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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똑똑하고 다정한 여자

“뭐라고요?”

안여름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저는 못 해요!”

그녀는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생명을 소중히 여겼다.

비록 그녀는 아버지 안대성과 어머니 김소희의 실수로 태어난 결과였고,

안씨 집안에서 안여울의 하녀처럼 부려지며 살아왔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왔다.

그래서 이혜성이 이렇게 가벼운 말투로 목숨을 건 부탁을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절대 그의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이태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럼 나랑 같이 묻힐 생각이야?”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눈빛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안여름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어쩔 수 없이 도구를 가지러 갔다.

‘내 인생은 이미 이태현과 결혼한 순간부터 망가졌어. 더 나빠진다고 달라질 게 있겠어?’

그녀는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도구를 챙겼다.

심지어 쓴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혹시라도 이 사람이 내가 수술하다가 죽으면, 이렇게 잘생긴 남자랑 같이 묻히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안여름은 최대한 침착하려 했지만, 손은 끊임없이 떨렸다.

그녀는 칼로 상처 주변을 조심스럽게 절개하며 이혜성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그는 창백한 얼굴에 땀이 맺혀 있었을 뿐, 아픈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심지어 눈살조차 깊게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여름은 그가 매우 약해진 상태임을 느끼면서도,

그 시선만큼은 강렬하게 자신을 꿰뚫는 듯해 부담스러웠다.

“저 좀 보지 마세요.”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사실 이태현도 그렇게 태연한 척하는 게 아니었다.

상처가 너무 아파 의식이 흐릿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안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고통이 조금은 잦아드는 것 같았다.

“긴장하지 마. 난 죽지 않아. 널 믿어.”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담담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안여름은 누구에게도 이런 신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 말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더욱 집중해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억겁같이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안여름이 드디어 총알을 꺼냈을 때,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을 씻은 후, 이태현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분이 좀 어떠세요?”

이전에 이혜성에 대한 인상은 그저 ‘철없는 재벌 도련님’이었지만,

총알을 꺼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녀는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단 한 번도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고, 기절하지도 않았다.

그런 강인한 정신력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동시에 그는 알 수 없는 비밀을 감춘 듯한 신비롭고 무서운 남자처럼 느껴졌다.

“펜 좀 가져와. 약 처방을 적어 줄 테니까.”

이태현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목소리만큼은 강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안여름은 서둘러 그가 적어준 약 처방을 들고 약을 사러 나갔다.

그녀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며 약을 샀다.

집에 돌아왔을 때, 이태현은 그녀가 여러 약국의 봉투를 들고 있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정말 똑똑하고 다정한 여자군.’

그는 안여름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도와준 것도 이혜성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한 따뜻한 마음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약을 여러 곳에서 나눠 구입한 건 혹시라도 그녀가 누군가의 의심을 살까 봐 신중하게 행동한 결과였다.

안여름은 약을 꺼내 이태현 앞에 앉았다.

“약 발라 드릴게요. 아프면 말씀하세요. 살살 할게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약을 발랐다.

하지만 이태현은 끝까지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붕대를 감은 후, 안여름이 일어서려는 순간,

이태현이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느닷없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내가 뭐랬어? 안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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