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김한샘의 표정은 더없이 험악해졌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팔을 붙잡아 앞으로 거칠게 끌어당기며, 한 마디 한 마디를 위협하듯 내뱉었다.
"감히 죽기라도 해 봐. 그러면 네 가족을 뼛가루도 남지 않게 만들어서, 영원히 편히 못 쉬게 해 주겠어."
연은지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 찼다.
"안 돼. 나 안 죽을게. 말 잘 들을게."
그녀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본 순간, 김한샘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지만, 곧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이건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김새미를 죽이려 했던 대가로, 이 정도 고통은 받아 마땅했다.
"알았으면 됐어."
그는 냉정하게 말한 뒤 등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연은지는 비틀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발바닥 속 유리 조각은 이미 살 속 깊이 파고들어 있었고,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마음이 너무 아픈 탓인지, 아니면 고통이 계속 쌓여서인지, 감각마저 서서히 무뎌져 갔다.
차에 오르자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단정히 앉아 고개를 숙였다. 괜히 그를 자극할까 봐,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이제 와서 진실을 해명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건 단 하나, 그가 가족만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무 잘못도 없었다.
김한샘은 차에 타자마자 눈을 감고 쉬기 시작했지만, 옆자리에 앉은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이따금씩 흘러들어왔다.
깃털처럼 가볍게, 끊임없이 그의 신경을 긁어댔다.
문득, 예전에 함께하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연은지가 그의 품에 안겨 영화를 보던 모습... 그날 그녀의 체온과 뒤섞인 향기가 그를 유난히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때 무슨 향수를 쓰냐고 물었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없어. 그냥 내 체향 아닌가?"
그 시절의 그녀는 얌전하고 부드러워서, 품 안에 꼭 안아 지켜주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그 사랑이, 결국 여동생을 죽게 만들었다.
아련한 장면은 산산이 흩어졌고, 김한샘은 갑자기 눈을 떴다. 눈동자에 남아 있던 온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차 안의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지자, 연은지는 반사적으로 몸을 굳혔다. 혹시라도 그의 기분이 상해 자신에게 화풀이할까 봐 두려웠다.
다행히도, 차는 곧 멈춰 섰다.
이씨 집안 노부인의 생신연에는 은도시의 권력자들이 대거 초대됐다. 이씨 저택 대문 앞에는 고급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김한샘은 연은지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한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는 얌전히 굴어. 괜히 쓸데없는 짓 했다가는, 어떤 꼴을 당할지 알지?"
연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피 한 방울 없는 입술을 보던 김한샘은, 순간 그것이 눈에 거슬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아무 말 없이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물었다.
연은지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입맞춤이라기보다는 거의 입술을 찢어내는 듯한 행동이었다. 입술 끝에 통증이 번졌고, 곧 피비린내가 입안 가득 퍼졌다.
이내 김한샘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약간 혈색이 돌아온 그녀의 입술을 보고 만족한 듯, 그는 그대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웅성거림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들이 거실을 오가며 술잔을 부딪치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많은 시선이 김한샘에게 향했지만, 호기심과 경계, 존중이 섞여 있을 뿐, 감히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이는 없었다.
김한샘은 은도시 권력층 사이에서 중간에 튀어나온 이변 같은 인물이었다. 예전에는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어느새 은도시 최상위 부호로 올라섰고, 수단이 냉혹하기로 유명해 누구에게도 쉽게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그는 주변에까지 냉기가 감돌아, 더욱 가까이 가기 어려워 보였다.
"김 대표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때 이씨 집안의 집사가 다가와 극히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김한샘은 연은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너는 여기서 얌전히 있어."
"응."
연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팔을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