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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사경연 팬들에게 쌍욕 먹는 중

그러나 전화를 아무리 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몇 번을 더 시도했지만, 이번엔 아예 전원이 꺼져 있었다.

분노를 주체할 곳이 없었다.

하은지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하희진은 겨우 20억을 제안했고, 나는 80억을 제시했는데, 왜 하희진을 선택한 거야? 돈이 싫은 건가? 아니면, 하희진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 생각이 들자, 그녀의 얼굴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런 남자가 어떻게 언니 따위를 눈여겨볼 수 있겠어? 연예계에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인스타그램 DM 속에서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사경연의 열성 팬클럽 멤버들이 하나씩 등장해 그녀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점점 미쳐가는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렇게 떠벌리지 말 걸.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그렇게 자랑하고, 단톡방에서 친구들 앞에서 으스댔던 게 지금은 뼈저리게 후회됐다.

"따르르릉——"

탁자 위에 있던 집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전화를 집어 들었다.

"당장 내려와!"

하건국의 냉랭한 목소리가 그대로 귀를 때렸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순간적으로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얼른 전화를 끊었다.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이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천천히 몸을 일으켜, 흰색 홈웨어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 도착했을 때, 소파에는 하희진, 진미령, 그리고 하건국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하건국은 핸드폰을 들고, 하은지가 인스타그램에서 온갖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진미령은 불안한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하희진은 여유롭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표정도 차분했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모습이 평온했다.

하은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저 부르셨어요?"

하건국은 즉시 핸드폰을 그녀에게 던졌다.

"이걸 보고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

그녀는 핸드폰을 받아들고, 인스타그램 화면을 확인했다.

댓글 창은 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니가 뭐라고 우리 오빠를 함부로 이용하냐?"

"또라이 아니야? 무슨 망상증이야? 제발 그 입 좀 닫아라."

"하은지야, 너 혹시 진짜 정신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녀는 손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전 원래 계약을 확정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냥 친구들 단톡방에서 얘기했을 뿐인데, 그게 이렇게까지 퍼질 줄 몰랐어요. 그리고 사경연 쪽이 왜 갑자기 변심했는지 저도 몰라요!"

"네가 몰랐다고?"

하건국이 비웃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랐어?"

"이런 사소한 것도 관리 못 하면서, 네가 우리 회사 기밀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말을 듣자, 하은지는 몸을 바짝 웅크렸다.

옆에 앉아 있던 진미령도 안색이 창백해졌다.

"여보, 이건 그냥 작은 실수예요. 회사 일하고 연결 짓는 건 비약이 심하잖아요!"

하지만 하건국은 단호했다.

"이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20억에서 80억으로 단가를 올릴 때, 우리 회사 재정 상황은 고려 사항에 있긴 했어?"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결론을 내렸다.

"원래 이번 여름방학 때, 너를 신축 아파트 사업부의 영업팀장으로 앉힐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꿈도 꾸지 마라."

"그리고 분명히 말해두겠다. 앞으로 내 회사를 너에게 물려줄 일은 없을 거다. 그러니까 더 이상 회사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마라. 들어와도 소용없어."

하건국의 단호한 말에, 하은지와 진미령은 순식간에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두 사람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반면, 이 모든 건 하희진이 예상한 대로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건국은 눈앞의 두 딸을 번갈아 보았다.

한쪽에는 차분하게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첫째 딸,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막내딸.

점점 첫째가 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희진아."

"네, 아빠?"

하희진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하건국을 바라봤다.

"사경연이 광고하는 신축 아파트의 영업팀장 자리, 너한테 맡기마."

"알겠어요."

"아빠!!"

하은지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분명히 그 자리는 저한테 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이렇게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갑자기 언니한테 넘긴다고요?"

"심지어 회사 상속 문제까지 엮어서요?"

진미령도 서둘러 거들었다.

"여보, 아무리 그래도 너무해요.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잖아요!"

"입 다물어! 내 결정에 토 달 생각하지 마라!"

하건국의 강렬한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하은지와 진미령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빠, 별다른 일이 없으면 저는 먼저 나가볼게요."

하희진은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하건국은 그녀를 붙잡았다.

"잠깐만, 희진아. 너희가 내기한 거, 네가 이겼잖아. 이 못난 동생한테 뭘 시키고 싶으냐?"

하은지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이제 언니가 날 망신 주려고 하겠지!

그녀는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하희진은 그녀를 슬쩍 쳐다보곤, 미소를 띠며 말했다.

"됐어요."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일은 이미 아빠가 다 해줬다. 굳이 더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아빠, 그런데 궁금하지 않으세요? 제가 어떻게 20억으로 사경연을 계약했는지?"

하은지는 눈을 번쩍 뜨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보나마나 분명 무슨 더러운 방법을 썼겠지!"

진미령은 황급히 눈짓을 보내며 말리려 했지만, 하은지는 막무가내였다.

"이 망할 놈! 네 언니가 그냥 넘어가 줬는데, 그걸 감사히 여길 줄 모르고 모함까지 해?"

하건국이 호통을 치자, 하은지는 흠칫 놀라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아빠, 저는 그냥 사경연에게 제가 해외에서 활동할 때 알게 된 패션업계 인사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을 뿐이에요."

하희진은 태연하게 말하며 한 가지 더 덧붙였다.

"참, 그리고 계약금은 20억도 아니에요. 16억이에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그냥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

하은지는 이를 악물었다.

"16억? 사경연이 바보야?"

그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진미령은 그런 딸의 손을 꽉 붙잡으며 다독였다.

"진정해. 네 아빠한테 내가 계속 얘기해 볼게. 그냥 일시적인 감정으로 한 말일 수도 있어."

그러나 하은지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갈았다.

"하희진 저 썅X…!! 저 여자가 돌아온 이후로, 난 단 한 순간도 편한 날이 없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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