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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네가 꺼내줘

이태현은 이런 곳에서 안여름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이곳까지 추적해 왔지만, 오히려 매복 공격을 당해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주변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골목길은 미로처럼 복잡했다.

그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누군가를 인질로 삼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주친 사람이 안여름이었다.

이상하게도, 안여름의 멍한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 깊숙이 알 수 없는 신뢰감이 싹텄다.

이태현은 총을 내려놓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저… 여기 살아요.”

안여름은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보고 겁에 질린 채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태현은 잠시 놀란 듯 눈빛이 흔들렸다.

안씨 집안의 셋째 딸이 이런 곳에 산다니?

그러나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명령했다.

“네가 사는 곳으로 데려가.”

“안 돼요.”

그녀는 차라리 총에 맞아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를 집에 들이는 건 위험천만했다.

“흥.”

이태현은 예상했다는 듯 비웃었다.

“내가 형한테 네가 나를 유혹했다고 말해볼까?”

또 협박이었다.

안여름은 화가 나서 손을 꽉 쥐었지만, 이 남자의 뻔뻔함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돌아섰다.

“…따라오세요.”

두 사람은 짧은 대화를 끝내고 서둘러 이동했다.

하지만 그들이 자리를 뜨자마자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뒤쫓아왔다.

이태현은 발소리를 듣자마자 안여름을 끌어당겨 골목 안으로 몸을 숨겼다.

빈집으로 들어가 숨을 죽이고 기다린 끝에 쫓아오던 사람들은 사라졌다.

안여름은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이 남자, 대체 어떤 일에 휘말린 거야?’

질문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둘러 안여름의 원룸에 도착한 두 사람.

안여름은 문을 열자마자 밖을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긴장을 풀지 못한 채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신데…”

그녀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태현의 커다란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괜찮으세요?”

안여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달려갔다.

하지만 이태현은 키도 크고 몸집도 커서 그녀가 붙들기에는 버거웠다.

결국 가까스로 그를 붙들었을 때, 손에 묻은 피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제야 그의 옷이 피로 물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피가… 이게 다 뭐예요?”

이태현은 창백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놀라? 걱정 마. 내가 죽으면 넌 그냥 나랑 같이 묻히면 돼.”

그의 말은 농담 같으면서도 어딘가 진지하게 들렸다.

“농담할 상황 아니잖아요!”

안여름은 다급하게 외쳤다.

“손 놓으세요. 제가 구급차 부를게요!”

그러나 이태현의 표정이 단숨에 차가워졌다.

“구급차는 안 돼.”

그는 손에 힘을 주며 안여름의 손목을 꽉 잡았다.

강렬한 기운에 눌린 안여름은 겁에 질려 더 이상 말대꾸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럼 제가 상처를 응급처치해 드릴까요?”

그러나 이태현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듯 명령을 내렸다.

“칼, 라이터, 양초, 붕대, 수건.”

안여름은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혹시… 스스로 총알을 빼겠다는 거예요? 그러다 잘못되면 죽어요!”

이태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직접 한다고 했어?”

그의 검은 눈동자는 깊고 어두운 늪처럼 보였다.

빠져들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안여름이 그의 눈빛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순간, 이태현은 나직하게 말했다.

“네가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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