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그녀는 누명을 썼다
"김유리는 뷰파크 별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
민희진은 상대방이 건넨 큰 봉투를 받았다.
봉투를 열자 그 안에는 사진 한 묶음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늘 같은 남녀가 등장했다. 모든 장면이 그녀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다.
뷰파크 별장은 하남경 명의의 집으로, 그의 회사와 가장 가까운 고급 주택이었다.
"김유리의 생활은 단조롭습니다.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도 단순합니다. 의료진 외에는 하 대표님뿐이죠. 다만 그녀가 해외에 있을 때의 기록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지운 것 같습니다. 조사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
민희진은 봉투를 꽉 쥐었다.
"계속 조사해 주세요. 보수는 세 배로 드릴게요. "
사설탐정이 떠난 후,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바로 뷰파크 별장으로 가자고 했다.
차 안에서 하남경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민희진은 집에서 며칠을 기다렸지만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밖에서 그 여자와 함께 지낸다는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찢어지고,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녀가 하 씨 집안에 들어온 지 벌써 3년, 김유리가 조금만 일찍 돌아왔더라면 정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를 잃게 둘 수는 없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다잡았다.
차가 천천히 별장 앞에 멈춰 섰다.
"작은 사모님,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
진 아저씨도 소문을 들었는지, 작은 사모님이 홀로 이곳에 온 것을 꽤 걱정했다.
"괜찮아요. 금방 나올 거예요. 잠깐 얘기만 할 거니까요. "
하남경은 집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회사 아니면 이 별장에서 지냈다.
예전에도 몇 번 이곳을 찾았지만,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김유리를 이곳에 들였다고? 완전히 '허니문 하우스' 아닌가.
민희진은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뒤 문이 열렸다.
배가 한껏 불러온 김유리가 문 뒤에 서 있었다. 연두색 체크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향긋한 꽃향기가 났다.
소매에는 꽃잎이 붙어 있었으니 아마 꽃을 다듬던 참이었을 것이다.
김유리의 임신 주기는 자신보다 1~2주 늦었지만, 배는 훨씬 불룩했고 얼굴빛은 윤기가 돌아 생기가 넘쳤다.
반면 자신은 창백하고 초라해 보였다.
"왔네요. "
김유리는 놀란 기색도 없이, 오히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한 미소를 지었다.
"들어와서 앉으세요. "
그 담담한 태도에 민희진은 괜히 더 불안했다. 혹시 자신이 오해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김유리는 허리를 잡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민희진은 이를 악물고 따라 들어갔다.
"남경을 보러 오셨어요? 남경은 2층에 계세요. "
김유리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계단 쪽으로 향했다.
민희진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말에 심장이 터질 듯했다.
모든 신경이 뼛속까지 시린 고통을 느꼈다.
"민희진 씨, 저와 남경의 관계는 알고 계시죠? 지금 제 뱃속에는 그 사람의 아이가 있습니다.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이혼해 주세요. "
그 말이 먼저 나올 줄은 몰랐다. 민희진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김유리 씨, 정말 뻔뻔하시네요. 하남경의 아내는 저예요. 당신은 그저 불륜녀일 뿐이에요!"
"민희진 씨, 저와 남경 씨는 오래전부터 사랑했어요. 당신과 하 회장님이 꾸민 일이 없었다면, 우린 절대 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
김유리는 계단을 몇 칸 올라 아래에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정말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남경이 얼마나 당신을 싫어하는데, 그렇게 매달려서 얻은 게 뭐예요?"
"그가 당신을 사랑했다면 애초에 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왜 나와 결혼했겠어요?!"
민희진은 분노를 억눌렀다. 이성을 잃으면 안 된다.
"저는 하남경의 아내예요. 제 뱃속의 아이가 하 씨 가문의 후계자고, 당신 아이는 평생 사생아로 살겠죠. "
"웃기네요. 하남경의 과거는 잊으셨어요? 당신이 사랑한 사람도 원래는 사생아였잖아요!"
"당신…!"
"남경이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선택했을 뿐이에요. 당신이 아이를 낳는다 해도, 그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당신 아이는 사생아만도 못할 걸요. "
"김유리, 내 아이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
아이 이야기에 민희진의 눈이 돌아갔다.
계단을 뛰어오르려는 그녀를 향해 김유리가 팔을 벌렸다.
서로 부딪히는 순간, 김유리는 오히려 그녀를 끌어안고 계단 아래로 몸을 던졌다.
똑같이 임산부였지만, 민희진은 상대방이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두 사람은 이미 함께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의 귓가에 김유리의 비명이 들리고, 다음 순간 자신의 배가 계단 모서리에 부딪히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몸 전체로 퍼지는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