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제6화 나를 데려가, 서둘러야 해

안여름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소희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사과요? 절대 안 해요.”

김소희의 기억 속 안여름은 어릴 때 똑똑하고 예뻤다.

하지만 크면서 점점 못생기고 둔해진 것만 같았다.

그런 안여름이 이렇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순간 움찔한 김소희는 불안하게 침을 삼키더니, 안여울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여울아,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괜히 더 자극하면…”

안여울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더 이상 밀어붙일 수 없었다.

만약 안여름이 이성을 잃고 무슨 일을 저질렀다간, 이태현 집안이 화를 내어 안씨 집안까지 휘말릴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누리고 있는 편안한 생활도 한순간에 무너질 터였다.

안여름은 그들이 물러서는 모습을 확인하고 곧장 방으로 올라가 짐을 챙겼다.

이 집에서 20년을 살았지만, 그녀의 물건은 마치 남의 집에 얹혀사는 사람처럼 적었다.

짐을 챙긴 안여름은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거실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후문을 통해 집을 빠져나왔다

한편, 이태현은 안여름이 나올 때까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녀가 나오지 않자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어제 본 자료가 머릿속을 스쳤다.

혹시 안씨 집안에서 괴롭힘을 당한 건 아닐까?

그녀가 자신을 때렸던 순간이 떠올랐다.

안여름은 그렇게 쉽게 당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때,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오셔서 기다리시겠어요?”

그가 고개를 돌리자, 차 옆에 단정한 미모의 여자가 서 있었다.

안여울이었다.

안여울은 차 안의 이태현을 보자마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차창 너머로 안여름과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 잘생기고 분위기 있는 남자가 어떻게 안여름 같은 촌스러운 여자를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운 좋으면 나도 이 남자와 잘될 수 있을지 몰라.’

그녀는 은근한 기대감을 안고 말했다.

“저는 여름이 언니, 안여울이에요.”

이태현은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

자료에 있던 또 다른 안씨 집안 딸이었다.

보통 기준으로는 예쁘다고 할 만한 외모였지만, 그는 안여름의 수수한 모습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그는 냉랭하게 물었다.

“형수님은 어디 있죠?”

안여울은 잠시 멈칫하더니 능청스럽게 말했다.

“짐을 챙기고 있어서 제가 대신 내려왔어요.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던데 들어오시겠어요?”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라면 누구든 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태현은 그녀의 속내를 꿰뚫어 본 듯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안여름이 나를 집 안으로 부른다고? 그럴 리가 없지.’

그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차창을 닫고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났다.

안여울은 남자에게 이렇게 차갑게 무시당하자 얼굴이 붉어지며 분노에 휩싸였다.

한편, 안여름은 자신이 임시로 빌린 작은 원룸으로 돌아왔다.

대학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던 그녀는 졸업 후 자취를 하며 조용히 지내왔다.

최근에는 김소희가 억지로 집에 가둬 이태현과 결혼시키려 했기 때문에 이 집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어차피 이태현도 집에 없고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굳이 그 집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짐을 정리한 후, 오후가 되자 장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안여름이 사는 곳은 호양시에서도 빈민가로 유명한 곳이었다.

교통이 불편하고 사람들이 뒤섞여 있어 치안도 좋지 않았다.

골목길을 돌던 그녀는 갑자기 “탕!” 하는 총소리를 들었다.

놀라 고개를 돌리자, 흰색 밴이 미친 듯이 골목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안여름은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밴은 그녀 바로 옆을 지나가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 남자가 안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머리를 감싸 안고 구르더니 안여름의 발 앞에 멈춰 섰다.

안여름이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남자는 빠르게 일어나 총구를 그녀의 이마에 들이댔다.

“나를 데려가. 서둘러야 해.”

그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는 어디선가 익숙하게 들린 듯했다.

안여름이 얼굴을 확인한 순간, 숨이 턱 막혀 소리쳤다.

“이혜성?!”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