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하인은 연은지가 자기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문을 두드릴 줄은 몰랐다는 듯, 얼굴에 음침한 기색을 드러냈다. 곧바로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뒤로 질질 끌어당겼다.
머리카락이 잡힌 채로 계단을 끌려 내려가며, 연은지는 두피가 통째로 뜯겨 나갈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발끝이 계단 모서리에 걸렸고, 한 계단 미끄러질 때마다 무릎이 날카로운 각에 세게 부딪혔다. 하얀 피부 위에는 금세 시퍼런 멍이 번져 갔다.
연은지는 아파서 그대로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하인의 팔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놔줘, 놔줘! 김한샘을 만나야 해! 내가 직접 설명해야 해, 제발 놔줘!"
"대표님을 만난다고?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
하인은 침을 뱉듯 내뱉으며, 머리채를 쥔 손에 더 힘을 줬다.
"대표님이 직접 말씀하셨어. 이제부터 허락 없이는 2층 근처에도 못 올라가. 한 번 올라올 때마다 한 번씩 맞을 줄 알아. 오늘부터 너는 여기 별장의 하인이야. 우리가 시키는 대로 뭐든 해야 해!"
마지막 계단에 이르자, 하인은 갑자기 손을 놓았다.
연은지는 해진 헝겊 인형처럼 1층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뒤통수가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며 "쿵" 소리가 났고, 눈앞이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연은지를 내려다본 하인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냉소를 흘렸다.
"당장 일어나서 일해. 1층 바닥 전부 닦아 놔. 안 그러면 밥 먹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
그 말을 남기고 하인은 돌아섰다.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거실에는 연은지의 거친 숨소리만 남았다.
온몸 여기저기가 쑤셔서 한참 동안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심장은 쥐어짜이듯 아팠고, 커다란 손이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답답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파… 너무 아팠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왜?
연은지는 눈을 크게 뜨고 더는 울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너무 아프고, 너무 괴로웠다.
눈물이 눈가를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마치 실이 끊어진 구슬처럼, 하나둘 멈출 줄 모르고 떨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는 순간 몸이 휘청거렸다. 하루 하고도 밤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그녀가 김새미를 죽였다고 믿었고,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벌을 주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예전의 달콤한 기억들이 또렷이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그가 정말 이렇게까지 할 거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믿을 수밖에...
그는 하인에게 그녀의 상처를 밟게 했고, 개처럼 끌려가게 만들었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김새미를 죽인 사람이 바로 그녀라고.
그래서 복수하는 거였다.
연은지는 이를 악문 채 팔로 바닥을 짚고 천천히 몸을 세웠다. 그리고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반드시 증거를 찾아 자신의 결백을 밝혀야 했다.
김새미가 스스로 죽으려 했다는 걸.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김한샘에게, 그가 얼마나 크게 잘못 판단했는지 반드시 보여줘야 했다.
그 생각이 작은 불씨처럼 다시 힘을 붙여 주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겨우 화장실에 도착한 그녀는 찬물로 얼굴을 세차게 씻었다.
거울 속 여자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으며 팔과 얼굴에는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그 눈빛만은 달랐다. 더 이상 멍하지 않았다. 고집스럽게 버티는 빛이 서려 있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다. 반드시 결백을 증명해야 했다.
화장실을 나선 연은지는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선은 뭔가를 먹어야 힘이 날 테니까.
하지만 주방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날카로운 목소리가 꽂혀 들었다.
"내가 일하라고 했잖아. 못 들었어? 여기엔 왜 와?"
아까 그녀의 상처를 밟았던 하인, 박소연이었다.
연은지는 창백하고 야윈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실려 있었다.
"밥을 먹어야겠어."
박소연은 즉시 비웃음을 터뜨렸다.
"대표님 말씀이야. 일 끝내기 전에는 밥 금지야."
연은지는 두 주먹을 꽉 쥔 후, 몸을 돌려 대걸레와 양동이를 집어 들었다.
"철퍽!"
그러나 다음 순간, 박소연이 달려와 양동이를 발로 걷어찼다.
"누가 대걸레 쓰래? 걸레로 해. 무릎 꿇고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아!"
박소연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연은지를 내려다봤다.
연은지와 박소연은 같은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다. 박소연은 늘 연은지가 김한샘의 사랑을 받는 게 못마땅했다.
지금은 김한샘이 연은지를 혐오하고 있었으니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마음껏 모욕하고 짓밟고 싶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물에 젖은 대걸레가 그대로 박소연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더러운 물이 순식간에 박소연의 머리와 옷을 흠뻑 적셨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은지를 바라보다가,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