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제3화 촉감이 괜찮던데?

다음 날 아침.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있던 안여름은 화들짝 눈을 떴다. 이미 해가 떠 있었다.

이태현은 어젯밤 오지 않았다.

그 사실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무거운 기분이 들었다.

마치 머리 위에 매달린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처럼, 끊임없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세수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경호원 한 명이 다가와 식당으로 안내했다.

식당은 주방과 가까웠다.

안여름이 식당에 들어섰을 때,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들고 나오는 크고 당당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가 ‘이혜성’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안여름은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하지만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수님, 좋은 아침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장난기 가득한 느낌이었다.

옆에 서 있던 경호원은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도련님이 사모님이랑 역할극이라도 하는 건가?’

안여름은 그와 마주할 때마다 불편했다.

사촌이라는 사람이 왜 형 집에서 이렇게 돌아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안여름은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한 뒤, 뒤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물었다.

“당신네 주인님은 여기에 안 계신가요?”

경호원은 눈앞의 남자를 힐끗 보더니 조심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도련님께서 최근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병원에 계십니다.”

안여름은 어릴 때부터 김소희에게 억눌려 살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철저히 숨겨왔다.

경호원의 서툰 거짓말쯤은 금세 간파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병문안 갈 수 있을까요?”

“요즘 면회가 어렵습니다.”

경호원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이어갔다.

안여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태현은 나를 얼마나 싫어하면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으려 할까?’

그때, ‘이혜성’이 아침 식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일단 아침부터 먹어요.”

안여름은 집 안에 고용인이 없는 걸 눈치채고 그가 직접 음식을 준비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슬쩍 그를 쳐다보았다.

“왜요? 음식에 독이라도 탔을까 봐 겁나?”

‘이혜성’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깊고 어두운 눈빛을 던졌다.

그의 시선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안여름은 무심한 척 한 발짝 물러섰다.

“아침 준비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전 배가 안 고파요.”

말을 끝낸 그녀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거실에서 어제 자신을 데려온 경호원을 발견한 안여름은 부탁했다.

“산 아래로 좀 데려다줄 수 있을까요? 집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챙겨와야 해요.”

어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기에, 옷과 몇 가지 물건을 챙기러 가야 했다.

특히 이 저택은 산 중턱에 있어 차를 타고 굽이진 산길을 내려가야만 했다.

경호원은 대답을 머뭇거리며 그녀 뒤를 바라보았다.

안여름이 돌아보니, 이혜성이 어느새 따라 나와 있었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느긋하게 걸어오더니 말했다.

“형수님, 집에 가야 한다면서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뭐 하러 다른 사람 귀찮게 해요?”

말을 마친 그는 가볍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안여름은 불쾌하게 손을 쳐내며 말했다.

“괜찮아요. 필요 없어요.”

어제는 자신을 못생겼다고 비웃더니, 오늘은 왜 이리 끈질기게 따라다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사모님, 도련님이 모셔주신다니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경호원이 눈치껏 거들었다.

결국, 안여름은 이혜성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가 귓가에 속삭인 한마디 때문이었다.

“형수님, 촉감이 꽤 괜찮던데?”

혹시라도 정신적으로 이상해 보이는 그가 더 이상한 행동을 할까 봐, 안여름은 어쩔 수 없이 고분고분 그의 차에 올랐다.

차 안은 고요했다.

안여름은 안전벨트를 꼭 쥐고 정면만 응시했다.

그를 쳐다볼 생각조차 없었다.

이태현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재미있어 하며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새 신부는 얼굴이 못생겼긴 했지만, 예상보다 꽤 단정했다.

사실 그는 어제 장난삼아 그녀를 놀리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이 흥미로워 이 게임을 조금 더 오래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