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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녀를 건드려 보고 싶어

안여름이 약을 발라주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그 부드러움에 잠시 흔들린 이태현은 문득 그녀를 건드려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어차피 그녀는 자신의 아내다.

뭘 하든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여름에게 그는 ‘이혜성’, 즉 이태현의 사촌 동생일 뿐이었다.

그녀는 이미 그의 장난과 갑작스러운 키스로 충분히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안여름은 그를 세게 밀쳐내고는 재빨리 몇 걸음 물러섰다.

그와의 거리를 최대한 벌리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이혜성 씨, 저는 당신 형수예요! 제발 예의를 지켜 주세요.”

총알을 빼주면서 조금 누그러졌던 감정이 이 행동 하나로 다시 차갑게 굳어졌다.

하지만 이태현은 그녀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입술을 가볍게 문지르며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형수님, 당신은 형이랑 평생 혼자 살다시피 할 거니까 나랑 함께하는 건 어때?”

하지만 안여름은 단칼에 잘라 말했다.

“그런 생각도 하지 마세요.”

무표정한 얼굴에 촌스러운 옷차림까지 더해져 마치 작은 할머니처럼 보였다.

조금도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현은 그런 안여름의 모습이 오히려 더 흥미로웠다.

안여름은 이대로 있다가는 이혜성이 더욱 대담해질까 봐 결심했다.

“전화해서 사람 불러서 가세요. 안 그러면 제가 구급차를 부를 거예요.

그러면 당신이 총상 입은 걸 모두가 알게 될 거예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던진 경고였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이태현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눈을 감고 쉬기 시작했다.

안여름은 어이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입술을 깨물며 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결국 그를 깨워 쫓아낼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안여름은 장을 보러 나갔다.

비록 그녀는 명목상 안씨 집안의 셋째 딸이었지만,

병이 나도 돌봐줄 사람이 없었고, 배가 고파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그녀는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이혜성이 싫었지만, 그가 이 작은 원룸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해 정성스럽게 국을 끓였다.

밤이 되자, 안여름은 이태현을 깨웠다.

“배고프세요? 국을 끓였는데 드시겠어요?”

혹시나 그가 또 무례한 행동을 할까 봐

몇 걸음 뒤에 서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태현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짧게 대답했다.

“먹을게.”

안여름은 국을 떠서 그의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놓은 후, 얼른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원룸은 너무 비좁았다.

작은 주방과 화장실, 침대, 접이식 테이블, 작은 소파, 책장까지 놓여 있어 그가 어디에 있든 그녀의 시야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태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처가 벌어졌어.”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상처가 아니라 남의 일이라도 되는 듯했다.

안여름은 그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에 속이 터졌지만,

결국 그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천천히 다가가 국을 떠서 그의 입에 가져다주며 말했다.

“아프시면 말씀하세요. 살살 할게요.”

이태현은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그녀가 떠주는 국을 한 숟갈씩 받아먹었다.

작은 방 안은 고요했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방 안에 은은하게 울렸다.

그 고요함은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긴장감도, 두려움도 모두 사라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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