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하녀처럼 살지 않을 거야
김소희는 ‘형수님’이라는 이태현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차가운 눈빛으로 안여름을 노려보았다.
안여름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혜성’이라는 남자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려는지 알 수 없었다.
김소희는 안여름을 거칠게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손을 확 놔버렸다.
그리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방금 그 남자가 너한테 형수님이라고 불렀어? 이태현의 사촌 동생 맞아?”
안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짝!”
김소희의 손이 안여름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얼굴이 얼얼해지며 귀에서 웅웅 소리가 울렸다.
“너 제정신이야? 신혼 첫날부터 남편의 사촌 동생이랑 무슨 짓을 한 거야?
네가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왜 집안까지 끌어들이려 해?”
안여름은 고개를 숙인 채 마비된 뺨을 조심스레 만졌다.
그러고는 차갑게 김소희를 올려다보았다.
“왜 먼저 제 의사는 묻지 않으시죠?”
늘 그랬다.
일이 생기면 무조건 안여름을 먼저 몰아세우고 꾸짖기만 했다.
이유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때, 부드럽지만 가시 돋친 목소리가 계단 위에서 들려왔다.
“망가진 얼굴에 성불구인 남편이랑, 건강한 남자 중에 누가 더 좋을지는 뻔하잖아.
어젯밤에도 그 ‘사촌 동생’이랑 있었던 거 아냐?”
계단에서 내려오던 안여울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지만, 말 속에는 악의가 가득했다.
김소희는 안여울을 보자마자 다급히 달려갔다.
“여울아, 괜찮아졌니?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응, 엄마. 난 괜찮아.”
안여울은 김소희에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다정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안여름에게 다가왔다.
“여름아, 네 기분은 이해하지만 집안 체면도 생각해야지.
너무 막 나가면 안 돼.”
안여울은 창가에서 안여름과 남자가 차 안에서 함께 있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
‘멍청하고 촌스러운 여름이가 남자를 유혹할 줄도 아네.’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 다정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김소희를 향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제가 틀린 말 한 거 아니죠?”
김소희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환하게 웃었다.
“우리 여울이가 하는 말이 맞지.”
안여름은 손을 꽉 쥐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속에서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마치 김소희와 안여울이 친모녀처럼 다정하게 보였다.
김소희는 안씨 집안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썼다.
그러면서 정작 친딸인 안여름은 하녀처럼 대하며 무시했다.
김소희는 다시 굳은 얼굴로 안여름을 바라보았다.
“여름아, 너는 이미 이태현 집에 시집갔으니까 이제 분수를 지키고 집안 망신시키지 마.”
안여름은 고개를 숙여 눈빛을 가렸다.
‘이제는 더 이상 하녀처럼 살지 않을 거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하신 덕분에 깨달았어요. 만약 제가 무슨 일을 저지른다면, 이태현 집안이 우리 집까지 싸잡아서 처벌할지 모르겠네요.”
안여울은 그 말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늘 순종적이고 바보 같던 안여름이 이런 말을 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
안여름은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과 멍한 눈빛이었다.
“그대로의 뜻이에요.”
그녀는 더 이상 하녀처럼 명령만 따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김소희에게서 모성애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기대조차 사라졌다.
안여울은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쳤다.
“너!”
항상 지시만 내리던 안여름이 반발하자, 안여울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곧 김소희를 바라보며 불만을 터뜨렸다.
“엄마, 난 여름이를 걱정해서 한 말인데 저렇게 나오잖아!”
김소희는 안여름의 말에 담긴 위협을 눈치챘지만, 여느 때처럼 강압적으로 다그쳤다.
“여름아, 언니한테 당장 사과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