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가장 가까이 앉아 있던 신재원이 신지아의 발작을 막으려는 듯, 거칠게 그녀를 잡아끌어 내동댕이쳤다.
허리가 수납장에 '쿵' 하고 부딪히며 어제 다친 상처를 건드렸다.
"아윽..."
신지아가 낮은 신음을 흘렸지만, 사람들의 놀란 비명 소리에 묻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가 윤세라의 얼굴만 걱정하고 있었고, 남동생 신재민은 신지아를 매섭게 노려보고는 급히 구급상자를 찾으러 뛰어갔다.
강민우와 윤정희는 윤세라의 양옆에 앉아 조심스럽게 상처를 살폈다.
윤세라도 뺨을 맞고 얼이 빠져 있었다.
'천한 년이... 감히 나를 때려?'
예전의 신지아는 반항하긴 했어도 기껏해야 말대꾸 정도였지, 이렇게 직접 손을 댄 적은 없었다.
그들의 전쟁에서 윤세라는 언제나 여유로운 승리자였고, 이렇게 큰 망신을 당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신지아 오늘 진짜 왜 저래? 미쳤나?'
속으로는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얼굴에는 세상 억울함이 가득했다.
"지아야, 네가 나 싫어하는 건 아는데... 오늘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아빠 신동철도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언니를 왜 때려!"
신지아가 코웃음을 쳤다.
"그럼 아빠는 왜 절 때렸는데요? 먼저 폭력 쓰고, 나중에 죄 따지는 거. 이거 다 아빠한테 배운 거잖아요?"
신동철도 방금 자신이 딸의 뺨을 올려붙인 게 생각났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거렸다.
"내가 널 때린 건 네가 사람 시켜서 언니를 차로 들이받았으니까 그렇지! 아직도 변명을 해? 내가 널 이렇게 키웠냐? 어? 가족을 해치고, 범죄를 저지르고, 반성도 안 하고!"
"사람을 시켜?"
신지아는 어젯밤 윤세라의 교통사고를 떠올리고 차갑게 비웃었다.
"그래서, 증거는요?"
신동철이 삿대질을 했다.
"증거? 증거를 대라고? 세라 친 운전기사가 이미 다 자백했어. 네가 돈 주고 사람 다치게 해달라고 사주했다고! 세라가 착해서 그냥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넌 지금 감방에 있어야 했다고, 알아?!"
"그러니까 운전기사 증언 말고는 아무 증거도 없다는 거네요."
그때 윤세라가 끼어들었다.
"지아야, 네가 날 이 정도로 미워하는 줄 몰랐어. 정말 내가 꼴 보기 싫다면, 내가 신씨 집안 나갈게. 영원히 네 눈앞에서 사라져 줄게, 응?"
"더 이상 나 때문에 나쁜 짓 하지 말고, 엄마 아빠랑 싸우지도 마. 여기는 영원히 네 집이잖아."
"허, 말은 청산유수네. 진짜 사라지고 싶었으면 진작 사라졌겠지."
"무슨 헛소리야!"
신동철이 펄쩍 뛰었다.
"세라가 왜 우리 집에 있는데, 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쟤를 쫓아내?"
신지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독한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뱉어낼 수가 없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윤세라의 친엄마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 그게 십여 년간 거대한 바위처럼 그녀를 짓눌러 왔다. 부모님도, 오빠도, 동생도, 집도, 가족애도, 자신의 앞날까지도 그 죄책감 때문에 다 양보해야 했다.
죄 많은 년이니, 평생 고개 숙이고 속죄하며 살라고.
약을 들고 오던 신재민이 짜증스럽게 친누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볼 땐 나가야 할 사람은 신지아 같은데. 이렇게 악독한 누나가 있다는 게 진짜 쪽팔려 죽겠어. 예전엔 그냥 개념이 없더니, 이젠 범죄까지 저지르네."
신재원도 미간을 찌푸렸다.
"신지아, 세라한테 사과해."
