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스포트라이트 뒤의 우리

202.0K · 업테이트됨
그림자연필
88
챕터
3.0K
조회수
9.0
평점

개요

민희진은 하남경을 여러 해 동안 사랑했고, 불나방처럼 그와 결혼까지 했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무시뿐이었다. 온 마음을 다해 그의 아이를 품었을 때, 그의 첫사랑이 돌아왔다…… "800억 원 줄게, 우리 이혼하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떠났다. 4년 후, 민희진은 라이브 방송으로 물건을 파는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갑자기 화면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언니, 저 애기 너무 귀여워요. 이것도 파나요?" "이건 안 팔아요." 아이는 미친 듯이 잘생긴 남자의 손을 잡아 끌며, "우리 아빠는 팔게요. 맨날 우리 엄마만 뺏어 가요."라고 말했다. 라이브 방송 채팅창은 순식간에 폭발해 버렸다…

현대물결혼사이다후회물 감정여주중심

제1화 너는 자격이 없어

"하남경, 나... 임신했어. "

"아파……"

몸을 찢는 듯한 통증이 밀려오자, 민희진은 손 밑에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남자는 역한 술 냄새를 풍기며 붉게 물든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 치의 온기조차 남기지 않았다.

"하남경… 제발, 좀 살살해 … "

"당신의 아이기도 해!"

그 한마디에 하남경의 눈빛이 차가워졌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손쉽게 짓눌렀다. 얇은 입술에서 가장 냉혹한 말이 터져 나왔다.

"너 따위가 내 아이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목을 조여 오는 압박감, 생존 본능에 몸을 밀어 올렸지만, 그에게 맞서기엔 너무 약했다.

폐가 터져버릴 듯했고 눈앞의 세상은 서서히 붉음에서 어둠으로 물들었다.

남자의 손등에는 핏줄이 불거져 나왔고 수년간 버텨온 인내가 이 여자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차가운 눈빛에는 증오가 깃들었다.

"감히 나를 속여? 대가를 치러야지. 네가 자초한 일이야!"

의식을 잃기 직전, 남자의 낮고 음울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악마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그런 게 아니야…" 부인하고 싶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폐 속의 공기가 전부 짜내어진 듯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세상이 붉음에서 검은색으로 번져갔다.

햇살이 틈새를 뚫고 어지럽게 번진 빛이 방안을 어렴풋이 밝혀줬다.

하남경은 두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남경은 턱 아래에 닿은 복슬복슬한 감촉에 눈을 떴다.

어제 밤......

하남경은 몸에 들러붙은 여자를 밀쳐냈다.

눈에 들어온 것은 눈물과 땀으로 번져지워진 여자의 메이크업,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이 걸린 채 불안하게 떨리는 긴 속눈썹, 그리고 붉은 입술에 난 몇 군데 상처였다.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군데군데 붉은 흔적들이 새하얀 피부와 선명하게 대비하며 지난밤의 광란과 실성을 소리치듯 보여주었다.

이 여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의 침대로 기어 들어온 후부터, 그의 자제력도 폭주하고 있었다. 그의 어두운 시선은 마지막으로 여전히 평평한 배에 머물렀고, 그의 목울대가 꿀꺽 움직였다.

이 망할 여자가 감히 아이를 가지고 협박하다니!

하남경은 남한테 당하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다.

용서할 수 없었다.

민희진은 고통에 깨어났다. 방 안에는 피비린내와 함께 음란한 잔향이 엉겨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떴고, 옆자리의 시트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순간, 아래 배가 망치로 얻어맞은 듯 무겁게 내려앉았다. 뜨거운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가 황급히 이불을 젖히자 흰 수면복은 이미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기…"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겨우 문틀을 잡고 몸을 일으켰지만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아, 작은 사모님, 이게 무슨 일이세요?"

복도를 청소하던 장 아주머니가 방에서 나온 그녀를 보고 깜짝 놀라 도구를 던져두고 달려왔다.

"얼른 사람 불러요! 작은 사모님께서는 큰일 났어요. "

"병원에… 데려가 줘요…"

민희진의 창백한 얼굴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입술은 새하얗게 질린 채 고통으로 파르르 떨고 있었다.

"무슨 소란이야!"

사영희가 차가운 눈으로 다가와 장 아주머니를 제지했다.

"어머니, 배가 너무 아파요…"

민희진이 애원하며 매달리자 사영희는 혐오스러운 듯 뿌리쳤다.

"장 아주머니, 진기사 불러요. "

아주머니는 사영희가 함께 거들어 주기를 바랐지만 사모님의 냉랭한 모습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벽에 기대 선 그녀의 몸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넌 어쩜 그렇게 싸구려니? 임신까지 해서 내 아들을 꼬드겨야겠어? 잠시라도 가만있으면 죽기라도 해?"

항상 위트 있게 관리된 사영희는 팔짱을 낀 채 옆에 서서 차갑게 바라만 보았다. 가까이 가면 더러운 것들이 묻기라도 할 듯했다.

누가 봐도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네가 내 아들을 붙잡아 둘 수 있다면 모를까, 지금 꼴을 봐. 남경이 지금 집에서 반나절을 못 있고 뛰쳐나가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