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아침에 눈을 뜨자, 성지환은 언제나처럼 한시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여보, 어제 결혼기념일을 놓쳤으니까 오늘은 대신 놀러 가자. 전에 놀이공원 가보고 싶다고 했잖아?"

한시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거절하려는 말이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성지환은 이미 외출 준비를 마쳤다. 그녀의 옷까지 직접 골라 두었을 정도였다.

놀이공원에 도착한 뒤에도 그는 한시아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녀가 입술만 적셔도 곧바로 물을 건네주었고, 시선이 잠시 머문 인형은 곧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회전목마, 범퍼카, 대관람차까지... 그는 그런 놀이가 아무리 유치해도 상관없었다. 그녀가 좋아한다면 무엇이든 함께할 수 있었다.

성지환은 내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그녀가 손을 빼려 해도 놓지 않았다.

마지막엔 풍선 하나를 사서 그녀의 가방에 매달며 웃었다.

"이러면 여보는 절대 길을 잃지 않겠네."

길을 잃지 않는다라니…

하지만 이번에 그녀가 가려는 곳은, 그가 아무리 찾아도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성지환, 당신은 이미 날 잃었어.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함께 다정하게 걷는 모습은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어, 저 사람들 성 대표 부부 아니야? 진짜다! 완전 스윗하다!"

한 커플의 여자가 들뜬 목소리로 남자친구를 끌고 와 말했다.

"저기요… 혹시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요? 저희 둘 다 두 분 팬이에요, 완전 최고의 커플이에요!"

한시아는 실망시켜선 안 될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성지환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위해선 기꺼이 응했다.

찰칵— 사진이 찍히자, 커플은 신이 나서 말했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려요! 앞으로 행복하세요!"

성지환은 미소로 답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 선 한시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만이 알고 있었다. 이제 그들에게 앞으로는 없다는 걸.

점심 식사 시간, 잠시 쉬는 틈에도 그는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그의 시선을 눈치챈 한시아를 향해 그는 급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미안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 먼저 먹고 있어, 금방 끝낼게."

하지만 그다음 순간, 휴대폰 화면에 번쩍 뜬 건 '럭셔리 캐슬 선물' 이모티콘이었다.

그는 거짓말을 했다.

업무가 아니라,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다.

한시아는 조용히 비웃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켜서 임가연의 라이브 방송창을 눌렀다.

임가연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인플루언서였다. 그런데 얼마 전, 성지환이 직접 그녀를 회사와 전속 계약시키고, 새 주얼리 '뮤시아'의 모델로 세웠다.

사람들은 모두 추측했다. 이렇게 좋은 자원을 받을 수 있는 이유, 그 뒤에 누가 있는 걸까. 아무도 몰랐다. 그녀 뒤에 있는 사람이 바로 성지환이라는 걸.

그 시각, 임가연은 놀이공원 정문 앞에서 생방송을 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들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 보세요. 이 놀이공원은 제 남자친구가 선물해준 거예요. 제 이름만 말하면 할인도 돼요. 다들 놀러 오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한시아의 손이 차갑게 굳었다.

그가 자신을 데려온 이 놀이공원이, 임가연에게 선물한 곳이라고?

댓글창은 곧 의심으로 가득 찼다.

"헛소리 마. 너 같은 아마추어 인플루언서가 그런 부자를 사귄다고?"

"관심 끌려고 작정했네. 나도 문 앞에 서 있으면 '이건 내 거'라 할 수 있지."

"이 놀이공원이 얼마짜린데 미쳤다고 선물하겠냐?"

임가연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 거짓말 안 해요. 보세요, 여기에 제 이름이 있죠?"

그녀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흰 종이 위, '임가연'이라는 이름이 선명히 적힌 소유권 증서였다.

그 순간, 채팅창이 폭발하듯 들끓었다.

"세상에, 진짜 대박이네."

"놀이공원을 통째로 선물하다니, 이 정도면 한시아랑 성 대표 부럽지 않다!"

"남자는 돈 쓰는 곳에 마음이 있다더니, 이런 사랑이면 죽어도 좋겠다."

"진짜 사랑꾼은 둘뿐이야. 성 대표, 그리고 임가연 남친. 자, 투표합시다. 성 대표가 더 사랑꾼이라면 1번, 임가연 남친이 더 사랑꾼이라면 2번."

댓글창은 금세 '1'로 도배됐다.

성지환의 아내 사랑은 이미 전설이었고, 그는 목숨까지 내놓았던 남자였으니까.

그러나 그때, 'Love연'이라는 아이디가 나타나, 한 번에 요트를 만 척 쏟아부었다.

채팅창이 눈부신 불빛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화면 위로 한 줄 문구가 떠올랐다. "물론 내가 더 사랑꾼이지."

순식간에 채팅창이 폭발했다.

"본인 등판! 미쳤다, 진짜 돈다발이다!"

임가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봤죠? 내가 뭐랬어요, 내 남자친구가 날 제일 사랑한다고."

한시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마주친 건, 입꼬리를 살짝 올린 성지환이었다.

그의 눈엔 여전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그가 바로 'Love연'이었다.

그녀의 심장은 누군가에게 거세게 비틀린 듯했다.

상대는 이미 손을 놓았는데, 그녀는 아직도 아파서 숨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