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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한시아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오른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지만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그제야 성지환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급히 다가왔다.

"여보, 왜 그래? 어디 아파?"

그의 눈빛엔 진심 어린 걱정이 서려 있었다. 마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도 버틸 수 없을 것처럼.

하지만 바로 그 사랑스럽고 헌신적인 남자가,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

한시아는 간신히 숨을 고르며 말했다.

"괜찮아… 그냥 숨이 잠깐 막혔어."

성지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의 가슴께를 살짝 눌러 확인하더니, 그녀가 어느 정도 진정된 걸 보고서야 안도한 듯 했다.

"집에 가서 쉬자."

돌아가는 길, 그는 계속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며 분위기를 풀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한시아의 입꼬리는 조금도 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창가에 기대 앉아 흘러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표정은 무표정했고, 눈빛은 멀어져 있었다.

"여보, 내가 어디서 잘못했어?"

성지환은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그녀가 나직이 대답했다. "그냥 오늘 본 드라마 생각이 나서."

그의 표정이 조금 풀리며 웃었다.

"어떤 드라마인데?"

그 말에 한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남자가 여자를 정말 사랑했는데… 나중에 마음이 변했어. 그리고는 계속 그 사실을 숨겼지."

그녀는 조용히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미세한 표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며 나직이 말했다.

"지환아, 만약 언젠가 당신 마음이 변한다면……"

"그럴 일 없어!"

성지환이 재빨리 말을 끊었다. 그 말투에는 거의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여보, 난 평생 너만 사랑해. 세상 모든 남자가 변해도 난 아니야. 넌 내 전부야."

그의 진심 어린 고백이 오히려 한시아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그는 자신 없인 못 산다면서, 결국 다른 여자를 품었다.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성지환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끄려 했지만, 한시아가 조용히 말했다.

"받아."

그는 순순히 통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의 말이 들릴수록 그의 표정이 굳어갔다. 처음엔 평온했으나, 곧 눈동자가 흔들리고, 입술이 굳었다.

그는 짧게 삼키듯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여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대. 나 지금 가봐야 해. 택시 불러줄게, 먼저 들어가 있어."

한시아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탄 마이바흐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그녀는 곧 택시에 올랐다.

"기사님, 앞에 가는 차 따라가 주세요."

운전기사는 묻지 않고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차는 일정한 속도로 그 차량을 뒤따랐고, 잠시 후 성지환의 차가 한 저택 앞에 멈췄다.

멀지 않은 곳에서, 토끼 머리띠에 하얀 메이드 복장을 한 여자가 문을 열었다.

남자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그의 품에 달려들었다.

그 여자는 임가연, 그 남자는 성지환이었다.

둘은 서로 껴안자마자 참지 못하고 입을 맞췄다.

오래도록 입술이 엉킨 끝에야, 임가연이 숨을 고르며 떨어졌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주인님, 토끼가 더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요. 보고 싶어요?"

그녀의 손끝이 그의 목덜미를 스치며 부드럽게 톡 건드렸다.

성지환의 목젖이 몇 번이나 움직였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눈빛 가득 욕망을 띠었다.

"30분 걸리는 길을 15분 만에 달려왔는데, 내가 보고 싶을 것 같아, 안 보고 싶을 것 같아?"

임가연은 가볍게 웃으며 그의 손가락을 잡아끌었다.

"그럼 차 안에서 봐잉."

잠시 후, 두 사람은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차량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진동은 점점 커지며, 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몰랐다.

조금 떨어진 곳, 한시아가 그 장면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는 것을.

이미 마음속에선 다 끝난 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서 보니 심장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날카로운 갈고리가 심장을 후벼 파는 듯한 통증이었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연애 시절, 성지환은 그녀를 무척 아꼈고, 감정이 아무리 깊어져도 끝까지 절제를 했었다.

그는 늘 말했다.

"첫 경험은 소중해. 신혼 첫날밤에야 완성되는 거야."

그렇게 세 해를 쫓고, 또 세 해를 사랑하며, 결국 신혼의 밤을 맞이했다.

그날 밤, 평소엔 냉정하고 침착하던 성지환이 너무도 긴장해 손끝까지 떨었다.

그녀의 옷을 벗기던 순간, 귀끝이 붉게 물들었고, 그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감격에 겨워 울었다.

"여보… 이제 넌 내 사람이야.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그 말이 진심이었기에, 그때의 그녀는 믿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이렇게까지 사랑할 사람은 성지환뿐이라고.

"성지환은 오직 한시아만을 사랑한다." 그것이 그의 입으로 직접 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약속을 깨뜨린 사람도 그 자신이었다.

운전석에 있던 여자 기사는 울고 있는 한시아를 거울로 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지 한 통을 건네며 말했다.

"남자란 다 그래요. 바람 안 피우는 사람 없어요. 나도 아이 때문에 참고 살아요. 이혼하고 싶어도 못 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운전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갔다.

"아가씨, 너무 슬퍼하지 마요. 이미 결혼했잖아요. 그냥 참아요. 이번 한 번만 눈감아줘요."

한시아는 손에 쥔 휴지를 꼭 쥐며 낮고 단단하게 말했다.

"아니요. 난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성지환, 난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자, 그녀는 곧장 모든 서랍과 옷장을 뒤져 그가 준 선물들을 전부 꺼냈다.

그중에는 세상에 하나뿐인 주얼리, '뮤시아'도 있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물건을 전부 팔고 싶어서요. 받은 돈은 전부 여성지원재단에 기부해 주세요. 아이 때문에, 돈 때문에 이혼조차 못 하는 여자들을 돕고 싶어요."

그녀는 한 시간 만에 모든 절차를 마치고, 물건들을 전부 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빗물과 함께 성지환이 들이닥쳤다.

우산도 없이 젖은 채, 숨이 가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젖은 손으로 그녀를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왜 뮤시아를 팔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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