과 부러움을 표현했다.

몇몇은 너무 흥분한 채 메시지를 보냈다.

"소리 지르다 집에서 혼날 듯ㅋㅋㅋ"

그러자 한 명씩 하은지에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언니, 광고 촬영할 때 꼭 같이 가요!"

"나도! 나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어!"

그 순간, 하은지는 모든 친구들의 주목을 받으며, 마치 스타가 된 기분을 느꼈다.

그들의 부러움이 그녀의 자존심을 더욱 부풀게 만들었다.

그녀는 한동안 단톡방에서 우쭐거리고 떠들었지만, 그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하희진에게 카톡을 보냈다.

"난 벌써 계약 확정이야. 너는 어때? 혹시 사경연이 너랑은 만나줄 생각도 없는 거야?"

"하희진, 넌 여전히 똑같이 멍청하네. 내가 널 조질 날만 기다려!"

하희진은 하은지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편안하게 자리를 즐겼다.

식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술을 많이 마신 하희진을 위해, 유일하게 술을 마시지 않은 진다혜가 그녀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

차에 타자마자 진다혜는 시동을 걸며 물었다.

"희진아, 하은지 그건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나에게 연락을 한 거야?"

하희진은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그녀와의 내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진다혜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굴렸다.

"완전 자기 손으로 망신 사러 오는 거네."

"내가 볼 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재밌어질 거야 다혜야."

하희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럼 다음 스텝은 내가 알아서 준비할게."

진다혜가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붉은색 마세라티가 미끄러지듯 도로를 질주하며, 화려한 야경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하은지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성 명문가 사교 모임에서 그녀의 계약 소식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곧이어 인스타그램에서 "하은지, 80억으로 사경연과 계약!" 이라는 기사가 터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누군가 그녀의 단톡방 대화를 그대로 캡처해서 인터넷에 올렸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하룻밤 사이 인스타그램이 난리가 났다.

"하은지, 80억으로 사경연과 계약!"이라는 해시태그가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이름이 검색어 1위가 되어 있는 걸 확인했다.

온라인에서는 온갖 부러움, 질투, 감탄의 댓글이 넘쳐났다.

그걸 본 하은지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확실히 내 친구들이 퍼뜨린 게 맞구나.'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뭐 어떤가? 어차피 계약은 이미 성사됐고, 이제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때, 인스타그램 DM 알림이 9999+ 개나 쌓여 있었다.

궁금해진 그녀는 메시지를 열어봤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 미친X아, 너 연예인 되고 싶어서 발광하는 거야?"

"우리 오빠 이름으로 관심 받으려 하지 마, 개년아."

이런 악플들이 넘쳐났다.

순간, 하은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미친놈들은 대체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짜증 난 그녀는 욕을 내뱉으며 DM을 닫았다.

그런데, 그녀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방금 전 사경연이 직접 올린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다.

"하진 그룹의 신축 아파트 광고 계약은 맞습니다. 하지만 계약 상대는 하은지가 아니라 하희진입니다. 계약금 역시 80억이 아닙니다."

그 순간,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사경연의 글이 올라온 지 불과 2분 만에 좋아요, 댓글, 공유 수가 백만 단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댓글 창은 이미 조롱과 비난으로 도배되었다.

"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 여자 어제 혼자서 뭐가 그리 신났던 거야? 언니가 계약한 걸 왜 네가 자랑질이야?"

"가짜 뉴스 좀 그만 퍼뜨려. 아, 미친 주작녀 또 시작했네."

"이 여자는 정신병 있는 거 아니냐? 사경연한테 관심 받고 싶어서 또 헛소문 퍼뜨렸어?"

하은지는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숨이 막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어제 진다혜 그 여자가 분명 계약을 수락했었잖아. 그런데 왜 계약 상대가 바뀌었지? 내가 80억을 제안했고, 언니는 겨우 20억만 제안했는데… 이 미친놈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두고 언니랑 계약한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그녀는 심장이 떨려왔다.

즉시 핸드폰을 들어, 진다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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