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사실 다행인 건, 심하게 다친 쪽은 그 양아치들이었다는 점이다.
뒤따라온 그 남자가 무슨 배경이 있는지 몰라도 변호사가 워낙 유능해서, 하마터면 양아치들이 거꾸로 특수 상해로 고소당할 뻔했다.
그놈들의 처참한 몰골을 생각하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경찰인 그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진짜 독한 놈이었다.
물론, 최도경을 두고 하는 말이고, 다들 최도경이 손을 썼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신지아?
그렇게 얌전하고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설마 그렇게 흉포할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최도경 본인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 가족들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다는 걸 눈치챘고, 당연히 뼈 때리는 팩트 폭격을 날렸다.
"심각했죠. 그 아가씨 실려 왔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였어요. 머리도 깨지고 팔도 다치고, 얼마나 놀랐는지 말도 제대로 못 하더라고요."
"누가 한밤중에 덩치 산만한 문신충들한테 둘러싸여서 희롱당하는데 안 무섭겠어요? 사고 났는데 부를 가족 하나 없이, 그 조그만 몸으로 구석에 웅크려서 조사받는데 한마디도 안 하고... 보는 사람 짠해서 원."
"나중에 보호자 부르라고 했는데, 전화 몇 통을 해도 아무도 안 받더군요. 결국 혼자 산다고 하길래, 그 도와주신 분 변호사가 나가게 해줬어요."
"우린 다 고아인 줄 알았지 뭐예요. 상처 건드릴까 봐 조심했는데, 가족이 있었네요? 근데 어젯밤엔 왜 안 오셨어요?"
분명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신씨 가족들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들은 신지아가 프러포즈 망친 것 때문에 떼쓰려고 전화한 줄 알았고, 윤세라 상태 걱정하느라 그거 받아줄 기분 아니라서 약속이나 한 듯 휴대폰을 꺼놨었다.
강민우는 어젯밤 그 구조 요청 전화를 떠올렸다.
누가 미행한다고, 도와달라고 했을 때... 그는 짜증 내며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
그때 지아는 얼마나 무섭고 절망스러웠을까.
문득, 그들이 예전에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화는 꼭 받기로, 절대 연락 끊지 말기로.
그 약속을 깬 건 그였다.
강민우의 심장을 누군가 꽉 움켜쥔 듯, 숨쉬기 힘들 정도로 괴로웠다.
신동철이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지아 들어오라고 해라. 걔 좋아하는 걸로 좀 차리고."
신재민도 이번엔 신지아의 자작극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미안하기도 하고 화도 나서 툴툴거렸다.
"그럼 그 양아치 새끼들은 잡혔어요?"
경찰은 이미 체포했다고 했다.
신재원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저희 측에서 엄벌 탄원서 낼 겁니다. 그리고 어젯밤 제 동생 도와주신 분, 연락처 알 수 있을까요? 찾아뵙고 사례해야죠."
비서 시켜서 사례금이나 넉넉히 보내면 되겠지.
어제 자기들이 없었으니, 그쪽이 대신 수고해 준 셈이니까.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
하지만 신씨 가족들이 경찰에게 묻고 있을 때, '도와주신 분' 최도경은 이미 신지아의 모든 뒷조사 자료를 손에 넣은 상태였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두툼한 서류를 넘겼고, 검은 눈동자는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신지아의 성장 과정은 명확하게 세 단계로 나뉘었다.
6살 이전, 신씨 집안의 유일한 공주님.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밝고 명랑한 아이.
6살 이후, 신씨 집안이 윤세라를 입양하면서 신지아는 침묵하는 그림자가 되었다. 공식 석상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지금 대중들이 아는 신씨 집안의 영애는 신지아가 아닌 윤세라였다.
이 기간 동안 그녀는 눈에 띄지 않았고, 윤세라와 가족들의 요구에 순종하며 영혼 없는 인형처럼 살았다.
그러다 17살 때 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사람이 180도 변했다. 반항하고, 독해지고, 윤세라를 괴롭히는 온갖 짓을 일삼으며 가족들과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대학 졸업 후엔 아예 집을 나와버렸다.
주 비서는 보고를 마치며 감탄 섞인 사족을 덧붙였다.
"신씨 집안 두 딸 평판이 정말 극과 극이더군요. 언니는 천사표에 재능 몰빵, 동생은 안하무인에 악독하고 무능력."
회장 의자에 앉은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얇은 입술이 열렸다.
"훗. 멍청하긴."
누구를 향한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주 비서는 눈치만 살폈다.
단언컨대 최씨 가문은 수도의 반쪽 하늘이었고, 차기 수장인 최도경이 손가락만 까딱하면 수도의 하늘 색깔도 바뀔 판이었다. 그가 누굴 평가하든 그건 진리였고, 죽으라고 하면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근데 왜 황태자님이 갑자기 여자한테 이렇게 꽂히셨을까? 설마 철벽남이 사랑에 빠진 건 아니겠지?
푸하하, 생각만 해도 웃겨서 헛웃음이 나왔다. 말도 안 되지.
게다가 저 살아있는 저승사자한테 찍히다니, 그 아가씨 운도 지지리 없네.
그가 딴생각을 하든 말든, 최도경의 시선은 다시 '6살' 그 시점에 머물렀다.
윤세라의 친모 윤미주와 신지아의 친모 윤정희는 친자매였다.
원래 신동철과 선을 보기로 했던 건 언니인 윤미주였는데,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신동철이 동생인 윤정희에게 반해버렸다고 한다.
신동철과 결혼한 동생은 부부 금슬 좋고 화목하게 아들 둘, 딸 하나를 낳고 잘 살았다.
반면 언니가 나중에 만난 남자는 도박 중독에 가정폭력범이었다. 그 후 윤미주는 동생 부부의 도움으로 미숙아 딸 하나를 데리고 이혼했고, 딸은 엄마 성을 따랐으니 그게 바로 윤세라였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신지아의 6살 생일날, 조카 생일 축하해 주러 오던 윤미주가 가족들과 싸우고 가출한 신지아를 찾으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그날로 윤세라는 반쯤 고아가 되었다.
신씨 부부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윤세라를 입양해 친딸처럼 키웠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친딸보다 더 극진히 대우했다.
윤세라는 유난히 사랑받는 재주가 있었는지, 입양된 후 온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고 심지어 신지아의 친오빠와 친동생조차 친동생인 신지아보다 양녀 윤세라를 더 편애하게 되었다.
최도경은 사진 속 해맑게 웃고 있는 볼 통통한 꼬마 신지아를 보다가, 옆에 있는 십 대 시절의 우울하고 침묵하는 소녀의 사진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이마를 만졌다.
어떤 교활한 꼬맹이가 너무 세게 박치기를 하는 바람에 아직도 붉게 부어 있었다.
문득 어젯밤 적들을 노려보던 그 새끼 늑대 같은 눈빛이 떠올랐다.
어쨌든, 확실히 지금의 독기 품은 모습이 훨씬 보기 좋았다.
난리를 피우는 게 신씨 집안에겐 단점이겠지만, 그에게는 아주 딱이었다.
배은망덕하다는 오명을 쓰고도 얄미운 의붓언니랑 맞짱 뜨고, 온 가족의 가스라이팅 속에서도 기어코 일어서는 걸 보니 멘탈 하나는 튼튼해 보였다.
"흠, 얘 최씨 집에 풀어놓으면 집구석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겠지?"
그냥 혼잣말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감정 없는 로봇 같던 주 비서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경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