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두 사람의 거리는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웠지만, 오가는 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날 선 말들이 서늘한 칼날이 되어 그대로 연은지의 심장을 찔렀다.
그 순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연은지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였지만, 그 모습이 김한샘의 눈에는 유난히 거슬렸다.
왜 예전에는 이렇게 말 잘 듣지 않았지?
왜 김새미를 괴롭혔어?
새미가 뭘 잘못했는데?
김한샘은 그녀를 놓아주며 냉정하게 말했다.
"여기 있어."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차가운 기운이 멀어지자 연은지는 가늘게 숨을 내쉰 뒤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발이 너무 아팠다. 유리 파편이 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방금의 소란을 본 터라 주변에서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김한샘의 미움을 사는 건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그 시각, 거실 반대편.
김한샘은 웨이터에게서 술잔을 받아 들고 음울한 얼굴로 한 모금 들이켰다.
옆에 있던 주서준이 그 모습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새미 아직 못 찾았어?"
김한샘은 무표정하게 짧게 대답했다.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음침한 기색이 번뜩였다.
주서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은지, 네 옆에만 삼 년 있었잖아. 너도 어느 정도는 알지 않아? 사람 해칠 애로 보여?"
그 말에 김한샘의 서늘한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걔를 믿는 거야? 영상까지 다 있는데도?"
주서준은 그의 태도를 보고, 지금의 김한샘이 눈앞의 증거만 믿고 삼 년을 함께한 연은지는 전혀 믿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았다. 그는 손을 내저었다.
"난 그냥 객관적으로 말한 거야. 그리고 새미 아직 못 찾았잖아. 못 찾았다는 건, 오히려 좋은 신호일 수도 있고."
김한샘의 얼굴은 더 차갑게 굳었다.
주서준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화제를 일 이야기로 돌렸다.
한편.
연은지는 잠시 앉아 있으니 발의 통증이 조금 둔해졌고, 안색도 다소 나아졌다. 그때 웨이터 하나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연은지 씨, 김 대표님이 오시랍니다."
연은지는 잠시 멍해졌다.
아까는 여기 얌전히 있으라더니, 왜 갑자기 부르는 거지?
웨이터가 말했다.
"따라오시면 됩니다."
연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겨우 가라앉았던 얼굴빛이 다시 창백해졌다.
아파.
너무 아팠다.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게 김한샘의 벌인 걸까. 유리가 박힌 신발을 신고 끝없이 걸으라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아프라는 벌.
연은지는 시큰해진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괜찮아.
가족만 건드리지 않으면, 뭐든 참을 수 있어.
웨이터를 따라 별장을 나와 정원 쪽으로 향했지만 수영장 근처에 이르렀지만 김한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익숙한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하늘.
이주혁의 여동생이자 이씨 집안의 귀한 딸.
그리고 줄곧 김한샘을 좇아다니던 여자였다.
소파에 앉아 있는 이하늘의 얼굴에는 질투와 증오가 숨김없이 드러나 있었다. 독을 품은 바늘 같은 시선이 연은지에게 꽂혔다.
연은지가 가까이 다가서자, 따귀가 날아왔다.
짝—!
"이 X년!"
연은지는 맞은 충격에 휘청거리며 몇 걸음이나 물러난 뒤에야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뺨이 화끈거렸다. 하얀 얼굴 위로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