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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래, 맞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쟤만 연약해서 꼭 내 남자 친구한테만 기대야 하고, 강민우는 박애주의자라 아무도 안 안아주다가 처제만 챙겨주나 보네. 언젠가 둘이 한 침대에서 뒹굴어도 너희는 시력이 나빠서 안 보인다고 하겠지. 내 눈이 썩었다고? 내 눈엔 저 둘이 아주 잘 어울리는 쓰레기 커플로 보이는데?"

"지아, 너 정말 오해하는 거야."

강민우는 신지아가 쳐다볼 때 이미 손을 뗐지만, 그녀가 자신과 윤세라를 엮어서 비하하자 기분이 상했다.

"오해?"

신지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강민우, 지난 몇 년간 그 말 나한테 몇 번이나 했는지 세어는 봤어?"

강민우는 말문이 막혔다.

"이유가 있었어, 설명할 수 있어."

"안 듣고 싶어."

마음이 어떻든 간에, 그가 매번 그녀의 반대편에 서서 그녀를 버린 건 팩트였다.

"약혼식..." 강민우가 다시 말을 꺼냈다.

"프러포즈도 망했는데 무슨 약혼식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강민우가 놀라서 물었다.

강민우와 가족들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오직 윤세라의 눈만이 반짝였다.

"말귀를 못 알아먹네."

신지아는 강민우를 보았다.

"어제 프러포즈 때 말했잖아. 네가 가면 우린 끝이라고. 더 알아듣게 말해줘? 강민우, 우리 헤어졌어. 나 너 필요 없다고."

"안 돼! 난 동의 못 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강민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세 살 때부터 스무 해를 함께했다. 그 긴 세월이 고작 흐지부지된 프러포즈 하나 때문에 끝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그에게 시집오겠다고 했었다. 그들은 운명이었다.

"그 말 취소해. 홧김에 한 말로 들을 테니까."

그가 턱을 앙다물었다.

신지아는 그를 무시하고 윤정희를 보았다.

"이별 통보는 확실히 했어요. 신부 없는 약혼식 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취소하세요."

"이게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신동철의 고함 소리가 방을 울렸다.

"신씨 강씨 두 집안 혼사가 애들 소꿉장난인 줄 알아? 죽어도 시집가겠다고 난리 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딴소리야? 네가 뭔데 제멋대로 굴어?"

신지아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럼 아빠가 시집가시든가요. 아니면,"

그녀의 시선이 옆에 있는 윤세라에게 꽂혔다.

"딸 하나 더 있잖아요?"

"지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인 거 알잖아."

강민우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하."

이제 그딴 말에는 1도 감흥이 없었다.

"됐어요. 당신들의 화목한 가정극에 난 빠질게. 나중에 봐요. 아니, 보지 말자."

그녀는 손을 휘휘 저으며 미련 없이 돌아섰다.

"지아야!"

강민우가 쫓아가려 하자 윤세라가 그의 손을 잡았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다치지만 않았어도... 지아가 지금 화 많이 났어. 지금 쫓아가봤자 소용없어. 화 좀 풀리면 우리 같이 가서 설명하자. 오빠가 일부러 버리고 간 게 아니라는 거 알면 이해해 줄 거야. 지아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약혼식 취소하라는 것도 그냥 홧김에 한 말일 거야."

"그래, 놔둬라. 지 분에 못 이겨서 저러는 건데 좀 지나면 기어 들어오겠지. 맨날 그랬잖아."

윤정희가 윤세라의 손등을 토닥였다.

"세라 넌 죄책감 가질 거 없어. 어젯밤에 전화는 내가 했어. 형식적인 프러포즈 따위가 네 건강보다 중요하니?"

3년 전, 신지아가 바다에 놀러 가자고 해서 다 같이 갔을 때 윤세라와 당시 남자 친구도 함께였었다.

그런데 사고가 났고, 윤세라의 남자 친구가 강민우를 구하려다 죽었다.

윤세라도 물에 빠져 충격을 받았고, 깨어난 뒤로 오락가락하며 강민우를 죽은 남자 친구로 착각하곤 했다.

어젯밤 교통사고로 발작이 도져서 계속 남자 친구 이름만 부르며 찾길래, 윤정희가 강민우를 부른 거였다.

하필 그때가 프러포즈 중인 줄은 몰랐지만, 알았어도 윤정희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지아는 세라에게 빚진 게 너무 많다. 고작 프러포즈 한번 가지고 저렇게 따지는 게 철이 없는 거다.

신재민도 코웃음 쳤다.

"신지아 걔 민우 형 꽁무니만 20년 쫓아다녔잖아요. 떼려야 뗄 수도 없는데, 결혼 안 한다는 걸 누가 믿어요."

가족들이 한마디씩 거들자 강민우도 주춤했다.

하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사귀면서 절대 쉽게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지난 3년, 윤세라가 그를 남자 친구로 착각해서 갈등이 많았고, 한 번은 억지로 윤세라에게 뽀뽀까지 당했을 때 신지아 눈이 뒤집혔어도 한 달간 냉전만 했지 헤어지자곤 안 했었다.

이번엔 정말 홧김에 한 말일까?

어쩌면 정말 윤세라와 거리를 둬야 하는 걸까? 정신과 상담 이번 달엔 아직 안 했던데, 독촉 좀 해봐야겠다.

어쨌든 그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오직 신지아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모두가 신지아의 말이 홧김이라 여길 때, 오직 윤세라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면 땡큐고, 가짜면... 기름 좀 더 부어주지, 뭐.'

...

경찰서 일이 마무리되어 가족들이 나가려는데, 밖에서 들어오던 신입 경찰의 말이 발길을 잡았다.

"어? 신지아 씨? 이 아가씨 어젯밤에 왔었는데 그새 또 왔네?"

어제 당직이라 양아치 사건을 처리했던 그는 낮에 볼일 있어 왔다가 나가는 신지아를 보고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지아를 알아요? 어젯밤에도 왔었어요?" 강민우가 급하게 물었다.

"이 망할 년!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신동철이 이를 갈았다.

신재원도 인상을 썼다.

"경찰서가 제 집 안방인 줄 아나, 아직 사춘기야?"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며 신지아를 또 사고뭉치로 확정 지었다.

윤세라는 뭔가 짚이는 게 있었지만 모르는 척 부드럽게 말했다.

"아빠, 아직 모르잖아요. 지아가 어려서 욱하는 마음에 그럴 수도 있죠."

"어려? 스물셋이 애야? 너 반만 닮았어도 내가 소원이 없겠다."

"저기요!"

듣다 못한 경찰이 끼어들었다.

"누가 사고 쳐서 잡혀왔대요? 그 아가씨 어젯밤에 깡패들 만나서 다쳤어요. 놀란 건 둘째 치고, 지나가던 사람이 안 구해줬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요. 가족 맞아요? 왜 아무것도 몰라요?"

그러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팔에 붕대 감은 거 뻔히 보이던데... 부모가 돼서 길 가다 구해준 아저씨만도 못하네."

작은 목소리였지만 가족들의 뺨을 후려치는 것 같았다.

그제야 신지아의 안색이 안 좋았던 게 떠올랐다. 만나자마자 화내느라 물어볼 생각도 못 했다.

윤정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쳤다고요? 많이요?"

아무리 미워도 배 아파 낳은 자식이다. 그렇게 엇나가지만 않았어도 얼마나 예뻐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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