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이하늘이 한 걸음 다가와 연은지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연은지, 김한샘이 너한테 잘못한 게 뭐가 있어? 너 때문에 다른 여자들은 거들떠도 안 봤고,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줬잖아. 그런데 네가 그의 여동생을 죽였어.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썩을 수가 있어?!"
날 선 질책이 강철 바늘처럼 귀를 찔렀다.
연은지의 귀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만 울렸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소리가 돌아왔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에, 그녀는 힘껏 팔을 뿌리쳤다. 붙잡혔던 손목에 붉은 자국이 선명했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올라왔다.
"난 김새미를 죽이지 않았어! 함부로 몰아붙이지 마!"
"아직도 변명해?!" 이하늘은 비틀거리며 반 걸음 물러섰고, 눈에는 원한이 넘쳐흘렀다.
"감시 카메라에 다 찍혔어. 네가 새미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린 모습이! 뻔뻔하게 입만 살아서, 오늘은 내가 반드시 널 제대로 혼내줄 거야. 새미 대신 복수해 주겠어!"
"얘들아!"
덩치 큰 보디가드 두 명이 다가왔다. 이하늘은 연은지를 가리키며 이를 악물었다.
"저 여자, 물속에 집어넣어!"
연은지가 반응할 틈도 없이 보디가드들이 양쪽에서 팔을 틀어잡았다. 차가운 수영장 물기와 냉기가 얼굴로 몰려왔고, 그녀는 그대로 끌려가 풀장 가장자리로 향했다.
"놔줘, 놔줘! 이럴 권리 없어! 난 밀지 않았어, 걔가 스스로 죽으려 했던 거야, 나—"
연은지는 눈을 크게 뜨고 끝까지 몸부림치며 항변했다.
하지만 이하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얼굴에는 노골적인 만족감이 떠올라 있었다.
"죽을 때까지 와서도 새미를 모욕해? 눌러!"
명령이 떨어지자, 보디가드가 연은지의 뒷목을 거칠게 눌러 수영장 안으로 처박았다.
물이 한순간에 입과 코로 밀려들어왔고, 목 안쪽이 타들어 가듯 따끔거렸다.
"으브븝…!!"
연은지는 발버둥쳤지만, 보디가드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숨이 막히는 감각이 빠르게 몰려왔고, 몸부림도 점점 약해졌다.
"끌어올려."
이하늘은 풀장 가장자리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내려다봤다. 정교한 얼굴 위에는 병적인 흥분이 번져 있었다.
전부터 저년이 눈엣가시였다.
김한샘은 자기 것이었다. 연은지가 감히 그를 유혹하다니, 죽어도 싸지.
보디가드가 손을 놓자, 연은지는 물 밖으로 끌려 나왔다. 물 밖의 공기가 한꺼번에 폐로 밀려들어 오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심하게 기침을 했다. 눈물과 수영장 물이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방금 몇 초 동안은 정말 이 수영장에서 죽는 줄 알았다.
이하늘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연은지, 똑똑히 기억해. 이건 전부 네가 받아야 할 벌이야."
"계속 눌러!"
연은지가 아직 기침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뒷목에 다시 무거운 힘이 가해졌고, 그녀는 또다시 물속으로 처박혔다.
이번에는 물의 차가움과 타는 듯한 고통이 더 심했다.
수영장 주변은 이미 통제되어 있었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하늘은 옆에서 흡족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이 다가왔다.
그중 한 사람을 본 순간, 이하늘의 눈이 번쩍 빛났다.
"한샘아!"
김한샘은 표정 하나 없이 냉랭했다. 길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는 그녀를 힐끗 보기만 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수영장 쪽 소란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의 미간이 곧바로 찌푸려졌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하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년이, 이런 순간에도 소리를 내서 한샘이를 끌어들이려 하다니!
과거 김한샘이 연은지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자신이 연은지를 혼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 화를 낼 게 뻔했다.
이를 악문 채, 그녀는 억지로 억울하고 다정한 표정을 만들어 냈다.
"말 안 듣는 직원이 손님을 건드려서 조금 혼내고 있었어. 한샘아, 여긴 시끄러우니까 다른 데 가서 쉬는 게 어때?"
"읍…!!"
그때, 수영장 안에서 여자의 흐릿하고 고통스러운 소리가 새어 나왔다.
옆에 있던 주서준이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급히 앞으로 나섰다.
"한샘아! 저 목소리, 은지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