신지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한 짓 아니니까, 죄 인정 안 해."
신동철이 또 손찌검을 하려 했지만, 이번엔 신지아가 날렵하게 피했다.
그녀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엄마와 강민우를 바라보았다.
"엄마랑 너도, 내가 그랬다고 생각해?"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녀는 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가족들을 향해 말했다.
"죄가 있다면 법이 심판하겠죠. 당신들이 증거도 없이 내 죄를 정하는 게 아니라. 이 누명은 절대 안 써."
그러자 가족들은 경악했다.
저 불효막심한 년이! 경찰에 신고를 하다니!
신동철은 기가 막혀 소파에 주저앉아 헐떡거렸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얼음찜질을 하던 윤세라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집안 망신이다, 정말. 네 언니가 대인배라 용서해 주고 조용히 넘어가려는데, 네가 스스로 일을 키워? 그래, 좋아. 네가 저지른 짓 네가 책임져."
신재원이 차갑게 말했다.
"유죄 나오면 집안에서 너 안 빼내 줄 거야. 각오해."
이 순간까지도 그들은 신지아가 억울해서가 아니라, 증거가 없다고 믿고 배째라 식으로 나온다고 생각했다.
저 뻔뻔함이 정말 혐오스러웠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자기들이 못 가르친 걸 경찰서에서 참교육이라도 받게 하자는 심산이었다.
오직 강민우만이 다가와 신지아의 손목을 잡았다.
"세라한테 사과해. 세라가 널 처벌 원치 않는다고 하면 너는 아무 일 없을 거야."
신재민도 거들었다.
"맞아, 아까 이유 없이 세라 뺨 때린 것도 얼른 사과해."
신지아는 비소했다.
"그 두 대? 한 대는 아빠가 쟤 때문에 날 때린 거 갚아준 거고, 나머지 한 대는 어젯밤 쟤가 양아치들 사주해서 날 건드린 값이야. 다 이유가 있고 인과응보인데 내가 왜 사과해?"
윤정희는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청부 사고 낸 것도 모자라 이젠 언니가 깡패를 사주했다고 모함까지 하니? 지아, 넌 네 사촌 언니한테 빚이 있잖아. 엄마 잃게 만들었으면 은인으로 모시지는 못할망정 은혜를 원수로 갚지는 말아야지. 너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어젯밤 그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친 데는 없는지 묻지도 않았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고쳐 쓸 수가 없는 법이다.
신지아는 웃었다.
"그러게, 어쩌죠? 전 원래 이렇게 배은망덕한 악인인데. 십몇 년을 절 심판해 오셨으면서 이제야 본성을 간파하셨나 봐요?"
그녀가 또 부모님과 싸울 기세이자, 강민우가 나서서 말을 끊었다.
"지아야, 혹시 나 때문이라면, 나 정말 세라랑 아무 사이 아니야. 제발 부탁이야, 네 미래를 걸고 장난치지 마. 사과하면 다 지나갈 일이야."
운전기사가 가족의 암 투병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매수되었다는 걸 알기에, 그들은 당연히 신지아가 강민우와 윤세라 사이를 오해해서, 장애물을 치우려고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라 짐작했다.
소꿉친구로 자라 3년을 연애했지만 약혼이 계속 미뤄진 데는 윤세라의 탓도 있었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는 절대 아니었다.
어릴 땐 그렇게 순수하고 착했던 지아가 왜 이제는 그를 이해해 주지 못하고 사사건건 언니와 경쟁하려 드는 걸까.
신지아는 자신의 명목상 남자 친구를 바라보았다. 한때는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모든 비바람을 막아주던 남자가, 이제는 셀 수 없이 많이 그녀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싫어."
그녀는 단호하게 내뱉었다.
"청부 살인 누명 쓰고는 평생 못 살아."
신지아가 끝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은 탓에, 경찰서에서 나온 지 하루 만에 그녀는 온 가족을 대동하고 요란하게 다시 경찰서로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