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김한샘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연은지, 증거가 이렇게 다 나와 있는데도 아직 새미를 끌어들여서 뒤집어씌울 생각이야?"
그의 얼굴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 그는 그녀 앞에 다가와 허리를 굽혀, 그녀의 얼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정말 뻔뻔하고도 천박한 인간이군."
연은지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슴이 마치 손으로 억지로 찢겨 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울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눈물은 통제되지 않은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가 꾹 눌러 담아 두었던 감정들이 견딜 수 없는 고통과 뒤섞여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
날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도, 그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은 정말로 그녀가 한 게 아니었다.
김한샘은 그녀의 눈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며 속에서 끓어오르는 짜증과 분노가 더 거세졌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거칠게 밀쳐내고 일어서서 냉정하게 내려다봤다.
"연은지, 새미가 무사하기만 기도해야 할 거야. 아니면 살아 있는 게 더 괴로운 꼴로 만들어 줄 테니까."
연은지는 서류를 꽉 움켜쥔 채 그를 바라봤다.
"그렇게 날 못 믿겠고, 내가 의심된다면… 차라리 경찰에 신고해. 나를 잡아가라고 하라고!"
경찰이라면, 분명 그녀의 결백을 밝혀줄 것이다.
"경찰?"
김한샘은 냉소를 흘렸다. 가늘게 찢어진 눈매에는 얼음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
"그럼 너무 쉽게 끝나잖아. 새미를 아직 못 찾은 동안엔, 얌전히 내 말 들어. 안 그러면 너만이 아니라 네 동생들까지도 가만두지 않겠어."
연은지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다급함에 규칙도 체면도 잊은 채, 그녀는 그대로 달려들어 그의 바짓단을 붙잡았다.
"안 돼, 김한샘. 제발 우리 가족은 건드리지 마. 가족만은… 제발..."
김한샘은 자신의 발치에 엎드린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더없이 차갑게 말했다.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나가."
연은지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대로 서재를 빠져나왔다. 얼굴은 창백했고, 가느다란 몸은 더없이 초라해 보였다.
말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얌전히 굴 수밖에 없었다.
가족만은… 절대 다치게 할 수 없었다.
연은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걸레를 들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별장은 너무도 넓었다. 점심 무렵이 되었을 때도, 겨우 3분의 1도 닦지 못했다.
눈앞이 몇 번이나 까맣게 흐려졌고, 위장은 쥐어짜이듯 아팠다. 그녀는 벽에 잠시 몸을 기대 숨을 골랐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은 박소연이 다가와 그녀의 꼴을 보더니 비웃음을 흘렸다.
"연은지, 네 자존심은 다 어디다 버렸어? 아까까지 나 때릴 힘은 있었잖아. 어디 한 번 더 때려봐."
연은지는 그 도발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말 잘 듣기만 하면, 가족은 안전하다는 것.
그러나 박소연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가와서 연은지의 손 위를 그대로 밟았다.
"내가 말하는데 못 들었어? 귀 먹었어? 아직도 네가 대표님 애인인 줄 알아? 넌 지금 개보다도 못한 신세야."
연은지는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네가 할 말이 그 정도라면, 이제 가도 돼. 넌 날 무너뜨릴 수 없어."
박소연은 이를 갈았다. 천박한 애인 주제에 끝까지 잘난 척하는 모습이 역겨웠다.
그녀는 연은지의 손가락을 세게 짓눌렀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더 크게 모욕해 주고 말겠다고 다짐하면서 돌아섰다.
손가락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고, 더러운 물에 오래 젖어 있던 피부는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연은지는 숨을 떨며 아무 말 없이 다시 바닥을 닦았다.
마침내 1층 전체 바닥을 다 닦아냈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 그녀는 기력이 완전히 빠져 화장실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시야는 계속해서 어두워졌고, 손가락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박소연이 다가왔다. 연은지의 처참한 모습을 내려다보더니,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접시 하나를 그녀 앞에 툭 내려놓았다.
"이게 네 밥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