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김한샘은 집사를 따라 위층으로 향했다. 이씨 집안 노부인은 위층에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
연은지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사람이 비교적 적은 작은 응접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이라면 조용히 버티기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퉁이를 막 돌아서는 순간, 손목이 붙잡혔다.
"은지야."
이주혁은 흰색 수트를 입고 있었다. 단정하고 준수한 인상이었지만, 얼굴에는 짙은 걱정이 서려 있었다.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몸이 많이 안 좋은 거야?"
연은지는 그를 보자마자 급히 손을 빼냈다.
"괜찮아요. 이주혁 씨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
"은지야, 왜 이렇게 나한테 차갑게 굴어? 나는..."
"이주혁 씨."
연은지는 서둘러 그의 말을 끊었다.
"저랑 이주혁 씨는 같은 대학 동기일 뿐입니다. 오해 살 만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주혁은 잠시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나무랄 말은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대신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씨 집안 쪽 일은 다 들었어. 난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아. 김한샘이 너 괴롭히진 않았어?"
"없어요."
연은지는 한 걸음 물러서며 그와 거리를 두려 했다.
그 순간, 발바닥의 유리 조각이 발가락 사이를 깊게 찔렀고, 날카로운 통증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몸이 앞으로 쏠렸다.
넘어지기 직전, 이주혁이 급히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은지야, 괜찮아? 어디 다친 거야?"
연은지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가 몰아쳤다.
연은지의 표정이 굳었고, 곧바로 이주혁을 밀어냈다.
이미 김한샘이 다가와 있었다.
그는 그녀의 팔을 거칠게 낚아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길고 음울한 눈매에 얼음 같은 냉기가 서린 채 이주혁을 바라봤다.
"이주혁, 우리 은지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우리 은지.'
한때는 가슴을 뛰게 만들던, 너무도 다정한 호칭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옭아매고 있었다. 부서질 듯한 힘에 허리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이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김한샘의 노골적인 독점욕을 바라봤다.
"김 대표님, 은지 얼굴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안 보이십니까? 분명 아픈 상태예요. 병원에 데려가셔야 합니다."
"호오?"
김한샘은 우스운 소리라도 들은 듯 냉소를 흘렸다. 긴 팔을 더 조여 연은지를 품에 깊게 끌어안았다.
"이주혁 씨께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거지?"
그는 고개를 숙여 연은지의 귀 옆에 코끝을 스치듯 대며, 악의 어린 가벼운 어조로 속삭였다.
"연은지, 네가 누구 사람인지 직접 말해 봐."
연은지는 숨이 턱 막혔다. 급히 입을 열었다.
"저 괜찮아요. 이주혁 씨가 오해하신 거예요.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요. 이런 말씀은 앞으로 하지 말아 주세요. 괜히 오해만 살 수 있어요."
이주혁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은지야, 네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거 알아.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 응?"
연은지는 김한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압이 더욱 가라앉는 걸 분명히 느꼈다. 이대로 더 버티다간 일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게 분명했다.
그녀는 이를 살짝 깨물더니, 발꿈치를 들어 김한샘의 입가에 짧게 입을 맞췄다.
김한샘의 호흡이 순간 멎었다. 허리를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이 반쯤 풀렸고, 눈동자에 잠깐 당혹이 스쳤다가 이내 더 짙은 음울함으로 가라앉았다.
연은지가 황급히 물러서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그녀의 뒷목을 움켜쥐고 거칠게 입술을 덮쳤다.
연은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몸을 비틀며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가느다란 허리를 옥죄고 있던 손이 갑자기 힘을 주며, 그녀를 자신의 품에 단단히 가둬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이주혁은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얼굴이 한층 더 창백해진 채 몇 걸음 물러났고, 이내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주혁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김한샘은 연은지를 놓아주었다. 그의 얼굴은 음침하고 냉혹했다.
"연은지, 네 주제를 똑똑히 알아 둬. 넌 김씨 집안의 죄인일 뿐이야. 감히 다른 남자를 유혹할 생각을 하면, 그땐 내가 진짜로 널 죽여버릴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